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모바일 놀이터 ‘쨉’이 뜨는 이유

"사진·동영상으로 '순간'을 즐긴다"

일반입력 :2015/02/23 15:57    수정: 2015/02/23 16:28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인기 이후 최근 젊은 층 사이에서는 쉽고 빠르게 공유하고 삭제하는 의사소통 방식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카톡의 등장으로 친구·가족 등과 수다 떨기에 집중하던 이용자들은 사진이나 동영상을 기록함으로써 감성을 교류할 수 있는 페이스북을 즐기게 됐고, 이제는 인스턴트 메신저에 새로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모바일 메신저와 SNS는 스마트폰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서비스들 중 하나지만, 다시 한 번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의 진화를 이끌 새로운 세대와 서비스가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수시로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하면서도 삭제하는 것을 하나의 재미로 여기는 10대들이 SNS 트렌드의 변화를 이끌 새로운 세대로 떠오른 것. 나아가 최근 출시된 사진 메신저 '쨉(Zap)'이 10대들의 특성에 충실한 서비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쨉은 많은 10대들이 메신저와 SNS에 올린 사진이나 게시글을 당일 삭제하는 경우가 생각 이상으로 빈번하다는 점에 착안돼 개발됐다. 이 앱은 방금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있어야만 대화를 시작할 수 있고, 24시간이 지나면 내용이 모두 삭제된다.

기성세대는 쨉이 낯설 수 있지만, 스냅챗·인스타그램·바인 등과 함께 10대에게는 자연스러운 재미요소들을 담은 색다른 서비스로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의 내 모습 “쓰지 말고 일단 찍어”

쨉은 사진이나 동영상이 있어야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스마트폰 갤러리에 저장돼 있거나 웹서핑으로 얻은 이미지는 올릴 수 없다. 쨉 내에 있는 카메라 버튼으로 바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만 가능하다.

쨉은 지금 어디에 누구와 있는지, 어떤 옷을 입고 무얼 먹고 있는지, 일일이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사진과 동영상에 담은 모든 것이 현재의 나를 표현한다.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을 기반으로 쨉 친구들과 댓글을 주고받으며 대화할 수 있다. 다양한 스티커를 이용해서 감성을 표현하는 것도 가능하다. 일반적인 메신저 대화방과 달리, 각각의 사진과 동영상을 주제로 대화공간이 열리는 형태다.

현재 지나는 정류장 이름을 찍어 올려서 친구에게 약속 장소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알려주고, 방안 사진을 찍어 올려서 늦은 밤 안전하게 귀가했음을 남자친구에게 보고하는 등 멀티미디어 기반으로 대화에 익숙한 10대들에게 안성맞춤 서비스다.

■긴말 없이 콕! 찌르면 다 안다

쨉 친구들에게는 “지금 뭐해?”라고 물어볼 필요 없이 쨉을 날리면 된다. 친구에게는 쨉을 받았다는 알림이 보이고 이를 선택하면 해당 쨉방으로 바로 연결돼 받은 쨉 수를 확인할 수 있다.

받은 쨉에 응답하려면 쨉방 상단에 위치한 카메라를 이용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하면 된다. 쨉을 받은 친구가 햄버거 사진을 올리면 다른 친구들이 각각 떡볶이, 라면, 피자의 사진을 올리는 식으로 지금 먹고 있는 음식에 대해 글자 없이 대화하는 것도 쨉이라서 가능하다.

실제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친구들로부터 받은 쨉이 하나둘 쌓이는 게 신경 쓰이고 자꾸 응답하고 싶게 만드는 쨉의 중독성에 대한 반응이 많다. 심심할 때, 친구가 뭘 하고 있는지 궁금할 때, 호감 가는 이성의 반응이 궁금할 때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하며 말걸 핑계를 생각하지 않고 쨉 날리기를 하면 간단하다.

■오늘 대화는 오늘까지만

방금 찍은 사진이나 동영상은 모바일 메신저 대화방에서도 공유할 수 있다. 보다 공들여 촬영하고 꾸민 후 함께 적을 문구까지 고민해서 SNS에 올리면, 친구들의 댓글과 공감수를 살펴보거나 시간이 지난 후 추억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럼에도 쨉이 매력적인 이유는 사진과 동영상을 올린 후 딱 24시간만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삭제도 하나의 재미'라고 느끼는 세대를 움직이는 것이 주요 특징이다. 올라온 지 하루가 지난 사진과 동영상은 바로 쨉에서 사라진다.

쨉은 순간의 이슈를 사진과 동영상으로 계속 나눔으로써 삭제된 과거 콘텐츠의 자리를 채우게 된다. 남기고 싶은 사진이나 동영상은 SNS에 기록하고, 지금이어야 의미 있는 것들은 쨉에서 나누고 지워버리는 식이다. 삭제되기 1분전에 친구의 댓글이 달려도 기약 없이 지워지기 때문에 빨리 확인하고 적극적으로 반응하도록 만드는 것이 하나의 재미요소다.

■테마방으로 '대동단결'

쨉 친구가 아니어도 사진과 동영상을 나눌 수 있다. 모든 쨉 사용자가 참여할 수 있는 테마방이 있기 때문이다. 트렌드·취미·관심사 등을 주제로 새로운 테마방들이 기습적으로 개설되는 까닭에 항상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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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방의 모든 콘텐츠 역시 게재 후 24시간이 지나면 삭제된다. 쨉 서비스출시 당시부터 함께 개설됐던 '맛집 탐방 생생 먹방'에는 대한민국의 온갖 먹거리들이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친구가 아니라도 수많은 쨉 이용자들이 지금 이 순간 어떤 음식을 먹고 있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평소 꼭 먹어보고 싶던 음식사진을 발견하면 댓글로 가게 위치나 음식조리법 등을 문의해볼 수 있다. 단골식당의 '오늘의 메뉴'나 평일 특가 이벤트 등을 찍어서 쨉 이용자들과 공유하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