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AT&T "휴대전화 번호로 웹에서도 통화"

일반입력 :2015/01/07 12:47

웹브라우저에서 휴대전화 번호만으로 음성·영상통화가 가능해질까? 미국 이동통신사 AT&T가 최근 선보인 개발자용 통신서비스 기술이 확산된다면 실현 가능성을 점쳐볼 만하다.

AT&T는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를 앞두고 진행한 연례 개발자행사 '2015 AT&T 디벨로퍼 서밋'에서 자사 망을 활용해 휴대전화 번호로 연결 가능한 통신서비스를 웹기반으로 만들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프로그래밍인터페이스(API)를 소개했다.

해당 AT&T 기술은 '인핸스드 웹RTC API'란 이름을 달고 등장했다. AT&T 측 설명에 따르면 이는 가입자들이 그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가지고, 당사자가 브라우저에서 음성전화 및 영상통화를 걸거나, 이를 도중에 끊지 않고 스마트폰에서 이어받을 수 있게 해준다. 다른 프로그램 설치는 불필요하다.

쉽게 말하면 이날 AT&T가 선보인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된 인터넷전화 '스카이프(Skype)'나 구글이 만든 '행아웃(Hangout)'과 비슷한 음성·영상 전화를 스마트폰이나 PC에 설치된 최신 브라우저에서 실제 휴대전화 번호로 걸고 받을 수 있게 해준다.

사용자들이 이런 인핸스드 웹RTC API를 활용할 수 있으려면 물론 그런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AT&T가 인핸스드 웹RTC API를 일반 가입자들에게 소개하기에 앞서, 개발자들에게 공개 시험판(beta)으로 내놓은 이유다.

이를 보도한 IT미디어 더버지(☞링크)는 AT&T가 웹기반 양방향 실시간 멀티미디어 통신 표준 기술인 '웹RTC(WebRTC)'를 지원하는 미국내 첫 이통사가 되기로 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AT&T의 인핸스드 웹RTC API는 기술업계에 익히 알려진 '웹RTC' 표준 API를 근간으로 삼고 있다.

통신업계 미디어 라이트리딩(☞링크)은 인핸스드 웹RTC API가 단지 AT&T 가입자의 휴대전화 번호로 브라우저 안에서 전화를 걸거나 그 통화를 다른 기기로 넘겨받을 수 있게 해줬을 뿐아니라 브라우저 사이에서만 이뤄졌던 웹RTC 통신의 무대를 유무선 전화 영역으로 키운 것이라 평했다.

별도 프로그램 설치 없이 웹기반으로 음성·영상 통화 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기술은 이미 있었던 것이다. 다만 그런 웹서비스는 인터넷 사용자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와 다르게 실제 통신서비스 가입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쓸 수 있게 된 점이 이번 AT&T의 발표에서 두드러진 부분이다.

데이비드 크리스토퍼 AT&T 모빌리티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AT&T의 인핸스드 웹RTC API는 개발자들이 기존 인터넷프로토콜(IP) 중심적인 우리 세계에서 전화와 영상통화 개념을 되돌아볼 수 있게 할 것이라며 웹RTC는 수년간 유력한 통신기술로 주목받아 왔고 우리는 그 표준이 급속 확산돼 기업과 소비자들을 위한 가치를 만드는 혁신적 개발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현 가능성의 변수는 기반 기술로 언급된 웹RTC 표준 API의 확산 여부다. 일반 사용자들이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즐기려면 해당 API로 만들어진 웹 애플리케이션을 소화할 수 있는 최신 브라우저를 갖춰야 한다. 만일 사용자의 PC나 스마트폰 등 기기에 그런 브라우저가 탑재돼 있지 않으면 이런 서비스는 그림의 떡이다.

지금도 웹RTC 표준 API를 지원하는 브라우저를 찾기가 어려운 건 아니다. 구글이 만드는 '크롬'과 모질라가 개발하는 '파이어폭스', 오페라소프트웨어가 내놓는 '오페라'가 웹RTC 대응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MS에서도 지난해 10월 '인터넷익스플로러(IE)'에서 웹RTC 지원을 예고했고, 향후 '웹서비스용 스카이프(Skype for Web service)'에 웹RTC 기술을 투입할 계획으로도 알려졌다. (☞관련기사)

다만 주요 브라우저 가운데 유일하게 웹RTC 지원에 인색한 게 애플의 '사파리'다. 애플은 공식적으로 웹RTC 지원 여부나 계획에 대해 밝힌 적이 없다. 애플이 웹RTC를 공식 지원하지 않을 경우 아이폰과 맥 사용자들은 그 가치를 누리기 어려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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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서도 이런 서비스가 확산될 수 있을까? 한국 이동통신사 SK텔레콤도 웹RTC 기술을 바탕으로 사용자가 별도 프로그램 설치과정 없이 즐길 수 있는 통신 서비스 개발을 지원한다. SK텔레콤은 '플레이RTC(PlayRTC)'라는 플랫폼을 통해 웹RTC 웹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한 개발도구, 라이브러리, 접속 환경 제어, 통신 모듈 등을 SDK와 런타임 서버의 API 형태로 제공한다. (☞링크)

그런데 SK텔레콤 측의 플레이RTC 플랫폼의 가치에 대한 설명은 주로 웹RTC 서비스 개발자 입장에서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어려운 다수 사용자간의 연결을 보장한다는 점에 무게를 두고 있다. AT&T처럼 가입자 휴대전화 번호로 브라우저에서 전화를 걸고 받을 수 있는 기능까지 지원하려는 건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