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세탁기 전쟁’ 세가지 쟁점

고의성 여부 놓고 180도 다른 시각차 드러내

일반입력 :2015/02/16 19:01    수정: 2015/02/17 10:05

이재운 기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탁기 파손’ 사건을 놓고 마치 끝을 모르고 마주 달리는 폭주기관차 처럼 내달리고 있다.

양 측은 핵심 쟁점인 파손의 고의성 여부와 함께 삼성전자 직원의 목격, 파손 정도 등 3가지 사항에서 180도 다른 시각차를 보이며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16일 오전 LG전자가 유튜브를 통해 사건 당시 독일 현지 매장 CCTV 영상 일부와 조성진 H&A사업본부 사장 명의의 성명을 발표하자 늦은 오후 삼성전자가 이를 다시 반박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두 회사가 주장하는 쟁점 사항을 정리했다.

■고의성 여부 “통상적 테스트” vs “고의가 아니면 뭐냐”

삼성전자는 조 사장이 힘을 싣고 무릎을 굽혀가며 세탁기 도어를 세 차례 누른 것에 대해 “분명한 목적(고의성)을 담고 있는 파손행위라는 것이 저희의 생각”이라며 고의성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검찰 또한 이 같이 보고 조 사장을 기소했다.

그러나 LG전자와 조성진 사장은 이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조 사장은 영상을 통해 “제가 엔지니어로서 그 동안 (이번 처럼)시험해 본 제품만 50대 이상”이라며 “이 같은 실험은 다른 제조사나 홈쇼핑 진행자 등도 일반적으로 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직원, 봤다? 못 봤다?

현장에 있었던 삼성전자 직원(프로모터)의 목격 여부에 대한 점도 첨예하다. 삼성전자 측은 “조성진 사장이 세탁기 도어를 파손할 당시에는 우리 측 직원들은 문제가 된 세탁기와 떨어진 곳에서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상황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제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조성진 사장은 이에 대해 “저와 함께 출장을 갔던 일행들은 물론 수 많은 일반인들도 함께 있었고 바로 옆에서 삼성전자의 직원들이 지켜보고 있었다”며 “만일 제가 고의로 세탁기를 파손했다면 무엇보다 삼성전자 직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실제 피해제품 아니다” vs “파손 형태 다른 점 해명해야”

삼성전자는 LG전자가 이날 오전 공개한 영상 속에 등장하는 세탁기 문짝을 고정하는 힌지 불량 가능성에 대해 “동영상에서 증거로 제시된 동영상은 독일에서 파손된 세탁기를 촬영한 것이 아니라, 모 방송사가 국내 백화점에서 촬영한 정상제품”이라고 주장했다. LG전자가 잘못된 비교 대상을 들고 와 사실을 호도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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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정면으로 반박한다. LG전자 측은 삼성전자가 제출한 사진에서 (파손된)도어로 인해 문짝 고리 부위에 찍힌 자국이 우리가 같은 조건에서 실험한 자체 결과와는 상당히 다르다고 반박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3일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독일 베를린 슈티글리츠 매장에서 자사 드럼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후 공방전 끝에 조 사장은 검찰 소환조사에 응해 두 차례에 걸쳐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고, 검찰이 결국 고의성이 있다는 판단 하에 조 사장과 조한기 LG전자 상무, 전 모 상무 등을 불구속 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