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강력 망중립성, 언제부터 적용되나

FCC, 여론수렴 거쳐야…소송 땐 또 다른 혼란 불가피

일반입력 :2015/02/27 08:53    수정: 2015/02/27 09:2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터넷 사업자(ISP)들에게 커먼 캐리어 의무를 부과하는 망중립성 원칙이 바로 적용되는 걸까?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26일(현지 시각) ISP를 통신법 706조의 타이틀2로 재분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가결했다. 이날 전체 회의에서 공화당 출신 위원들의 격렬한 반대를 뿌리치고 톰 휠러 위원장의 제안을 3대 2로 통과시켰다.

이 규칙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미국 ISP들은 망 차별을 할 수 없게 된다. 유선 통신사업자와 같은 수준의 커먼 캐리어 의무를 지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FCC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고 해서 망중립성 원칙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망중립성에 찬성하는 민주당 위원들이 수적으로 우세한 FCC 전체 회의 통과보다 더 험난한 과정이 기다리고 있다.

■ 이제 NPRM 준비…R&O 등 거쳐야 할 과정 많아

일단 FCC 규칙 제정 절차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FCC는 규칙을 제정하기 위해 크게 세 단계를 거친다. ▲질의공고(NOI) ▲규칙제정공고(NPRM) ▲보고서 및 명령(R&O) 등이 바로 그것이다.

NOI는 통상적으로 새 규칙을 제정하기 위해 의견을 구하는 단계다. 이 단계를 거친 뒤에야 새 규칙을 고지하게 된다. 그 단계가 바로 NPRM이다. FCC가 이날 전체 회의에서 결의한 것은 NPRM을 위한 절차다.

전체회의에서 입장 통일을 한 FCC는 곧바로 NPRM을 하게 된다. 새롭게 도입할 망중립성 원칙을 일반 대중들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NPRM을 한 뒤에는 의견 수렴 단계를 거친다. FCC는 지난 해 5월 급행회선 도입을 골자로 하는 망중립성 원칙을 제안한 뒤에는 2개월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다. 이번에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2개월 가량 수집된 의견과 자료를 최종적으로 정리한 뒤에는 최종 규칙을 확정한다. 그것이 바로 R&O다.

따라서 미국에선 앞으로 2개월 여 동안 FCC의 새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열띤 공개토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많다. 주요 통신사들도 여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 더 부담스러운 것은 공화당-통신사업자의 반격

하지만 FCC가 더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다른 쪽에 있다. 컴캐스트를 비롯한 케이블 사업자들의 거센 로비와 망중립성에 반대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반격이다.

실제로 미국 의회에선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FCC의 망중립성을 무력화하려는 행보가 본격화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망사업자에 대한 타이틀2 규제를 무력화하는 법안을 제출한 것.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FCC의 망중립성 원칙은 사문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 못지 않게 부담스러운 것은 통신사들의 소송 가능성이다. 실제로 FCC는 지난 2010년 망중립성 원칙을 규정한 ’오픈 인터넷 규칙’을 마련했다가 항소법원에서 패소하면서 사문화시킨 아픈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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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C 역시 소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당초 작년말까지 새 망중립성 원칙을 제안하려고 했던 FCC가 해를 넘기게 된 것도 소송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따라서 미국의 인터넷 이용자들과 시민단체들이 강력하게 지지하는 FCC의 새 망중립성 원칙은 이제 첫 발을 내디딘 것에 불과하다. 앞으로 전개될 각종 공방에서 FCC가 어떤 실력을 발휘하는 지에 따라 ‘오픈 인터넷’이란 거대한 원칙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