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스마트폰, 바닥을 치긴 했는데…

재고조정·라인업 단순화 긍정…對中 필승 전략은?

일반입력 :2015/01/08 10:49    수정: 2015/01/08 15:32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전망치를 4천억원 뛰어넘는 호실적을 기록한 가운데, 그동안 실적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던 스마트폰 사업도 바닥을 지났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업계에서는 강도높은 재고조정과 스마트폰 라인업 단순화 노력 등의 영향으로 최악의 상황은 면했지만 장기적으로 대(對) 중국 전략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스마트폰 치킨게임 국면에서 뾰족한 해법을 찾기는 힘들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으로 매출 52조원, 영업이익 5조2천억원을 잠정 기록했다고 밝혔다. 4분기 영업이익 5조2천억원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시장 컨센서스(추정치)를 4천억원 가량 웃돌았다.

사업부별 실적 집계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M(IT·모바일) 부문의 영업이익이 1조원 중후반대로 1조7천500억원을 기록했던 전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직전 분기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 하락의 쇼크가 워낙 컸던 만큼 이에 따른 기저효과로 시장에서 느끼는 충격파는 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4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약 7천600만대 수준으로 전분기 대비 소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실제 제품 판매(셀인·Sell-in) 효과가 이미 3분기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판매량은 감소했지만 '갤럭시노트4' 출시 등 효과로 평균판매단가(ASP)는 약 3% 증가하면서 무선사업부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연말 마케팅 비용 증가 등으로 이익률이 다소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환율 효과는 변수로 꼽힌다. 지난해 4분기 원·달러환율이 60원 가량 상승하면서 수출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기는 했지만, 달러 기반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와 달리 스마트폰 같은 경우 원달러 환율 외에 유로화, 인민폐, 루블화 등 이종통화 노출빈도가 높은 데다가 스마트폰 핵심 부품 수입을 달러로 결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김영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킨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판매량이 적은 모델을 크게 줄이면서 라인업을 효율화했다면서 또 2~3분기 실적 급락의 원인이었던 재고를 크게 줄이면서 이에 따른 재고처리 비용도 크게 줄어들어 영업이익도 전분기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이후 스마트폰 사업 영업이익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서는 보급형 라인업의 성과가 주요 변수다. 삼성전자는 내년 스마트폰 모델수를 30% 가량 줄이고 보급형 모델을 중심으로 라인업 재정비에 나서 원가경쟁력을 높인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이미 보급형 갤럭시A 시리즈를 중국과 대만에 출시했고 갤럭시E 시리즈도 인도 시장에 처음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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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보급형 스마트폰이 어느 정도 시장점유율 증가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필승 전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 전략이 이익률 확보 보다는 시장점유율 회복과 중국 업체들 견제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라인업 축소로 이익률 개선 여지가 있으나 최근 중국 신흥 업체들에 의한 점유율 잠식에서 볼 수 있듯이 차별화가 없는 비용 절감 노력은 본질적인 점유율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달성 효과에 미치지 못한다”면서 “또 높은 수준의 브랜드 이미지와 강력한 글로벌 오프라인 유통망을 바탕으로 하는 전략 상 분기당 3조원 수준의 마케팅 비용은 쉽게 줄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