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N 주도권, 개발사→수요기업으로 이동"

권원상 브로케이드코리아 대표 인터뷰

일반입력 :2015/02/09 18:34

국내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과 네트워크기능가상화(NFV) 시장은 이제 기업들이 도입과 활용을 논하는 단계로 진화했다는 것이 업계 설명이다. 네트워크 기술 시장 흐름은 수요처보다 기술 및 제품 개발을 주도하는 공급업체의 움직임에 좌우되는 부분이 컸는데,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권원상 브로케이드코리아 대표는 SDN과 NFV 기술 활용 여부가 기술 공급 업체보단 수요 기업의 의지와 역량에 더 많이 좌우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올해 국내서는 이런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도입에 대한 수요 기업들의 의지가 강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수요처 중심의 발전과 확산은 오픈소스 기술의 주요 특징이다. 브로케이드는 과거 스토리지영역네트워크(SAN) 및 이더넷(LAN)용 스위치 등 네트워크 장비 공급업체로 알려졌는데, 몇 년 전부터 오픈소스 SDN 기술 커뮤니티에 참여하면서 네트워크 세계의 '레드햇'이 되겠다고 공언해 관심을 모았다. (☞관련기사)

네트워크 세계에서 레드햇과 같은 존재가 되기 위해 브로케이드는 소프트웨어 관련 사업을 강화해왔다. SDN컨트롤러 프로토콜 표준화 커뮤니티 '오픈플로'의 표준 지원과, SDN컨트롤러를 포함한 프레임워크 개발 협력체 '오픈데이라이트' SDN컨트롤러 개발 투자 및 상용 유료 버전 출시가 여기 포함된다.

권 대표는 올해 사업 계획에 대해 우리 네트워크 제품군은 크게 SAN과 LAN, 2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LAN의 경우 다시 '하드웨어'와 'SW'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며 하드웨어군이나 SAN 쪽 전반은 기존대로 하고, SW쪽은 당장 성과를 기대하기보단 잠재된 가능성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출시된 '비아타 SDN컨트롤러'와 이를 포함한 '비아타플랫폼'이 브로케이드 SW사업의 핵심이다. 비아타 컨트롤러는 오픈데이라이트 커뮤니티를 통해 제공되는 오픈소스 버전 SDN컨트롤러와 같은 소스코드에 기반해 만들어지는데, 브로케이드는 이 기술의 활용을 돕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브로케이드코리아도 비아타플랫폼과 SDN컨트롤러 기술에 관심이 많은 고객사를 상대로 SDN 및 NFV 도입 관련 기술 테스트를, 몇몇 고객사와는 심도있는 개념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당장 큰 수익은 안 돼도 기술이 확산된 이후 부가가치가 높은 SW사업의 특성을 감안해 멀리 보고 뛰고 있다는 설명이다.

권 대표는 비아타컨트롤러는 유료지만 매우 저렴하고 1년간은 무료로 제공하는 만큼, 연내 큰 수익을 기대한다기 보다는 (올해는) 시장 창출에 의미를 둔다며 다만 호주 고객사례처럼 실제 운영망에 비아타컨트롤러를 연동하는 단계로 이어질만한 논의가 시작된 곳도 있다고 언급했다.

브로케이드코리아가 상대하는 고객사 중에 비아타컨트롤러로 SDN과 NFV를 실제 운영망에 연동시켜 성능과 기능을 검증하는 단계까지 온 곳은 아직 없다. 다만 비아타컨트롤러를 무료로 쓰다가 구체적인 지원 요청이 올 수 있고, 그러다보면 제대로 된 프로젝트로 연결될 가능성이 커진다는게 권 대표의 얘기다.

공급과 사후지원에 초점을 맞춘 하드웨어 판매 업체 입장에서 이것은 쉽지 않은 비즈니스다. 그냥 SW도 아니고 국내에서 고객 인심이 박하다고 소문난 오픈소스 분야라 더 그럴 수 있다. 한국은 브로케이드의 롤모델인 레드햇이 상대적으로 고전하는 몇 안되는 시장이기도 하다. 브로케이드가 파트너를 강조하는 이유다.

권 대표는 국내서 오픈소스 SW 사업이 만만찮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과거보다 오픈소스를 이해하는 고객이 많아졌다며 브로케이드코리아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 채널 파트너와 별개로) 한국레드햇 사업 파트너로 오픈소스 SW 사업 경험이 많은 '펜타링크'같은 곳과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브로케이드코리아는 펜타링크를 유일한 파트너로 삼지 않고, SW사업을 함께 할 다른 파트너도 확대할 방침이다. SW사업 파트너의 경우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건드릴 실력을 갖춰야 한다. 기존 하드웨어 중심 파트너들 입장에선 인적 투자가 불가피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기존 하드웨어 파트너 입장에서 SW사업에 함께 뛰어들기 어려운 건 단지 투자부담 때문만은 아니다. 파트너 입장에선 고객 성향, 매출 발생 흐름이 하드웨어 공급업과 상당히 다른 SW사업을 추진할 경우, 기존과 판이한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두려움을 느낀다는 게 권 대표의 해석이다.

권 대표는 지금 하드웨어 하던 분들이 (비아타 컨트롤러를) 좋은 솔루션이라고 이해하곤 있지만, SW 제품을 다룰 때 매출에 미칠 영향 등에 따른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SDN이든 NFV처럼 우리가 '뉴IP'라 부르는 영역은 과거 해왔던 (공급자 위주의) 사업 형태와 방식과는 달라졌다고 평했다.

권 대표가 지적하는 SDN과 NFV 사업 방식은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 활용에 대한 고민을 수요처에서 먼저 구체화하고, 필요한 기술을 전문 공급 업체에 요구하는 흐름에 대응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그는 이를 'SDN과 NFV 시장에서 벤더에게 있었던 주도권이 고객으로 넘어갔다'고 표현했다.

예를 들어 통신사들은 현재 SDN이나 NFV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 요소를 1부터 10까지 단계별로 열거한다. 브로케이드같은 회사는 그중 몇 단계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한다. 전체가 가능한 경우는 드물다. 나머지는 통신사가 개발을 요구하거나, 오픈소스에 투자해 직접 만들게 된다.

권 대표는 AT&T가 SDN과 NFV에 투자 중인데 모든 프로젝트를 AT&T가 세세하게 챙긴다, 직접 전체 그림을 그려 놓고 솔루션 개발업체에게 특정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묻는다며 과거엔 AT&T가 아니라 시스코같은 데가 좌지우지 했는데 성격이 바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내 회사들(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역시 SDN과 NFV 쪽으로 내부 연구를 하고 있는데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며 전문업체의 보조를 받을 수 있다며 일부 그룹사 역시 대형 조직이라면 비슷한 방향으로 기술 도입을 논의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브로케이드코리아는 이런 점에서 국내 시장 분위기와 본사의 SDN 및 NFV 영역 진출 타이밍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SDN과 함께 코어, 애그리게이션, 엣지 3개 계층으로 나뉘던 이더넷 네트워크 인프라를 단순화하는 '네트워크패브릭' 기술 분야의 차별화 메시지도 함께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브로케이드코리아의 채널 생태계 구도에는 올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텔레콤, 텍셀레콤 등 기존 하드웨어 총판을 상대로 한 공조 체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부터 브로케이드 솔루션을 주제로 한 파트너 교육이 6회 가량 이뤄진 것도 그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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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는 브로케이드는 올해 SW기술과 IP네트워크에 SAN의 안정성, 프로비저닝 이점을 접목해 관리 및 비용효율 우위를 실현한 (브로케이드의 네트워크패브릭 기술) 'VCS패브릭'을 가지고 '뉴IP'로 불리는 시장을 창출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라며 차별화 요소를 계속 알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브로케이드코리아는 SDN과 NFV 분야에서 오픈소스 기술에 대한 지원 확대 여부를 놓고 본사와 논의 중이기도 하다. 유료 제품 및 기술지원 서비스 공급과 별개로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기여하는 회사로서 커뮤니티 활동 관련 투자 요청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1분기 중 본사 협의로 결정된 사항이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