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방항소법원, IT산업 막후 실력자?

특허소송 전담…판결 향배 따라 실리콘밸리도 흔들

일반입력 :2015/01/07 11:38    수정: 2015/01/07 11:4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첨단기술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누구일까? 우선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안드로센 호로위츠를 비롯한 똑똑한 벤처캐피털(VC)들이다.

이들은 신생 기업의 젖줄 역할을 하면서 실리콘밸리를 움직이는 실세로 꼽힌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곳이 또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워싱턴DC에 자리잡고 있는 연방순회항소법원(Federal Circuit Court of Appeals)이다.

특허 소송을 전담하고 있는 연방항소법원은 실리콘밸리 파워게임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판결을 쏟아내면서 숨은 실력자 노릇을 하고 있다고 새너제이머큐리뉴스가 6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연방항소법원이 진행 중인 소송 중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것은 10억 달러 배상금이 걸린 삼성과 애플 간 1차 특허 전쟁이다. 두 회사는 지난 해 12월 항소법원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였다. 심리를 끝낸 항소법원은 올 봄 중 최종 판결을 할 예정이다.

■ 1982년 탄생 때부터 특허 소송 전담

삼성과 특허 소송에서 애플을 대리하고 있는 윌리엄 리 변호사는 새너제이머큐리뉴스와 인터뷰에서 “비즈니스, 테크놀로지 및 지적재산권 분야에서 연방항소법원만큼 많은 발언을 하는 법원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연방항소법원이 미국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항소심 제도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항소법원은 순회재판소(Federal Circuit)란 명칭으로 불린다. 현재 미국에는 보스턴에 있는 제1순회재판소부터 애틀랜타에 있는 11순회재판소까지 11개가 있다. 여기에다 콜롬비아 특별자치구 순회재판소까지 합하면 12개다.

1982년 전까지만 해도 순회재판소는 이렇게 12개로 구성돼 있었다. 하지만 1982년에 연방항소법원이 신설됐다. 당시 의회를 통과한 연방법원 개선법(Federal Courts Improvement Act )에 따라 관세법원과 특허 항소법원을 통합해서 출범한 것인 연방항소법원이다.

이런 탄생 배경 탓에 연방항소법원은 미국 항소법원 중 유일하게 특허 문제를 전문으로 다루게 됐다. 그 덕분에 연방항소법원은 실리콘밸리에 유난히 막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 한 때 비판에 휘말리기도…최근엔 안정 조짐

하지만 최근 들어 연방항소법원의 위상이 흔들리는 조짐도 감지되고 있다고 새너제이머큐리뉴스가 전했다. 특허법 관련 영향력이 커지면서 비판도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카고에 있는 항소법원 재판장은 지난 해 특허 소송을 전담하는 연방항소법원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대법원의 달라진 관점 역시 연방항소법원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미국 대법원은 소프트웨어 특허를 비롯한 특허권 남발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최근 연방항소법원에서 올라온 6건의 소송 중 다섯 건을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연방항소법원 역시 그 동안의 관점을 조금씩 바꾸고 있다고 새너제이머큐리뉴스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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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연방항소법원은 비교적 제 역할을 잘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모리 대학 법학교수인 팀 홀브룩은 새너제이머큐리뉴스와 인터뷰에서 “내가 보기에 연방항소법원은 잘 해 온 것 같다”면서 “갈수록 특허권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연방항소법원의 영향력도 확대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는 최근 연방항소법원이 변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젊은 인력들이 수혈되고 특허권에 대한 대법원의 엄격한 판결 이후 관점을 조금씩 바꾸면서 최근 제기됐던 비판을 극복할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