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위험에 빠진 인터넷

전문가 칼럼입력 :2015/01/26 10:47

조중혁
조중혁

미국은 소련과의 군사적 경쟁에서 승리해 공산주의가 확대되는 것을 막았지만 그들이 원하는 절반의 목표만 달성했다고 생각했다. 체제 경쟁에서 완전한 승리는 그들이 굳게 믿는 자유시장과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이 만든 무기가 절반의 승리를 가져다 준 것처럼 그들이 만든 정보통신기술이 나머지 절반의 승리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믿었다.

1989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런던 길드홀에서 “기술의 발전으로 국가는 국민들이 접하는 정보를 통제하기가 점점 어려워 질것이다. 전체주의라는 골리앗은 마이크로칩이라는 다윗과의 싸움에서 결국 질 것이다” 라는 연설로 그 믿음의 시작을 알렸다. 이 후,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역시도 “인터넷이 중국을 포함해 많은 나라들에게 자유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이야기했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인터넷이 민주주의를 위한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찬양했다.

이런 미국 정부의 믿음은 현재까지도 흔들리지 않고 있어 얼마 전 국내에도 크게 기사화 된 것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진행된 유튜브 스타 ‘행크 그린’과의 인터뷰에서 “(북한과 같은) 정권은 무너진다, 다만 군사적 해결책보다는 인터넷 같은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중동에서 일어난 '자스민 혁명'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의 예상은 많은 부분 적중했다.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 민주화 요구는 SNS와 휴대폰이 큰 역할을 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이집트 정부는 대규모 시위대를 진압 하기 위해 첫 번째로 취한 조치는 인터넷과 휴대폰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익숙한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시위를 축제로 즐겼다.

자신들이 집회에 참석한 사진과 영상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려 전 세계에 알렸으며 친구에게 참석을 독려했다. 독재자들은 미국의 인터넷을 무서워했다. 미국은 과거와 같이 더 이상 군사 작전을 통해 피를 흘리지 않아도 인터넷을 통해 그들의 체제를 심어나가는데 성공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국가간 체제 경쟁에서 완전히 승리한 미국의 뒤통수를 때린 이들은 테러 단체였다. 공산주의 붕괴 이후 미국의 가장 가장 강력한 적으로 떠오른 테러 집단은 미국의 가장 큰 무기라고 생각했던 인터넷을 그들만의 무기로 남겨두지 않았다. 인터넷을 가장 잘 활용하는 단체로 테러 단체를 뽑는 전문가들이 있을 정도로 그들은 인터넷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테러 조직은 인터넷을 훌륭한 교과서라고 이야기한다. 교통시설, 원자력 발전소, 공공 건물, 공항, 항구뿐만 아니라 자신들을 향한 테러 대응 정책과 대책에 대해서도 인터넷을 통해 확인 후 역으로 대응하고 있다. 미국의 유명한 저술가인 댄 베르톤 (Dan Verton)은 그의 책 ‘ 블랙 아이스: 사이버 테러리즘의 보이지 않는 위험’ (Black Ice: The Invisible Threat of Cyberterrorism (2003)’에서 알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은 미국의 대규모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그들이 목표로 하는 미 경제 기관들의 정보와 주요 시설의 소프트웨어 약점 등의 정보를 알아 내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전 미 국방 장관 도널드 럼스펠드 (Donald Rumsfeld)는 ‘알카이다 교육 매뉴얼’ 자료를 살펴보면 인터넷에 공개 된 자료만을 가지고도 적들을 공격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의 80%를 얻을 수 있다고 기술 되어 있다고 이야기 했다.

테러집단은 인터넷에서 테러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을 넘어, IS로 넘어간 김군 사건에서 보는 것처럼 조직원을 확보 해 세력을 키우는 수단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같은 다양한 아이디어를 이용해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스테가노그래피는 전달하려는 정보를 숨기는 기술이다. 테러 집단은 그들의 정보를 숨긴 상태로 전달하기 위해 포르노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르노 제작 후 특정 프레임에 눈과 귀로는 파악 할 수 없는 글씨와 소리를 집어 넣은 후 토렌트(torrent) 같은 P2P 사이트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배포한다. 조직원은 P2P에서 동영상을 다운 받은 후 사전에 약속되어 있는 규칙에 따라 글씨와 소리를 분리 해 정보를 해석한다. 포르노의 특성상 불특정 다수에게 배포하기 쉬워 Peer를 확보하기 쉬우며, 동영상을 다운받은 사람 대부분이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고 하고 수사에도 협조적이지 않다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영국 일간 더 타임즈는 테러리스트들이 아동 포르노를 이용 해 연락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경찰이 이슬람 테러범의 집을 급습했다가 그의 컴퓨터와 휴대폰에서 아동 포르노를 발견했고, 포르노 영상의 이미지와 음성 속에 스테가노그래피 가 숨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빈 라덴이 사살 되었던 마지막 은신처에서도 포르노가 다량으로 발견되었는데, 단순히 성적 욕구 해소만은 아닐 수 있다고 의심받고 있다.

이 외에도 구글을 이용한 방법, 게임을 이용한 방법 등 그 수법은 다양하다. 특정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주고 받을 경우 꼬리가 잡히는 것을 우려 해 구글에서 해당 주제어로 검색 할 경우 검색 되는 사이트가 매우 적은 주제어를 사전에 약속한 후 그때 그때 사이트를 바꿔가며 글을 올리는 방식으로 정보를 주고 받기도 한다. 유명 온라인 게임을 활용하기도 한다. 캐릭터 종류, 지도의 위치, 아이템의 종류 등을 통해 암호문을 주고 받는 방식이다. 테러리스트 등이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를 이용하고 있는 정황이 포착되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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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의 아버지이자,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도 등재되어 있는 전길남 교수는 2014년 '서울디지털포럼' 기조연설에서 "2012년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오른 30여 명이 모였을 때 40년 동안 우리가 인터넷을 이끌었지만 한 가지 잘못한 게 안전한 인터넷을 만들지 못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면서 “필요하다면 백지 상태에서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파격적인 발언을 하였다.

인터넷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해지고 있다. 인터넷의 아버지이자 시대를 앞서 본 선각자인 老교수의 충고를 진지하게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