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WC 주최측 “핀테크? 핵심은 보안이다”

양현미 GSMA CSO "700Mhz 주파수도 보안 관점 고려해야"

일반입력 :2015/03/03 10:16

<바르셀로나(스페인)=박수형 기자> “핀테크 시대, 통신사의 역할은 시큐리티(보안)”

지난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MWC 2015의 최고 화두 가운데 핀테크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 온갖 논의는 많지만, 명확한 실체가 없다는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MWC를 주최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보안을 강조해 주목된다. MWC 현지 취재 기자단과 만난 양현미 GSMA 최고전략책임자(CSO)는 핀테크를 언급하면서 보안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양현미 CSO는 KT 최초의 전무급 여성 임원 출신으로 통합고객전략본부장을 역임했고, KT 재직 이전에는 신한은행에서 마케팅전략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핀테크의 최고 전문가라고 해도 무방한 양현미 CSO가 핀테크 열풍 자체에 무게를 싣지 않고, 결국 보안이 답이라고 말해 주목된다. 특히 지금의 핀테크로 불리는 일을 했던 이의 경험담이 녹아든 터라 더욱 그렇다.

양현미 CSO는 “요즘 들어서 핀테크란 말로 재포장되고 있지만, 모바일 결제나 모바일 뱅킹은 15년전부터 모든 통신사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고 해왔던 부분”이라며 “성공이나 혹은 실패 사례는 한국에도 많고, 가까운 시기에는 NFC로 추진하던 붐도 있었다”며 회고했다.

KT 재직 시절 지금의 핀테크 사업 부문을 맡았던 점을 이야기 한 것.

그는 이어 “5~6년이 지나서 돌아보면 통신사란 회사들은 고객이 어떤 불편을 겪고 있고 그걸 해결하겠다고 출발하기 보다는 우리가 이런 기술을 가지고 있으니 따라오라는 식으로 일을 진행한다”며 “이런 분위기에 익숙한 통신사들은 결국 최종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와 다시 생각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커머스는 여전히 중요한 영역인데 모바일 지갑, 모바일 머니 같은 것들은 통신사들이 공동으로 만들고 해야 한다”며 “애플페이가 나오고 미국 통신사들이 기대던 소프트카드라는 회사를 구글이 인수하듯이 지각 변동이 일어났는데 (통신사들이) 예전 모델로 계속 갈 수 없다는 자각을 하고 시큐리티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 패권이 통신을 비롯한 테크놀로지 업계로 들어오느냐 마느냐의 이야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결국은 돈을 주고 받는 일들이 기술 발전에 따라 ICT 업계로 오게 돼 있고, ICT 업계는 디지털 금융 시대에 맞는 보안을 준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양 CSO는 “시큐리티는 사실 은행권들이 잘하는데 디지털 환경에서는 잘 못한다”면서 “통신사들이 디지털에서는 잘 하고 있고 역할을 할 수 있으면서 파트너로서 금융기관이 원하는 것도 분명히 있다”고 말을 이었다.

아울러 “최근 핀테크 논의 추세를 보면 모바일뱅킹이나 모바일페이 하나만 가지고 나올 수 없고 SNS 기반으로 페이먼트(결제)나 머니를 결합하는 식”이라며 “소비자의 라이프 니즈(수요)가 있는 곳 또는 네트워크 기반이 있는 곳에 부가기능으로 무엇을 얹어줄까 고민할 때가 이제는 됐다”고 조언했다.

그 무엇인가가 바로 ‘보안’이라는 설명이다.

보안에 대한 중요성은 핀테크에 그치지 않았다. 최근 국내에서 업계를 뛰어넘어 정치권까지 화두가 되고 있는 700MHz 주파수 할당에서도 같은 논조로 의견을 펼쳐 나갔다.

최근 GSMA 내에 주파수 전략을 논의하는 주파수 전략관리 소그룹(SSMG)은 700MHz 주파수 대역을 통신용으로 써야 한다고 결의하고 국제전권회의(ITU)에 이같은 내용을 제안키로 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을 두고 양현미 CSO는 “디지털 시대에는 보안이 정말 중요하다”면서 “통신사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보안을 많이 보장하기 때문에, (황금주파수 대역에서) 이런 것을 해줄 수 있는게 누구냐고 생각하면 통신사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요즘 들어 워낙 다른 산업 플레이어들이 통신 쪽으로 진입하다보니 주파수 이슈가 많다”면서도 “(700MHz 주파수 통신용 할당 문제는) 괜찮을 것 같다, 잘 될 것 같다”고 단호히 말했다. 이밖에 통신사들이 최근 가장 큰 고민을 하고 있는 최근 애플 아이패드의 통신 방식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아이패드 LTE 버전 가운데 지난해 처음으로 임베디드 유심칩 탑재 방식이 나온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유심(USIM, 범용가입자식별모듈)이란 무선통신 서비스 가입자의 정보를 싣는 것으로 세계 각국 정부와 통신사의 주도로 표준을 정해왔는데, 애플이 이를 독자적인 방식을 택했다. 아이패드의 경우 통신 시장에서 큰 파급은 없지만, 아이폰으로 넘어올 경우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양 CSO는 “기존 유심은 탈착형인에 애플은 애초에 기계에 탑재를 시켜서 통신사를 스위칭(임의로 바꿀 수 있게) 가능토록 했는데 통신사에 큰 위협이 된다”면서 “사물통신(M2M)에서는 임베디드심이 좋은 방안이 될 수 있지만, 애플 아이패드처럼 범용 단말 제조사가 이 방식을 택하면 통신 단에서 보안을 관리할 수 없게 되는 큰 위험이 도사린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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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임베디드심 방식에도 표준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는 “표준이 없으면 통신사와 벤더, 칩셋 회사 들이 각자가 자기 방식을 내면서 균열 조짐이 일어나고 이는 산업 전체가 정체될 수 있다”며 “통신사들이 산업 전반이 지속성장을 할 수 있도록 안정된 기반을 만들자는데 동의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