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흔들리는' 블랙베리가 필요할까

경쟁력 큰 도움 안돼…양사 모두 "협상 안했다"

일반입력 :2015/01/15 08:51    수정: 2015/01/16 12:58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은 정말 특허권 때문에 블랙베리 인수 가격으로 75억 달러를 제안했을까? 또 두 회사는 합병에 전격 합의할만큼 이해 관계가 맞아떨어질까?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 시각) 삼성이 특허권 확보를 위해 75억 달러에 캐나다 스마트폰업체 블랙베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 직후 삼성과 블랙베리 측은 즉각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인수 협상을 부인했다. 하지만 삼성의 합병 가능성이 제기되자마자 주가가 30% 상승했을 정도로 블랙베리 투자자들은 큰 기대를 보이고 있다.

■ 블랙베리, 최근까지 계속 인수설 시달려

블랙베리는 스마트폰 시장이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양강 구도로 바뀌기 전까지만 해도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2008년 2분기 무렵까지만 해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굳게 지켰다.

하지만 이후 존재감이 크게 떨어지면서 현재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이 1%를 조금 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2013년 1월 회사명을 리서치인모션(RIM)에서 블랙베리로 바꿨으며 그 해 11월에는 사이베이스 출신인 존 첸을 새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최근 블랙베리는 초기 디자인을 살린 클래식 모델을 출시하면서 반전을 꾀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블랙베리는 최근까지도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해 3분기 매출 역시 예상치를 크게 밑돈 7억9천만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블랙베리는 회생 노력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끊임 없이 인수합병(M&A)설에 휘말렸다. 삼성 역시 몇 차례 블랙베리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꼽히기도 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의 이번 보도는 구체적인 액수까지 나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끌고 있다.

일단 삼성의 인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해선 블랙베리의 현재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존 첸은 블랙베리 CEO로 취임한 이후 단말기와 기업용 소프트웨어, 서비스, 자동차용 QNX 소프트웨어 등에 주력하고 있다. 메시징 플랫폼인 BBM 역시 블랙베리의 주력 분야 중 하나다.

■ 블랙베리, 단말기-특허 모두 삼성에 큰 도움 안 될 듯

과연 블랙베리가 현재 갖고 있는 자산들이 삼성의 스마트폰 경쟁력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IT 전문 매체 리코드는 다소 부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삼성은 녹스란 자체 보안 플랫폼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 해 녹스를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이양했다.

리코드는 이런 점을 들어 이론적으로는 블랙베리의 플랫폼 능력이 삼성에겐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아이폰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선진국 시장에선 힘이 될 수는 있을 것.

하지만 리코드는 “블랙베리는 이미 삼성과 보안 플랫폼 관련 계약을 맺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과 블랙베리는 지난 해 11월 보안 플랫폼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도 블랙베리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리코드는 분석했다. 삼성의 고민거리는 선진국 시장이 아니라 중국, 인도 같은 이머징 시장이란 것. 그런데 블랙베리는 이 부분에선 삼성 경쟁력에 큰 보탬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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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드는 또 삼성의 기업 비즈니스와 블랙베리 사업 간에도 직접적으로 조화되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블랙베리가 안드로이드 제품을 내놓긴 했지만 주된 경쟁 포인트는 자체 생태계 속에 있다는 게 그 이유다.

특허권 확보 측면에서도 그다지 도움은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리코드는 구글이 특허권 확보를 위해 모토로라를 인수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사례를 근거로 “특허권만을 위해 거대 규모 인수를 하는 것은 성공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