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음성번역, 언어장벽 무너질까?

일반입력 :2015/01/15 08:31    수정: 2015/01/15 08:51

IT기술이 언어 장벽을 무너뜨리고 있다. 지난달 마이크로소프트(MS)가 화상 통화 서비스 스카이프에 동시 통역 기능을 포함시킨 것에 이어 구글도 유사한 기능을 지원하는 한층 진화된 구글 번역 앱 서비스를 내놨다.

이전에도 많은 음성 번역 서비스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최근 기술들은 실시간성을 보장한다는 점에 언어 장벽을 근본적으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성서에는 모든 인간이 같은 언어로 이야기해 하늘까지 닿는 바벨탑을 만들려고 했기 때문에, 신이 각기 다른 말을 쓰게 끔 벌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바벨탑 이야기를 가져와 “IT기술이 바벨탑을 무너뜨리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과연 인간은 IT기술의 힘을 빌려 바벨탑을 쌓기 전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외국인과 실시간 대화하는 시대 성큼

MS는 지난달 일부 스카이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시작했다. 현재는 영어와 스페인어에 대한 동시 통역만 지원하지만 향후 한국어, 중국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포르투갈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아랍어까지 지원 언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구글도 구글 번역 앱에 자동 음성 탐지 기능을 넣어 좀 더 자연스러운 실시간 번역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대화를 시작할 때 한번만 번역할 언어쌍을 선택하면 이후엔 자동으로 어떤 언어인지 탐지해 즉각 번역된 언어로 표현해 준다. 대화를 실시간으로 상방향 번역해 주는 기능이 이번 업데이트의 핵심이다.

업데이트된 구글 번역 앱은 우선 영어와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사이 자동번역을 지원한다. 구글은 향후 지원 언어를 늘릴 계획이다.

기존에도 구글 번역 앱은 90개 언어에 대해 문자 번역과 또 많이 쓰이는 몇 개 언어에 대해선 실시간 음성 번역 기능을 제공해 왔지만, 이번 업데이트로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좀 더 끊김 없이 자연스럽운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구글은 2014년 5월 인수한 비주얼퀘스트의 워드렌즈 기술을 활용한 기능도 구글 번역 앱에 추가했다. 앱을 실행한 후 외국어로 적힌 표지판에 스마트폰을 가져다 대면 즉각 번역된 언어로 표시되도록 업데이트 했다. 원래 글자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한 상태로 언어만 변경해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기존 구글 번역 앱에선 사진을 찍어 텍스트로 변환한 후 번역된 결과를 보여줬던 것과 비교해 크게 발전된 모습이다.

페이스북 역시 자체 음성 번역 기술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전세계 사람을 소통하게 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는 만큼 번역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음성 번역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 모바일 테크놀로지스를 인수했고 이달에는 음성인식 기술 업체인 윗에이아이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번역 성능, 아직 더 발전해야

번역된 결과물의 품질은 아직 만족스럽지 못한게 사실이다. 구글 번역은 여전히 긴 문장을 번역할 때 엉뚱한 결과를 내놓는 경우가 많다. 어색한 번역투 문장을 보면 ‘구글 번역기 돌렸냐’는 얘기가 먼저 나온다. 구글이 인수한 워드렌즈 기술 또한 독특한 스타일의 폰트나 손글씨를 인식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다.

스카이프 역시 다양한 억양이나 부정확한 발음 제대로 인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스카이프 실시간 통역기능을 실제 사용해 봤다는 뉴욕타임즈 쿠엔틴 하디 기자는 콜롬비아 메데인(Medelin)을 메이드 에이(Made A)로 알아듣는 발음 오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스페인 말이 영어로 번역될 때 문법이 잘 못돼 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 번역 솔루션들은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 날수록 성능이 향상되도록 설계돼 있어 향후 빠르게 발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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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스카이프 실시간 통역기에 머신러닝 기술이 적용됐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통역 서비스를 사용할 수록 컴퓨터가 사용자를 통해 학습하게 되고 통역 품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구글 역시 머신러닝 기술의 일종인 딥러닝 기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딥러닝 기술을 이용하면 문장에서 의미를 추출해 내 좀 더 정교한 번역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뉴욕타임스 쿠엔틴 하디 기자는 스카이프 실시간 통역기를 이용해 콜롬비아 사람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자유롭게 나눈 경험을 소개하며 아직 실시간 번역 기술이 미완성이긴 하지만 실시간으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누군가와 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기적 같은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우리를 갈라 놓은 언어 장벽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