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초고속 인터넷 상향조정…망중립성 변수?

FCC, 다운로드 25Mbps-업로드 3Mbps로 높여

일반입력 :2015/01/30 08:45    수정: 2015/01/30 09:19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초고속 인터넷의 최저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초고속 인터넷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가구 수가 세 배로 늘어났다.

외신들에 따르면 FCC는 29일(현지 시각) 종전 4Mbps였던 초고속 인터넷 다운로드 최저 기준을 25Mbps로 높였다. 또 업로드 속도 역시 종전 1Mbps에서 3Mbps로 상향 조정했다.

바뀐 기준을 적용할 경우 미국의 초고속 인터넷 보급률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더버지에 따르면 현재 미국 가구중 6.3%가 종전 기준인 '다운로드 4Mbps/업로드 1Mbps' 속도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다운로드 속도 최저 기준을 25Mbps로 상향 조정할 경우 13.1%가 추가로 초고속 인터넷을 향유하지 못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톰 휠러 FCC 위원장은 초고속 인터넷 새 기준을 강하게 지지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휠러는 미국인 20%가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 20%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 통신업계 4K 즐기는 데 25Mbps까지 필요없다 반발

미국은 지난 1996년 통신법을 제정하면서 초고속 인터넷 최저 기준을 200kbps로 확정했다. 당시 유행하던 음성이나 데이터 서비스를 받기 위해선 그 정도는 돼야 한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FCC는 지난 2010년 그 기준을 4Mbps(다운로드)와 1Mbps(업로드)로 높였다. 1990년대 말 기준으론 동영상을 비롯한 새로운 콘텐츠를 제대로 향유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

이 기준을 4년 만에 또 다시 높인 셈이다. 외부적인 여건은 충분하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넷플릭스의 초고화질(HD) 스트리밍 서비스 같은 것들을 제대로 보기 위해선 최소한 5Mbps 전송 속도는 보장돼야 한다. 한 때 다운로드 속도 최저 기준으로 10Mbps를 고려했던 톰 휠러 위원장이 25Mbps로 대폭 상향 조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봐야 한다.

물론 통신사업자들은 FCC의 이런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현재 AT&T, 버라이즌 같은 주요 회사들은 아직도 DSL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더버지에 따르면 AT&T는 1천600만 가입자 중 400만, 버라이즌은 920만 가입자 중 260만 명에게 DSL 회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DSL은 FCC의 바뀐 기준을 제대로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현재 AT&T의 DSL 중 가장 빠른 것조차 6Mbps 다운로드 속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라이즌 역시 15Mbps 수준이다. 둘 모두 바뀐 25Mbps에 못 미친다.

미국 케이블통신협회(NCTA)는 지난 주 FCC에 초고속 인터넷 기준 상향 조정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일반 이용자들이 필요로 하는 대역폭을 과장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항의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특히 4K 서비스를 향유하는 데 25Mbps까지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 FCC, 망중립성 여론전 활용 노린듯

FCC의 초고속 인터넷 기준 상향 조정은 표면적으론 변화된 인터넷 환경 반영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다른 맥락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바로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망중립성 문제다.

현재 미국에서는 망중립성 문제를 놓고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FCC는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을 좀 더 강하게 규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내심 백본 망에 대해선 타이틀2로 재분류하는 강력한 규제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타이틀2로 재분류될 경우 유선 사업자와 같은 커먼 캐리어 의무를 지게 된다.

실제로 FCC는 2월 초 새로운 망중립성 원칙을 공개한 뒤 2월 말경에 전체 회의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하지만 그게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ISP들이 소송을 걸어올 것이란 점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FCC가 초고속 인터넷 기준을 상향 조정하려는 것은 이런 현실과 연결해서 바라볼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지난 해 초 FCC의 2010년 오픈인터넷 규칙과 관련한 항소법원 판결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항소법원은 차별금지와 차단금지 부분을 무력화하면서도 망 사업자에 대한 FCC의 규제권한은 인정했다. 초고속 인터넷 보급 확산이란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FCC가 망 사업자에 대한 규제 권한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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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휠러 위원장이 벌써부터 초고속 인터넷을 향유하지 못하는 20%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도 있다.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선 ISP들에게 타이틀2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망중립성 공방에 초고속 인터넷 최저 기준 상향 조정 조치가 어떤 변수가 될까? 2월 FCC 전체 회의를 앞두고 외부 상황은 갈수록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