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 임원 "VM웨어 분할 원치 않는다"

일반입력 :2015/01/16 10:49

EMC 임원이 스토리지 사업과 자회사 VM웨어의 가상화 소프트웨어(SW) 사업 분리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네트워크월드는 15일(현지시각) 제레미 버튼 EMC 제품 및 마케팅 담당 사장이 우리(EMC와 VM웨어)는 함께 있는 게 더 낫다며 작은 두 회사로 갈라져 좋을 것이란 주장을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링크)

보도에 따르면 EMC는 미국 헤지펀드 엘리어트매니지먼트의 VM웨어 분리 압력에 '저항'해 왔다. 엘리어트는 지난해 7월 EMC 지분 2% 상당의 주식 10억달러치를 확보한 뒤 이를 요구 중이다. (☞관련기사)

당시 엘리어트는 VM웨어, 피보탈, RSA 등을 자회사로 둔 지배구조 때문에 EMC 주가가 정체돼 있으며, 특히 EMC로부터 VM웨어를 떼어내면 양쪽 주가 상승에 탄력을 줄거라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MC는 상장사 VM웨어의 지분 80% 가량을 소유하고 두 회사간 '연합 모델'로 협력해 왔다. 차익실현을 꿈꾸는 투자자 관점에선 EMC와 VM웨어가 갈라서더라도 기존 양사 협력 구조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네트워크월드 보도에서 버튼 사장은 덩치 큰 회사들이 중규모 기업보다 기술업계 변화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고 발언했다. 이는 앞서 조 투치 EMC 회장이 드러낸 시각과 맥락을 함께 한다.

앞서 지난해 9월 조 투치 EMC 회장은 자회사 VM웨어를 한지붕 아래서 협력하는 게 유리한 '주요 전략 자산'으로 보고 있기에, 이를 처분하라는 엘리어트의 뜻에 따르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이는 최근 13명으로 늘어난 EMC 이사회에서의 변화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지난 12일 외신들은 EMC 이사회에 엘리어트 측에 친화적인 이사들이 합류했고, 오는 4월말 주주총회를 앞뒀다고 전했다.

신임 EMC 이사는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부문 제품을 만드는 다국적기업 코비디엔의 호세 알메이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와 아메리칸항공의 모기업 AMR의 전 회장 겸 CEO 도널드 카티, 2명이다.

엘리어트의 헤지펀드 투자자 제시 콘은 (신임 이사) 알메이다와 카티는 유능하고 경험 많은 임원이라며 이들이 EMC의 전략 방향을 검토하는 과정에 귀중한 관점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이를 보도한 기가옴에 따르면 EMC와 엘리어트는 기업간 일정기간 특정 행위를 않겠다는 합의를 뜻하는 '정지협정(standstill agreement)'을 체결했다. (☞링크)

이런 정황을 2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EMC로부터 VM웨어를 떼어내려 했던 엘리어트가, 만만찮은 저항이 돌아오자 이를 포기하고 EMC 이사회에 참가해 회사를 잘 키워보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수 있다.

아니면, EMC에 지분 관계를 통한 압력 행사가 먹히지 않자, 엘리어트의 의지에 힘을 실어 줄만한 인물을 EMC 이사회에 심어 놓고 곧 열릴 주주총회에서 VM웨어 분할 안건을 의결하려는 것일 수 있다.

어느 쪽이든, 버튼 사장의 발언은 주주총회를 앞둔 EMC가 아직 가능성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엘리어트 측의 VM웨어 분리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제스처로 해석된다. EMC와의 정지협정에 따라 엘리어트는 최소한 주주총회 전까진 VM웨어 분리 압력을 행사치 않을 듯하다.

네트워크월드는 EMC의 회장과 사장급 임원이 이렇게 사업 분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 자체가 지난해 10월 분사를 예고한 HP나 시만텍같은 업체들과 대조적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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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는 지난해 10월 회사를 기업용 솔루션과 PC 및 프린터 사업을 각각 맡는 2개 기업으로 나눈다고 예고했다. 시장 변화에 빠른 대응을 위해서다. 분할 작업은 올해 10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관련기사)

시만텍도 작년 HP가 분할을 예고한 시점에 회사를 둘로 나눈다고 밝혔다. 올해 12월까지 보안에 초점을 맞춘 회사와 스토리지SW 회사로 분리할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