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TV 도청 논란…삼성 "사실 아니다"

음성인식 개선 목적…삼성 "제3자 무단 제공 NO"

일반입력 :2015/02/10 18:24    수정: 2015/02/11 07:36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갑자기 불거진 스마트TV 도청 논란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삼성전자 스마트TV가 사용자들의 음성 정보를 수집해 제3자에게 전송한다는 문구가 담긴 개인정보보호정책이 문제가 됐다.

미국과 유럽의 외신들은 이 약관을 문제 삼아 삼성전자 스마트TV가 이용자들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며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이에 대한 해명을 내놨다.

삼성전자는 스마트TV 사생활 침해 논란과 관련 10일 우리는 소비자 정보보호에 대해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서 스마트TV의 음성 인식 기능은 사용자의 동의에 의해 사용 가능하며 사용자의 음성정보는 제3자에게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이번 논란은 미국의 온라인 매체인 더데일리비스트가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실린 개인정보보호정책 중 스마트TV 관련 조항을 보도하면서 불거졌다.

스마트TV 내 음성인식 기능과 관련된 개인정보 취급 관련 정책을 담고 있는 이 약관에는 음성인식 명령은 필요한 경우 문자로 바뀌어 제3자에게 제공될 수 있다는 내용과 사용자의 음성에 포함되는 사적인 내용이나 다른 민감한 정보가 데이터로 수집돼 제3자에게 전송될 수 있다는 주의 문구가 담겨있다.

외신들은 사적이거나 민감한 정보'가 '제3자에게 전송'될 수 있다는 문구를 들어 삼성전자 스마트TV 사용자들이 TV 앞에서 나눈 민감한 대화내용이 외부로 전송될 수 있다며 의혹을 집중 보도했다.

영국 BBC는 이를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에 빗대 보도했으며, 미국 전자프론티어재단(EFF)의 한 활동가도 삼성전자 스마트TV를 '1984'에서 외부 당원들을 감시하는데 쓰이는 텔레스크린에 비유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테크크런치, 더버지 등 IT 전문매체들까지 일제히 비난에 가세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같은 개인정보 수집은 스마트TV의 음성인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약관에 포함된 '제3자'는 삼성전자의 음성인식 기술 협력사인 '뉘앙스'를 말한다. 사용자의 모든 음성 정보는 암호화되어서 뉘앙스에 전송되며 음성인식 엔진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된다. 개인정보보호정책에도 이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에 따라 채널 변경을 할 때 7번 좀 틀어줘, 7번으로 돌려, 7번 등 다양한 명령어를 사용할 수 있다. 모든 사용자가 반드시 7이라고만 말해야 한다면 음성인식 기능의 편의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 뉘앙스는 이렇게 다양한 사용자의 명령어를 분석해 음성인식 엔진의 품질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문구에 포함된 민감한 개인정보는 명령어를 전송하는 과정에서 음성명령과 직접적으로 관련 없는 대화내용도 함께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포함된 주의사항에 가깝다. 이같은 약관은 구글이나 애플 등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하는 타사 제품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기업들은 '주의 문구'를 넣지 않아 생기는 법적인 문제 등을 방지하기 위해 관련 상세한 주의사항을 약관에 포함시킨다. 수년 전 미국에서는 한 할머니가 젖은 고양이를 넣고 전자레인지에 돌렸다가 고양이가 죽자 가전제품 회사에 소송을 건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 전자업체가 제품설명서에 ‘생물을 넣지 말라’는 안내 문구를 넣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삼성전자는 이 외에 음성인식 내용을 제3자에게 무단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성이 수집되기를 원치 않는다면 음성인식 기능을 이용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해당 기능은 사용자가 수동으로 음성인식 기능을 사용할 때만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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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논란에 대해 실제 해킹 시도 사례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보안 관련 프로토콜을 준수하고 있지 않다거나 기술적인 취약점이 발견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약관의 문구만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것은 다분히 악의적인 의도로 보인다면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려면 보안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번 논란은 위험성을 과장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지디넷은 스마트TV 도청논란이 너무 부풀려졌다(overblown)고 꼬집으면서 스마트 기기를 통해 수집된 개인정보가 자체 데이터 센터나 제3자에게 전송될 수 있지만 이를 무단으로 광고 등에 활용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으며 이 과정에서 데이터가 안전하게 전송되는지 여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