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를리 엡도 테러에 정부 인터넷 감시 명분↑

일반입력 :2015/01/23 15:04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프랑스에서 발생한 '샤를리 엡도' 테러와 관련된 미국 수사당국의 요청에 사용자 데이터를 즉각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행위가 MS를 비롯한 글로벌 IT업체들이 반대해 온 정부의 인터넷 감시에 명분을 키워 주는 모양새다.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은 용의자인 알제리 계 프랑스 국적자 3명이 지난 7일 프랑스 풍자전문 주간지 '샤를리 엡도(Charlie Hebdo)' 사무실에 있던 편집장, 기자, 유명 만화가 등을 대상으로 가한 무차별 총격을 가리킨다.

총격의 이유는 샤를리 엡도가 만평을 통해 이슬람교 교주 또는 창시자라 불리는 무함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것. 사건은 수십명의 사상자를 내고 일부 희생자의 피격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2주 전 프랑스 정부는 샤를리 엡도 테러 용의자를 추적하던 과정에서 MS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계정 2개에서 나온 이메일 콘텐츠를 확보하려 했다. 이를 위해 미국 수사기관인 연방수사국(FBI)에 협조를 요청한 듯하다. 지난 20일 블룸버그는 MS가 샤를리 엡도 수사 과정에 FBI를 통해 요청된 데이터를 45분만에 제공했다며 MS 법률고문은 이게 (통상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며 추가적인 정보 제공은 엄격한 제약 안에서만 일어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링크)

MS는 미국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임의의 사용자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평상시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사람들이라면 이를 불편하게 여기겠지만 세계적으로 충격이 큰 테러 사건이 발생한 직후라면 이게 마냥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을 수 있다.

실제로 22일(현지시각) 미국 지디넷은 샤를리 엡도 테러 사건 이후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3분의 2가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피하는 것보다는 미국 정부가 테러 가능성을 수사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링크)

지난해 MS는 애플, 페이스북, 구글, 야후, 트위터 등 다른 IT업체들과 함께 미국 정부의 인터넷 사용자 대상 감시 활동을 개혁해 달라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상원 의원들에게 인터넷에서 정부의 대량 데이터 수집을 금지하고 IT업체에 사용자 정보를 요구시 투명성을 보장하는 법안 입법을 추진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관련기사)

서한을 통해 입법을 촉구한 IT업체들의 움직임은 지난 2013년 정부의 대규모 온라인 감시 활동을 반대하고 나선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었다. 당시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현지 IT업체들을 대상으로 구축했던 광범위한 인터넷 및 모바일 감청 시스템과 이를 지원해 온 미국 정부의 행적이 드러나자 8개 IT업체가 정부 감시활동에 개혁을 촉구하고 나섰던 것이다. (☞관련기사)

지난해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이 정부 감시가 인터넷을 망친다고 말한 것(☞관련기사)이나, 재작년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NSA 감청활동에 대해 미국 정부가 실수한 것이라던 발언(☞관련기사)도 같은 맥락이다.

사실 MS가 FBI 요청에 따라 데이터를 넘겼다고 밝힌 법률고문 브래드 스미스도 정부의 감청 행위에 경고를 날린 당사자다. 그는 2년 전에는 회사의 공식 블로그를 통해 전자 프라이버시 보호 법안을 개정해 IT 분야에서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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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지디넷 보도에 따르면 정부로부터 MS에 사용자 데이터를 내놓으라는 요청이 들어온 건 이번 FBI 사례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6월 MS는 마약밀매활동을 수사 중이던 미국 정부로부터 아일랜드 데이터센터에 보관된 메일을 제공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지만 이를 거부한 적이 있다.

하지만 MS 법률고문의 말처럼 이 회사는 스스로 적절하다고 판단했을 때 사용자의 데이터를 정부에 넘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미국에선 유통업체 POS시스템 공격을 통한 금융정보유출과 영화제작사 소니픽처스의 해킹에 따른 내부정보 유출 등이 '사이버보안' 강화를 명분으로 내건 미국 정부의 입장에 힘을 싣는 추세다. (☞관련기사) 이는 일반 인터넷 사용자들의 프라이버시 침해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