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우버, 차량서비스 격돌? "천만에"

"직접 경쟁" 보도는 성급…구글, 기반 마련에 더 관심

일반입력 :2015/02/04 09:38    수정: 2015/02/04 10:1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친근한 사이를 유지했던 구글과 우버가 경쟁 관계로 바뀌는 걸까? 최근 구글이 차량 공유 서비스를 추진하고 우버가 무인 자동차 개발을 선언하면서 두 회사 사이에 전운이 감도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과연 그럴까? 결로부터 얘기하자면 지금 당장 두 회사 사이가 벌어질 것이란 진단은 다소 성급한 것 같다. 구글의 각종 연구가 아직까지는 실험실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또 구글의 차량 공유 앱 역시 보도와 달리 내부용이란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이나 IT 전문 매체 더버지 등도 구글과 우버의 직접 경쟁 가능성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논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더버지는 3일(현지 시각) 구글과 우버가 지금 당장은 무인자동차와 차량 공유 서비스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일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했다.

■ WSJ 구글 차량 공유 앱은 내부 직원 카풀용

구글과 우버가 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는 지난 2일 블룸버그가 보도하면서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데이비드 드루먼드 구글 부사장이 우버 이사회에서 구글의 차량 공유앱 개발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드루먼드는 현재 우버 이사회 멤버다.

드루먼드가 우버 이사회에 합류한 것은 두 회사 간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다. 구글이 지난 2013년 투자 자회사인 구글 벤처스를 통해 우버에 2억5천800만달러를 투자한 것. 이후 드루먼드가 우버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계속 유지했다.

블룸버그는 드루먼드로부터 구글의 차량 공유 앱 개발 소식을 전해 들은 우버 이사회가 고민에 빠졌다고 전하고 있다. 우버 이사회가 드루먼드를 이사회에서 빠지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일부 언론들은 이 소식을 전하면서 우버 이사회가 드루먼드 부사장을 내쫓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원 기사의 정확한 뉘앙스는 조금 다르다. 구글의 차량 공유 앱이 우버에 직접 위협이 된다고 판단될 경우 드루먼드를 이사회에서 물러나도록 한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또 구글의 차량 공유 앱은 무인자동차 프로젝트와 연결돼 있다고 보도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가 본격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자금 사정이 열악상 우버의 입지가 굉장히 약해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을 전하는 월스트리트저널 기사 역시 새겨볼 필요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내부용으로 쓰기 위해 차량 공유 앱을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직원들이 카풀용으로 쓰려는 용도라는 것.

따라서 구글의 차량 공유앱은 무인자동차 프로젝트와도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또 우버는 드루먼드 부사장을 이사회에서 쫓아내는 문제에 대해선 관심도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보다는 오히려 드루먼드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할 경우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더 많다고 전망했다.

이런 사실을 토대로 월스트리트저널은 “구글이 우버와 경쟁하기 위해 차량 공유 앱을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는 무책임하게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 구글의 진짜 관심은 기술개발과 규정 변경

또 다른 분석도 눈길을 끈다. 구글의 무인 차량 프로젝트 역시 아직은 상용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따라서 지금 당장 구글의 머릿 속엔 다른 업체와의 경쟁보다는 각종 규제를 푸는 문제가 더 중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더버지는 구글이 지난 2007년 주파수 경매에 참여할 때를 예로 들었다. 당시 구글을 이끌던 에릭 슈미트 회장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무선 주파수 경매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 때 구글은 중요한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 호환 가능한 모든 기기들이 제한 없이 접속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꿔줄 것을 요구한 것. 당시 경매 대상 주파수 대부분은 버라이즌에 돌아갔다.

구글은 주파수 경매에서 승리하기 위해 그다지 큰 힘을 쏟지 않았다. 대신 구글은 그 과정을 이용해 여론전을 펼쳤다는 게 더버지의 분석이다. 그 이후 FCC는 ‘기기 개방 규칙(open device rules)’을 만들었다.

당시 많은 언론들이 구글이 통신사와 직접 경쟁에 나선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정작 구글은 여론을 환기해서 미래 사업을 위한 규칙 변경을 이끌어내는 데 더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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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현재 구글의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도 당시와 닮은 점이 많다고 더버지가 분석했다. 무인 자동차가 본격화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 많다는 것. 사고 처리 문제를 비롯해 필요한 규정들이 한 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현재 그 모든 규정들은 제대로 정비돼있지 않다.

더버지는 오히려 구글이 무인자동차 프로젝트를 강하게 밀어부치는 것이 우버에게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규정을 비롯해 각종 기술 개발을 선도해줄 경우 도움이 될 가능성이 더 많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