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OLED TV 긴 숨고르기…왜?

SUHD TV에 화력 집중한 뒤 QLED 직행 가능성도

일반입력 :2015/01/21 07:25    수정: 2015/01/21 14:00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사업이 긴 숨고르기 중이다. 당분간 퀀텀닷(Quantum Dot·양자점) 기술을 적용한 SUHD TV에 마케팅 화력을 집중하면서 OLED 시장을 관망하는 보수적인 전략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후 차세대 TV 시장 선점과 경쟁사들과의 차별화를 위해 양자점발광다이오드(QLED) TV 등 차세대 기술로 직행할 것이라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21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상반기 이후 대형 OLED 패널 생산을 중단한 상태다. 지난 2013년 2분기 대형 OLED 라인 가동을 시작한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1분기까지 각각 4천대, 3천대, 2천대, 1천대로 패널 생산량을 줄이다가 2분기 부터는 아예 생산을 멈췄다.

반면 TV용 OLED 패널 출하량은 지난 2013년 4만4천대에서, 지난해 20만5천대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태로 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한 극히 일부 물량을 제외하면 모두 LG디스플레이의 생산물량이다.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TV용 OLED 패널 출하량이 77만5천대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 투자도 지난 2012년 이후로 멈춰있는 상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8세대 OLED 시험생산(파일럿) 라인인 'V1'을 보유하고 있으며 생산능력(CAPA)은 유리기판 투입기준으로 최대 월 8천장 규모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관련 신제품 출시 계획이 나오지 않으면서 현재 일부 연구개발(R&D) 용도로만 가동이 이뤄지고 있다.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TV용 대형 OLED 생산라인은 현재 연구개발 용도로만 운영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썬 OLED TV의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고 내구성과 수명 등 아직 개선해야할 과제가 많기 때문에 시장이 열릴 때까지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적기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세대 TV 시장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차원에서 올해 OLED TV 신제품을 선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지만 관련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국내외 전시회에 관련 시제품을 선보여왔지만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 2015에서는 OLED TV 신규 제품이 아예 소개되지 않았다.

대신 삼성전자는 CES를 기점으로 퀀텀닷 기술을 백라이트에 적용하고 SUHD 화질 엔진을 탑재해 기존 TV 보다 2.5배 밝고 색상은 64배 이상 세밀해진 화질을 내세운 'SUHD TV'에 관련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OLED 패널은 색재현력과 명암비, 응답속도, 시야각, 두께 등에서 액정표시장치(LCD) 보다 우월한 특성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지만 생산수율을 확보하기 어려워 높은 가격 때문에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외에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춘 제조사가 없는 까닭에 생태계 확산이 더욱 더디다.

특히 적·녹·청 소자를 모두 발광시켜 얻은 화이트 OLED에 별도 컬러필터를 덧대 색상을 표현하는 WOLED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 LG 진영과 달리 삼성 진영은 적·녹·청 소자를 직접 발광해 색을 표현하는 RGB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양산 수율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는 상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WOLED 방식을 검토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실무 엔지니어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RGB 방식 고수에 대한 의지가 강한 편”이라면서 “현재까지도 대형 OLED 생산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퀀텀닷 백라이트 기술을 적용한 SUHD TV로 시간을 벌면서 OLED TV 양산기술을 확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전자 SUHD TV는 색재현율이 NTSC 110% 수준으로 기존 LCD 대비 큰 성능 향상이 이뤄지기는 했지만 이미 중국 제조사들도 양산 능력을 확보한 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차세대 기술에 대한 고민은 유효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하지만 중국 제조사들도 UHD TV와 투트랙으로 OLED TV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후 삼성전자가 차별화를 위해 QLED TV로 직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QLED는 QD 물질을 필름 형태로 백라이트에 삽입하는 현재의 퀀텀닷TV와 달리 발광물질을 아에 QD로 대체한 기술이다.

관련기사

퀀텀닷은 크기와 전압에 따라 다양한 빛을 내는 수 nm의 반도체 결정으로 만든 발광소자다. QLED는 물질 종류를 바꿀 필요 없이 크기조절을 통해 색깔을 바꿀 수 있어 간단한 구조로 생산이 가능한데다 전류를 흘려보낼때 자체발광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OLED처럼 발광소자로 사용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OLED TV 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가격과 해상도가 관건인 만큼 삼성전자가 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SUHD TV로 시간을 벌면서 관련 기술 안정화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지만 근본적으로 빠르게 추격해오는 중국 업체들과 차별화를 위해서는 OLED TV를 출시하는 대신 QLED 등 신기술로 직행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