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오라클 자바전쟁, SW업계가 변수?

대법원. 오는 9일 상고심 개최 여부 놓고 심리

일반입력 :2015/01/01 12:23    수정: 2015/01/02 10:03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자바전쟁 항소심에서 패소했던 구글이 대법원에서 역전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까?

오는 9일(이하 현지 시각)로 예정된 대법원 전체 회의를 앞두고 오라클과 구글이 연이어 자신들의 입장을 담은 문건을 제출했다고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보도했다.

포스페이턴츠는 특히 구글이 법정의견서(amicus brief)에서 소프트웨어 업계의 지원을 받아내지 못한 부분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 자바 API 저작권 인정 여부가 핵심 쟁점

구글과 오라클 간 자바 전쟁은 2010년부터 시작됐다. 2009년 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인수한 오라클이 구글 안드로이드가 자바를 무단 도용했다고 소송을 제기하면서 세기의 싸움이 시작됐다.

1심에선 구글이 승리했다. 1심 재판부는 2013년 5월 안드로이드가 자바 특허권을 침해한 부분은 인정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에 자바API를 활용한 것은 저작권법상 공정 이용에 해당된다면서 구글 승소 판결을 했다.

1심 재판에선 API를 특허권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는 부분도 쟁점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1심 재판부는 API 자체는 특허권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오라클이 곧바로 항소했다. 오라클은 자바 API도 특허권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전제 하에 구글의 자바 API 활용 역시 공정 이용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법원은 오라클 쪽 주장에 귀를 기울였다. 안드로이드에서 자바 API를 적용한 것은 저작권법상의 공정 이용이란 구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

당시 항소법원은 구글이 독자적인 API 패키지를 만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서 사실상 구글이 자바 API를 무단 도용했다고 판결했다. 특히 항소법원은 1심 재판부가 '공정이용'을 잘못 이해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리를 근거로 항소법원은 37개 자바 API 패키지의 코드와 구조 등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고 판결했다.

■ 미국 저작권법 102조 적용 범위 놓고 공방

이번 소송은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전쟁 못지 않은 파급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그런만큼 양측은 한치 양보없는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항소심에서 승리했던 오라클은 지난 달 8일 구글 상고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문건을 먼저 제출했다. 그리고 2주 뒤에는 구글이 오라클의 주장에 반박하는 문건을 접수했다.

양측의 입장을 전달받은 대법원은 오는 9일부터 구글과 오라클 간의 상고심을 개최할 지 여부에 대한 심리에 착수한다. 미국에선 대법원이 심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만 상고심이 열리게 된다.

따라서 자바 소송 2심에서 패소한 구글이 승부를 뒤집기 위해선 두 가지 관문을 함께 통과해야 한다. 즉 우선 대법원이 이번 자바 소송을 심의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야 하며, 그 뒤 본안 소송에서 또 다시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지난 달 8일 먼저 대법원에 문건을 접수한 오라클은 구글의 상고가 성급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에서 패소한 뒤 전체 심리 절차를 생략한 채 곧바로 중간 항소(interlocutory appeal)을 한 부분을 겨냥한 공세였다.

오라클은 또 항소심 재판부가 자바 API에 대해 독창적 코드와 그것을 창의적으로 결합한 패키지 모두에 대해 인정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전제 하에 오라클은 구글이 대법원 상고를 하면서 항소심에서 제기하지 않았던 주장을 들고 나왔다고 꼬집었다. 즉 오라클이 상고장에서는 ‘시스템’과 ‘작동 방법’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정작 이 부분은 항소심에선 제기하지 않았던 주장이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구글은 법학 교수 41명을 비롯해 20명 이상의 업계 지도자, 77명의 컴퓨터 과학자, 공공 이익 그룹 등의 서명을 받은 법정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글은 이번 문건에서 미국 저작권법 제102조 b항을 중요한 근거로 들고 나왔다. 저작권법 102조 b항은 저작권 보호 범위를 벗어난 부분을 예시하고 있다. “원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보호는 형태 여하를 불문하고 당해 저작물에 기술, 설명, 예시 또는 그것에 포함되는 관념, 절차, 공정, 체제, 조작방법, 개념, 원칙, 또는 발견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글은 소프트웨어가 이 조항의 적용을 받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주장을 토대로 미리 작성해 놓은 자바 프로그램 자체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지만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게 구글의 논리다.

■ 레드햇 비롯한 소프트웨어 업체들의 침묵, 어떤 영향?

양측의 주장을 모두 전달받은 대법원은 9일부터 상고심을 개최할 지 여부를 놓고 심의를 하게 된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 쟁점과 양측 주장을 토대로 추가 심리를 할 가치가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게 된다.

이와 관련 포스페이턴츠는 “구글이 소프트웨어 업계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한 부분이 변수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포스페이턴츠는 레드햇을 예로 들었다. 리눅스 API를 토대로 상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판매하는 레드햇은 자바의 지적재산권을 강화하지 않는 쪽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당사자라는 것. 하지만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업과 비슷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는 레드햇을 우군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

1심 판결 직후 어도비, 애플, 오토데스크를 비롯한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대거 오라클을 지지하는 법정의견서에 서명했다. 하지만 상고심을 앞두고는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어느 쪽에도 가세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포스페이턴츠는 “오라클이 패소한 1심 판결은 소프트웨어업계에겐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대거 지지를 보냈지만 2심 결과는 그렇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대부분의 소프트웨어업체들은 오라클에 심정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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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최종 판단은 대법원이 하게 된다. 따라서 소프트웨어업체들의 침묵이 별다른 변수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추가 심리할 가치가 있다”는 인정을 받아야 할 구글 입장은 조금 절박하다. 따라서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자신들의 소프트웨어를 판매해서 수익을 올리는 업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레드햇처럼 오픈API를 활용해서 사업을 하는 업체들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한 부분은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