SBCK, 한국후지쯔와 클라우드 사업 협력…왜?

이진철 영업3본부장 이사 인터뷰

일반입력 :2015/03/04 07:07    수정: 2015/03/04 18:24

국내에서 수십년 간 사업을 해온 IT업체들이 최근 손을 잡았다. 한국후지쯔와 에스비씨케이(이하 SBCK, 소프트뱅크커머스코리아)가 체결한 x86 서버-스토리지 총판 계약 얘기다.

지난 8월부터 추진된 양사 협력은 한국후지쯔 입장에선 복잡할 게 없다. 매출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유통채널 확대다. 한국후지쯔는 실제로 계약 체결 당시 내년(2016년) 매출 2배 이상 달성을 예고했다. (☞관련기사) 반면 한국후지쯔와 손잡기로 한 SBCK의 선택은 다소 의외로 비춰졌다. 침체기인 국내 인프라 하드웨어 시장 분위기상 SBCK 이익에 한국후지쯔 하드웨어가 힘이 되줄거라 보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최근 SBCK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었다. SBCK는 단순 총판 계약보다 큰 그림에서 한국후지쯔와 다른 여러 회사를 아우르는 사업 전략을 구상 중이었다. 핵심 키워드는 '클라우드'였다.

이진철 SBCK 영업3본부장은 지난달말 기자와 만나 클라우드 중심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설치형 솔루션에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IT인프라 시장 흐름의 대응 전략을 요약해 들려줬다. 그의 이력을 보면 관리직을 맡은 기간은 지난해 하반기 SBCK에 합류한 후 7개월 정도가 전부다. 1995년 삼보소프트뱅크 입사로 시작해 EMC, CA, 어도비, 카세야 등을 거치며 20년간 영업 담당자로 일해 왔다.

■클라우드, 국내선 쉽지 않다

일단 클라우드 시장을 보면 다른 나라에서는 벌이가 꽤 되는데 국내는 성공사례가 전무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SBCK는 소프트뱅크그룹의 다른 계열사처럼 클라우드에서 미래를 찾기가 녹록찮은 상황이다.

국외는 클라우드가 (매출) 수십조 이상을 낼 수 있는 사업으로 자리잡았어요.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MS)는 잘 하겠죠. 소프트뱅크, 야후재팬, 알리바바같은 (그룹내) 거의 모든 대기업이 클라우드로 갔어요. 전체 매출에서 클라우드 비중이 40% 이상이고, 수익성도 좋아요.

한국 상황은 외국과는 대조적이다.

클라우드 사업 하면, 국외서야 좋죠. 그러나 국내는 프라이빗클라우드 말곤 (클라우드 시장이) 거의 없습니다. 클라우드 한다는 국내 기업들은 아직 적자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 냉정하게 말해 클라우드 하지 말고 차라리 '건물 사야되는 거 아니냐'는 얘기도 있어요.

그의 얘기를 여기까지만 들으면 SBCK가 클라우드 사업을 하겠다는 건지 말겠다는 건지 알듯말듯 해진다. 회사가 어디 건물 살 자금이라도 있으면 사실 잘 나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올초 작성된 회사 공식자료에 따르면 1991년 설립, 업력 24년차인 SBCK의 연매출은 1억4천만달러(약 1천500억원)다. 직원 150명 규모로 단순계산하면 1인당 매출은 10억원이다. 엄청난 실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회사 차원에선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나름 이유가 있다.

(SBCK는) 매출이 중요한 회사는 아닙니다. 국내 사업을 수십년 했는데 지금 매출은 10년 전과 같아요. 장사(유통)하는 입장에선 수익성이 중요해요. HP, 델, SAP, 시스코, 주니퍼, APC, …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가리지 않고 (유통)했어요. 특정 카테고리 국내 1위도 많이 해봤고. 그동안 수익성 문제로 (취급대상을) 많이 바꿨죠. 시스코와 손잡고 네트워크 솔루션 사업도 했는데 (수익성이 낮아서) 이 쪽을 많이 버렸어요. 지금 하드웨어 시장 추세와 같은 흐름이죠. 문제는 점점 유통 품목 가운데 우량 솔루션을 택해도 (수익성이) 나빠진다는 거였죠.

요약하면 SBCK가 주력해 온 국내 기업용 IT솔루션 유통업 전체가 우려스러운 상황이 됐다. 과거엔 돈 되면 잡고, 안 되면 놨는데, 이런 전략이 한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당장이 아니라도 장기적으로 힘들어질 것은 거의 확실하다. 유통업체 특성상 그 실적이 상당수 파트너에게 영향을 줄 수도 있다.

SBCK가 함께 한 파트너가 1천400곳인데요. 좀 이상한 곳 말고는 거의 모든 업체와 거래한다고 보시면 돼요. 이 분들 중에, 우리 포지션에 따라 흥망성쇠가 갈릴 수 있는 곳이 10~20% 정도 있을 겁니다.

SBCK 유통에 사업이 크게 좌우되는 파트너가 1천400곳 중 10~20%라면 140~280개 회사다. 이 본부장의 말은 SBCK의 사정이 나빠질 경우 국내 수백개 회사가 함께 힘들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도 들린다.

■온전한 클라우드, 10년 뒤…지금은 '실현 돕는 기술'에 집중

기존 시장의 정체와 수백 곳의 파트너. SBCK가 '시장이 없다, 지금은 어렵다' 비관하면서도 클라우드 비전과 전략을 강조하게 된 배경이다.

회사는 점진적 변화를 택했다. 설치형(온프레미스) 솔루션 인프라 중심인 국내 IT인프라 시장이 퍼블릭과 프라이빗 클라우드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 클라우드로 옮아가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판단에 기반한 전략을 세웠다.

단기적인 대응은 온프레미스 기반으로 하고, 최소 10년 이후 장기적인 구상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인프라와 이에 관련된 매니지드 솔루션 시장이 생길 것이라 내다보고 하는 거죠. 아시아 지역 전체 대상으로요. 클라우드 시장이 만개하기 전인 중기 전략은 여러 클라우드 유통을 중개하는 '클라우드서비스브로커리지(CSB)' 사업을 하는 거고요. 그런데 시장이 단기에서 중기로 확 넘어가진 않을 거라고 봐요. 그래서 지금은 '중단기' 전략을 세우고 실행 중이죠.

그는 중단기 전략에 따라 현재까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앱제로', '오픈플렉스CDI', '클라우다이크' 등 클라우드 도입을 돕는 기술 파트너를 10곳 확보했다. 이걸로 클라우드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기업들이 당면할 불편과 어려움을 해소해 주겠다는 구상이다.

시장이 클라우드로 바뀐다는 건 기존 서버가상화 도입과 의미가 많이 달라요. 궁극적으로는 기업들이 전산실 규모를 줄이거나 없애도록 해준다는 얘기니까요. 하지만 기업들이 어느날 한순간에 클라우드를 쓰자, 이러고 사람을 자를 수는 없죠. 마이그레이션도 해야 하고, 기존 인프라에 구성된 솔루션 중 유지하거나 업그레이드할 것도 있을 거예요.

앱제로는 가상화 인프라 마이그레이션 전문업체다. 오픈플렉스CDI는 네트워크컴퓨팅과 가상머신(VM) 기술을 응용한 전산실 무인화 솔루션업체로, NC소프트를 주요 고객사로 뒀다. 클라우다이크는 특정 고객 대상으로 드롭박스같은 스토리지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로, LG전자를 주요 고객사로 뒀다.

포괄적인 클라우드 이네이블링(실현) 기술을 제공하자는 게 우리 전략이에요. 기업 인프라를 초기엔 온프레미스 환경에서 프라이빗클라우드에 가까운 형태로, 그 다음에 '데이터와 시스템의 분리'같은, 클라우드 이행을 위한 전반적 조치로…

■하드웨어 총판만 하려고 맺은 파트너십 아냐

이 본부장은 이 중단기 전략을 얘기하며 기업소개서에 포함된 'SBCK클라우드스택'이라는 이름의 도안을 꺼내 보였다. SBCK가 유통 중인 파트너 업체들의 IT솔루션을 미래 클라우드시장 역할에 따라 'IT파운데이션', '클라우드이네이블링테크놀로지', '클라우드서비스', 3개 영역으로 정리한 그림이다. 여기서 클라우드서비스는 현재 서비스형소프트웨어(SaaS) 개념에 해당한다. 그림의 클라우드이네이블링테크놀로지 영역이 앞서 강조된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 및 전환을 돕는 분야를 가리켰다. 빠른 솔루션 확보와 사업화에는 본사 소프트뱅크 그룹이 그간 각지에 갖춰 온 파트너 네트워크의 도움이 컸다는 후문이다.

3개월만에 론칭한 솔루션이 10개라는 건, 밑바닥부터 시작했으면 불가능한 얘기죠. 일본과 글로벌 파트너들이 있다 보니 가능했다고 봐요. 후지쯔에서도 많이 도왔고요. 더존을 제외하면 우리가 손해보지 않고 '클라우드 비즈메카(KT의 IT아웃소싱 SaaS 브랜드)'같은 사업을 하는 유일한 회사죠.

SBCK는 이런 기술을 통해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을 돕고, 매출도 챙긴다는 구상이다. SBCK가 지난해 12월 꾸린 '클라우드인티그레이션사업실'이 이 분야 담당 조직이다.

클라우드스택 부문 사업에서 IT파운데이션과 SaaS를 제외하고, 클라우드이네이블링테크놀로지 쪽 매출 목표는 올해 150억원이에요. 이번달(2월)에 이미 손익분기점(BEP)을 찍었어요. 마진도 두자리수 비율로 만들어서, 초기 수익성 확보도 순조로운 편이고요. 연말까지 이렇게 쭉 가야죠.

이 본부장은 후지쯔도 지금은 IT파운데이션 영역에 놓여 있지만, 앞으로 클라우드이네이블링테크놀로지와 클라우드서비스까지 모두 하게 될 겁니다라며 SBCK의 클라우드스택 도안을 다시 꺼냈다.

어떤 시기든 특정 회사가 고객에 필요한 뭔가를 다 해줄 수 없어요. 우리는 그 때 고객에게 선택권을 제공하고, 이윤을 창출한다는 전략인데요. 그 선택권이 중단기에는 클라우드이네이블링테크놀로지로, 중기로 넘어갔을 때는 CSB로 제공될 거예요. 이를 위해 '소프트뱅크 마켓플레이스'라는 장터가 만들어질 겁니다.

그는 중단기 전략 이후 CSB에 초점을 맞추게 될 중기 전략 단계에서 한국후지쯔와의 협력이 대단히 중요해질 것이라 강조하며 말을 이었다. 요약하면 CSB 시대에 필요한 IT프로젝트 수행시 양사가 앞뒤 단계의 역할분담을 하게 될거란 내용이다.

우리가 구성할 마켓플레이스에서 후지쯔가 굉장히 큰 역할을 하게 될 겁니다. (CSB 시장이 열리더라도) 시스템 수요와 컨설팅 요구가 사라지는 건 아니거든요. 이런 사업의 '앞 단계'를 우리가 맡고, 그 '뒷 단계'를 후지쯔가 맡을 수 있어요. 후지쯔의 하드웨어만 갖고 뭘 한다는 게 아녜요. 하드웨어도 중요한 영역이긴 하지만, 5년 후엔 그 사업 형태가 많이 달라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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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본부장의 관측대로라면 SBCK와 한국후지쯔의 협력은 하드웨어 제품 공급을 넘어 소프트웨어 솔루션과 컨설팅 등을 포괄하게 된다. 한국후지쯔는 일본, 호주, 동남아시아 등 범아시아권 시장에서 기대수요가 큰 솔루션을 다수 보유했다는 게 그의 평가다.

하드웨어만으로는 돈이 안 되는 게 사실이지만, 그래서 가장 적절한 상대라고 판단했어요. 미국 사업자들이 (실적 부진으로) 시장에서 후퇴하는 분위기에 놓여 있고, 중국 사업자들에 대한 신뢰는 아직 불충분한 상황이니까요. SBCK 입장에선 클라우드 전환 국면에서 후지쯔와의 파트너십이 기술적으로 좋은 선택이에요. 전반적인 사업 방향이 일치하는데, 서로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협업하는 구조로 갈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은 부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