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IT유통사도 클라우드 팔아야 산다

영우디지탈의 CSB 시장 진출에 담긴 메시지

일반입력 :2015/03/03 15:33

국내 최대 IT솔루션유통업체 영우디지탈이 클라우드서비스브로커리지(CSB) 사업에 뛰어들었다. 전통적인 IT인프라 산업 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영우디지탈은 3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CSB사업 진출을 선언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영우디지탈은 CSB 서비스 포털인 ‘YCloudPia(와이클라우드피아)’을 통해 KT 유클라우드비즈, 마이크로소프트 애저 등의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를 재판매한다. 단순히 특정 클라우드 서비스의 가상서버나 가상 스토리지를 재판매하는 게 아니라고 영우디지탈 측은 설명했다. 영우디지탈의 CSB 서비스는 클라우드 관리 플랫폼과 셀프서비스포털을 통해 다양한 종류의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에 따른 통합 및 호환 문제를 해소한다는 설명이다. 인프라 운영, 배포 등을 자동화하고, 운영과 관리를 대행해준다.

영우디지탈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광범위한 IT솔루션 유통망을 보유한 회사다. HP x86서버 최대 총판사면서, MS, VM웨어, 오라클, 시스코, IBM, 넷앱, 시만텍 등의 솔루션도 대규모로 유통하면서 수천억원대의 연매출을 기록하는 중견기업이다.

하지만 IT산업 생태계가 클라우드 서비스로 급격히 이동하면서 기존 솔루션 사업 생태계도 급변하고 있다. 벤더-총판-유통채널, 벤더-시스템통합(SI) 등으로 형성됐던 유통구조가 ‘클라우드서비스-사용자’란 형태로 바뀐 것이다.

이에 벤더의 물량을 실제로 판매하는 역할을 했던, 총판 및 영업채널사의 역할이 줄어들었다. 기존 유통전문업체 입장에선 새로운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다. 때문에 영우디지탈의 CSB 진출은 생존을 위한 필연적 선택이었다.

정명절 영우디지탈 회장은 “클라우드 시대로 가면서 전통적인 솔루션 유통방식 역할이 급격히 위축될 것”이라며 “기존의 솔루션 유통매출이 5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하루빨리 CSB 사업으로 먼저 이동해야 한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1~2년 내 큰 성과를 기대하는 건 조심스럽지만, 지금은 무조건 빨리 뛰어드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클라우드 시대 IT 인프라를 활용하는 방식이 현물구매 대신 사용한 만큼 지불하고 빌려쓰는 것으로 변모했다. 그러나 클라우드 서비스를 실제 사용자가 직접 구매해 능수능란하게 이용하기란 쉽지 않다. 또,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 역시 마케팅과 직접 영업만으로 고객을 끌어오는데 한계가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라 해도 인프라의 각 구성요소를 조합하는 시스템 설계 및 구축, 운영 작업은 전과 똑같다.

결국 서비스제공자와 사용자 사이를 연결할 매개체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현물을 유통하듯, 서비스를 유통할 중간상인이 여전히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서비스 유통이 솔루션 유통사업과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다. 서비스당 유통가격 자체가 솔루션 당 유통가격보다 현저히 저렴하기 때문이다. x86서버 한대 가격이 AWS나 KT유클라우드비즈의 가상서버 한대 가격보다 수십배 비싸다.

영우디지탈은 퍼블릭 클라우드 인스턴스 유통에 부가서비스 제공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멀티 클라우드 환경을 원활히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고, 프라이빗과 퍼블릭 클라우드를 연결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구축 서비스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운영을 대행하는 매니지드 서비스도 제공한다.

특히 수많은 유명 IT솔루션 기업과 유통계약을 맺고 있고, 국내 3천여개 파트너사를 보유한 만큼 경쟁력을 가졌다고 판단했다.

정명철 회장은 “한번이라도 영우와 거래해본 회사가 1만여개에 달하는 등 어떤 유통회사보다 많은 협력관계 갖고 있다”며 “전통적 유통영업의 자리를 클라우드 사업이 담당하게 될 텐데, 전통적인 협력사와 영우의 CSB 영업을 결합하면 기술 경쟁력과 고객 및 협력사 요구 응대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영업채널을 확대하고, 고객을 끌어오면서, 고객에게 컨설팅과 운영 대행 서비스를 제공해 성공한 대표적인 회사가 라이트스케일이다. 영우디지탈은 라이트스케일 총판권도 확보해 CSB사업에 투입할 계획이다.

영우디지탈 측은 “현재는 KT와 MS 애저만 제공하지만 올해 2~3개 서비스를 추가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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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디지탈의 CSB 진출은 향후 국내 유통업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HP, 델, IBM, 오라클, 시스코 등 전통적인 IT하드웨어 벤더의 시장이 클라우드에 잠식당하는 가운데, 벤더와 함께 사업을 영위해온 유통업체들이 기존 업태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CSB에 앞다퉈 진출할 전망이다.

이미 SI와 유통을 함께 해온 동부CNI가 MS 애저 중개서비스를 제공중이고, 소프트뱅크커머스코리아(SBCK)도 CSB 사업 진출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