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LG 사장 검찰 소환…이후 향방은?

사실 관계 입증 및 기소 여부에 관심 집중

일반입력 :2014/12/30 17:03    수정: 2014/12/30 17:05

정현정 기자

‘삼성전자 세탁기 고의 파손’ 의혹의 핵심관계자인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 사장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지면서 사법처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사장을 비롯한 LG전자 임원진이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 파손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검찰이 조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에 이어 LG전자 본사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 이주형)는 30일 삼성전자 세탁기 파손사건 수사와 관련 조성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당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목적으로 삼성전자가 조 사장 등을 업무방해와 재물손괴 등 혐의로 고소한지 3개월 여 만이다.

그동안 조성진 사장은 사업 관련 일정으로 출석이 여의치 않다며 수 차례 검찰 출석을 미뤄왔지만 내년 초 열리는 가전업계 최대 행사인 CES 2015를 앞두고 출국금지 조치를 당하면서 사업계획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데다가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등 검찰의 압박수위가 높아지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조 사장의 검찰 출석으로 그동안 소환 조사 불응과 관련한 논란이 일단락된 만큼 본격적인 검찰수사 방향에 관심이 쏠린다.검찰은 이미 삼성전자로부터 조 사장 등이 현장에서 세탁기를 테스트하는 장면이 찍힌 동영상을 확보해 분석하는 한편, 고소인, 현장목격자 등 참고인, 일부 피의자들을 소환조사하고 관련 세탁기의 실물을 확인하는 등 수사를 진행해왔다.

지난 26일에는 전격적으로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와 창원 사업장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 LG전자 소속 직원 9명의 휴대폰, 노트북, 업무일지, 메모지, 메일 등을 입수해 증거물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날 핵심관계자인 조 사장에 대한 조사를 마치면 검찰은 조사결과 및 증거물 분석을 토대로 기소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이미 압수수색이라는 절차 자체가 가능성 높은 혐의점을 가지고 증거물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되는 것인 만큼 어떤 식으로든 기소요건이 충족되면 검찰이 기소에 나설 수 있다.

현재 조 사장에게 적용된 형법상의 혐의는 업무방해·재물손괴·명예훼손 등 세 가지다. 이 중 명예훼손죄는 반의사불벌죄로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을 경우 수사기관에서 처벌할 수 없다. 당사자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합의에 나선다면 검찰이 조 사장을 기소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와 달리 업무방해와 재물손괴의 경우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혐의를 입증하면 처벌을 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피해자와 합의여부가 기소여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회사 차원의 법정다툼이 아닌 최고위직까지 연루된 소송과 여론전에 나섰다는 점을 감안할 때 양사가 이른 시일 내에 합의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크지 않은 상황이다.

만약 검찰 조사를 통해 혐의가 입증되지 않는다면 조 사장은 불기소 처분을 받게 된다. LG전자는 그동안 동일한 건으로 삼성전자 독일법인이 조성진 사장을 고소한 사건에서 현지 검찰이 경미한 사건으로 형사소추를 배제해야한다며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는 점과 독일 검찰에 세탁기 개발담당 임원을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독일 검찰이 불기소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범죄혐의가 입증되더라도 범행 동기나 이후 정황 등을 감안해 기소하지 않는 처분인 기소유예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이 두 가지가 조 사장으로서는 그나마 큰 처벌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이다.

검찰이 조 사장의 범죄혐의를 입증해 기소하면 공판 절차에 돌입한다. 기소독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국내 사법환경 하에서 검사가 기소에 나선다는 것은 그만큼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곧 유죄를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기소단계에서 구속 여부도 결정되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되려면 범죄행위가 중대해야 하고 증거인멸의 우려, 도주 우려 등 요건이 갖춰져야하는 만큼 가능성은 크지 않다.

현재 조 사장에게 적용된 혐의 중 하나인 업무방해죄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재물손괴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명예훼손의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 벌금이 처해지고, 만약 허위의 사실을 적시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가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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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번 세탁기 파손 논란의 핵심 쟁점인 고의성 여부를 입증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6일 압수수색 이후에는 이례적인 입장자료를 통해 “검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이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범법사실이 확인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철저하게 수사해 나갈 계획”이라고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조성진 사장과 LG전자는 “통상적인 제품 사용환경 테스트를 진행한 것일 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사실은 없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