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대구 삼성 창조경제혁신센터 가다

확대 개소 이후 5개월 성과도 속속

일반입력 :2015/02/12 18:27    수정: 2015/02/12 18:27

정현정 기자

‘자동차 앞유리에 대화면 고화질 스마트 헤드업디스플레이(HUD)를 구현해주는 초소형 프로젝터 (에픽옵티스)’

‘40dB 이하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난청환자를 위해 5분의 1 수준의 가격으로 보청기를 대체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이어폰 (사운드브릿지)’

‘변기에서 악취를 뽑아내 물로 녹여내는 탈취 기능을 접목한 비데 (수하우스)’

대구에 자리잡은 삼성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사업화되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아이디어다. 지난해 9월 삼성과 대구시의 도움으로 출범한 후 확대 개소 5개월을 맞은 이 곳은 18개 스타트업의 창업 열기를 바탕으로 하나 둘 성과를 이뤄내며 지역 벤처 기업들의 창업 산실로 자리잡고 있다.

12일 지디넷코리아가 찾은 대구 동구 무역회관 내 창조경제혁신센터 1층에 마련된 '아이디어 카페'에서는 마침 미국 시장 진출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코리아이노베이션센터(KIC) 실리콘밸리’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이 열리고 있었다. 센터에 입주해 있는 에픽옵티스를 비롯한 6개팀이 이날 영어로 진행되는 프레젠테이션에 참여했다.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해 맺은 창조경제업무협약(MOU)의 일환으로 탄생했다. MOU를 통해 삼성이 약속한 첫 번째가 창업보육프로그램인 오픈이노베이션센터 전수를 통한 지역 벤처 육성이다. 이를 위해 삼성과 대구시는 총 200억원 규모의 C펀드를 조성했다.

지난해 11월 입주 기업을 모집하기 위한 공모전에는 무려 3천719개 사업 아이디어가 몰렸다. 최종 선정된 18개팀은 이 곳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총 6개월 간 창업지원금 2천만원을 포함해 최대 5억원의 자금지원 뿐만 아니라 전문가의 1:1 멘토링, 삼성벤처투자를 통한 투자자 연결의 기회를 비롯해 별도 사무공간이 제공된다.

18개팀에는 고등학생부터 재창업을 꿈꾸는 50대 벤처기업까지 나이와 직업군이 고르게 구성돼 있으며, 향후 해외 진출을 고려해 외국인이 포함된 팀도 있다.

대구 무역회관 13층에 마련된 사무공간은 각 팀을 구분하기 위해 마련된 칸막이를 제외하고 모두 오픈 형태로 이뤄졌다. 삼성 멘토와의 소통은 물론 각 팀 들간의 자유로운 소통을 통해 아이디어를 활성화 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곳에 입주한 스타트업들은 공통적으로 삼성의 ‘멘토링’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장점 일순위로 꼽았다. 삼성전자에서 파견된 두 명의 부장급 멘토들이 상주하며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함께 해결하고 있고, 담임 멘토 외에도 지원한 과제와 가장 밀접한 분야의 기술 멘토가 1:1 매칭된다. 이를 통해 기본적인 사업화 전략부터 특허 등 법률 문제, 공동마케팅까지 지원이 이뤄진다.

김동하 에픽옵티스 대표는 “우리처럼 사업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체험을 통해서 경험한 것을 복습하는 기회이고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사업계획서 작성하는 방법부터 사업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기본적인 교육을 받고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아 수도관 파이프의 녹발생을 원천 차단하는 배관이음구인 ‘악어조인트’를 개발 중인 준성이엔씨의 박준우 대표는 “삼성의 도움으로 마케팅 전략이 많이 바뀌었다”면서 “(기존에는 접근이 어렵던)대형 건설사도 유통채널로 확보할 수 있게 됐고 3년 내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벌써 사업화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변기에서 악취를 뽑아내 물로 녹여내는 탈취 기능을 접목한 비데를 사업화하려는 수하우스(대표 김상규)는 노비타와 연계해 악취 제거가 가능한 비데를 개발 중이다. 고등학생들이 주축이 된 ‘크레센트’는 학생들이 등교하면 자동적으로 외부와 망이 차단되고 선생님과의 모바일 메시징과 출결 사항 등을 알림받을 수 있는 ‘스쿨런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으로 오는 6월 프로토타입을 내놓을 예정이다.

친환경 전기 2·3륜차를 만드는 그린모빌리티는 우정국 배달차량 시범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이 박근혜 대통령과 약속한 대구창조경제단지 조성 사업도 첫 발을 뗐다. 대구 북구 침산동에 공터로 남아있던 구(舊) 제일모직 부지는 내년 말이 되면 IT, 소프트웨어, 섬유 분야의 신생 스타트업과 벤처 기업의 창업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과 대구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 창조경제단지로 재탄생된다.

현재 대구무역회관에서 운영 중인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이 곳의 대표시설들이 들어서는 ‘창조경제존’으로 이동해 지상 5층, 지하 1층 규모로 새롭게 건립된다.

마침 창조경제단지 부지를 방문한 2월 12일은 삼성을 창업한 호암 이병철 회장이 탄생한지 105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창조경제단지에는 1938년 '사업보국(事業報國)'의 뜻을 펼치기 위해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병철 회장을 추억하기 위한 시설도 곳곳에 들어선다.

1954년 제일모직 설립 당시 미용실과 목욕실, 독서실, 스팀 온수기 등 당시로서는 최첨단 시설로 화제를 모았던 여직원 기숙사는 원형을 보존하고 리모델링해 미술 소품과 공예품을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공방과 카페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이 곳은 삼성의 창업이념인 '인재제일'의 표상으로 이병철 회장이 여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마련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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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모직 사무실로 쓰이다가 지난 1996년 제일모직이 구미로 이전하면서 건물만 남은 본관 동은 창업기념관으로 리모델링 될 예정으로 이병철 회장의 집무실과 창업홀, 제2창업홀, 영상관 등을 갖춰 삼성의 탄생과 역사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이병철 회장이 처음 사업을 시작했던 ‘삼성상회’ 건물도 이 곳으로 옮겨온다. 이번에 원형을 복원해 창업 당시의 생산·판매설비, 제품 등을 전시한다. 원래 대구 인교동에 있던 삼성상회 건물은 지난 1997년 해체됐지만 보관하고 있던 자재를 그대로 이용해 복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