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獨-中의 게임 산업 진흥책 살펴보니…

일반입력 :2015/01/06 11:02    수정: 2015/01/06 11:05

박소연 기자

새해를 맞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김종덕), 한국콘텐츠진흥원(원장 송성각) 등 정부 기관이 잇따라 게임 산업 진흥책을 내놓고 있다. 막대한 예산으로 게임 산업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알맹이는 없는 모습. 때문에 관련 해외 사례에 업계의 관심이 몰린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영국, 독일, 중국 등 해외의 경우 좀 더 직접적이고 실직적인 지원으로 게임 개발사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각종 규제로 뒤덮인 국내 게임 정책과 달리 해외의 경우 게임이 가지는 콘텐츠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인정한다. 타국의 우수 게임기업을 자국에 유치하기 위해 세제혜택 등 적극적인 투자지원을 내세우는 국가도 다수다. 특히 독일은 국가적으로 게임을 문화 산업으로 장려한다. 사실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게임에 대한 독일의 인식은 지금의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청소년 게임 중독을 이유로 셧다운제 등 각종 규제가 쏟아지고 있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에서도 청소년 게임 중독이 큰 문제였다.

그 결과 독일 게임 산업은 시장 내 수입 게임 비중이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힘을 쓰지 못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큰 게임 시장이라는 명성이 무색했다.

하지만 게임 산업이 가진 가치를 정부가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상황은 변했다. 각 지방 정부들이 경쟁적으로 게임 산업 지원책을 만들며 게임 산업 살리기에 나선 것.

일례로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연방주는 게임 개발 건당 10만 유로(한화 약 1억3천500만 원)를 지원하며 게임사를 대상으로 무료 사무 공간과 법인등록세 등의 비용을 제공한다. 베를린·브란덴부르크 연방주는 총 투자금의 40%를 무상으로 지원한다.

그 결과 독일 게임 산업을 살아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기준 독일 게임 시장의 규모는 약 37억 달러(한화 약 4조 원)으로 9조 7천198억 원의 한국 시장보다는 작지만 탄탄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약 4천만 명의 게임 이용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전체 이용자의 약 70%가 유료 결제를 활발히 활용할 정도로 결제율이 높다. 특히 지난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한국과 달리 매년 5% 대의 높은 성장률을 자랑하고 있어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유럽에서 가장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영국도 결코 독일에 뒤지지 않는다. 영국은 게임 산업이 자라나기 시작한 지난 1997년 이미 ‘창조 영국’ 정책을 발표하고 게임 산업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영국은 현재 게임 개발 비용의 80%까지 25%의 세금감면 혜택을 주며 게임 관련 연구개발(R&D) 지출에 대해서도 225%의 세제혜택을 제공한다. 지난해 8월 영국다운 게임에 추가 절세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게임 산업 진흥을 위한 지원책을 꾸준히 내는 모습.

풍부한 지원은 자연히 활발한 스타트업 생태계로 이어진다. 현재 영국에 있는 500개가량의 게임 개발 스튜디오 중 95%가 직원 수 249명 이하의 중소기업인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다. 인디 혹은 개인 개발자의 활동도 활발하다.

이는 ‘GTA 5' '툼레이더’ 등 유명 게임들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자 영국 게임 산업이 한 해 10억 파운드(한화 약 1조7천142억) 이상의 매출을 창출할 수 있게 된 이유다.

가까운 나라 중국은 자국 게임 육성을 위해 드러내 놓고 폐쇄 정책을 펼친다. ‘판호’가 대표적이다.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중국 문화부의 심의를 통화하고 신물출판총서 판호(출판번호)를 획득해야 한다. 이외에도 인터넷 정보서비스 허가(ICP), 인터넷 서비스 허가(ISP), 인터넷 문화경영 허가 등 각종 허가를 받아야 서비스가 가능하다. 한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이들 허가를 얻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 진입 장벽을 높여 자국 게임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울타리를 만들어 준 것. 한국 게임사들이야 불편을 토로하지만 밀려오는 외산 게임에 속수무책이던 중국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반가운 정책이다.

중국은 지난 2012년 ‘12차 5개년 문화산업 배증계획’을 통해 게임을 11대 중점산업에 포함시켜 적극적으로 육성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까지 중국 게임 산업의 규모를 2천억 위안(한화 약 355억 원)으로 확대하고 민족 특색이 담긴 게임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시키겠다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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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해외 각국은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각종 지원책을 통해 게임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규제가 아닌 지원을 약속하는 것.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게임 산업을 진흥시키겠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아직 피부로 와 닿는 게 없다”며 “정부가 나서서 게임 산업을 적극 육성하는 해외 정부의 모습을 보면 부러운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