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터뷰’와 스트라이샌드 효과

전문가 칼럼입력 :2014/12/30 09:35

조중혁
조중혁

‘인터뷰’는 코믹 영화로 세계적인 관심을 받을만한 영화는 아니었다. 하지만, 북한이 제작사인 ‘소니 픽처스’를 해킹했다는 얘기나 테러 위협까지 부각되는 가운데, 개봉이 취소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북한이 자신들의 지도자를 최고 존엄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최고의 존엄으로 생각하는 나라다. 적대국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며 해킹과 테러 위협을 가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 비난하며 보복성 제재 움직임을 보이자 전 세계는 이 영화를 주목하기 시작했다.

미국 전역 300여 개 극장에서 개봉한 ‘인터뷰’는 성탄절인 25일 하루 100만 달러(11억 원)의 수입을 올렸으며 유투브에서는 3일만에 공식 홍보 영상 조회수만 500만회를 달성하며 세계적 흥행 영화가 될 조짐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인터뷰’ 는 북한이라는 국가에서 조직적, 체계적 방법으로 홍보를 도와 준 꼴이 되고 말았다.

과거 이와 유사한 경우로는 2008년 개봉했던 ‘소비에트 스토리 (The Soviet Story)’라는 영화가 있다. 소련의 지배를 받았던 라트비아에서 에드빈스 슈노레 감독이 역사적 기록, 연구, 증언을 통해 얻은 소련의 잔혹성을 알리는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1932년 겨울, 소련 정부에 협조하지 않던 우크라이나에게 보복하기 위해 물자 공급을 중단하고 음식을 빼앗아 700만명을 굶어 죽거나 얼어 죽게 하게 한 사건 등을 다루었다.

라트비아라는 작은 나라에서 개봉한 인디 영화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관심도 없었지만, 뒤이어 나온 러시아의 반응은 이 영화를 세계적인 영화로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러시아는 다양한 언어로 블로그를 만들어 영화의 내용이 허구라는 거짓말을 하며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했다. 이런 러시아의 행동은 서방 언론의 관심을 끌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 영화에 대해 과거의 병균을 죽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치료제라고 평가하며 서방 선진국에 소개를 했고 다른 언론 역시 이 영화를 주목하게 되었다. 영화는 결국 2008 보스톤 필름 페스티벌에서 ‘MASS IMPACT AWARD”’를 수상하는 등 다양한 영화제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 영화가 되었고 러시아의 만행을 더욱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인터넷 사이트를 없애려고 하다가 정치 지형까지 바뀌는 일도 있었다. 파이어럿 베이(Pirate Bay)는 스웨덴 사이트로 알렉사 기준으로 전 세계 88위일 정도로 세계적인 인기 사이트이다. 파일을 공유하는 사이트로는 세계 최대이다. 주로 불법적인 토렌토 파일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정보의 자유를 넘어 자유로운 저작권 파일의 교환 등을 주장하는 사이트이기도 하다.

주목해야할 점은 이 사이트가 유럽 전체에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스웨덴 경찰이 파이어럿 베이를 없애기 위해 압수 수색을 단행하자, 비슷한 시기 스웨덴에서 설립 된 해적당이 큰 주목을 받으며 성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해적당은 인터넷 불법 다운로드 필요성을 주장하며 인터넷 정보의 자유로운 공유, 저작권법 및 특허권의 철폐와 혁신을 주장했고, 결국 유럽의회 선거에서 의석 2개를 확보하여 현실 정치 진출에 성공했다. 이는 다른 유럽 국가들의 관심을 받으며 해적당 설립 붐으로 이어졌다.

마침내 해적당은 2011년 9월 독일 베를린주 선거에서 총 149개 의회 의석 중 15석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2012년 3월 독일 자를란트주 의회 선거에서는 7.4%의 득표율을 획득 현실 정치 무대에 안착했다. 특히 젊은 세대의 25%가 해적당에 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되어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당으로 인정받고 있다.

인터넷에서 감추려고 하다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더욱 주목 받는 현상을 ‘스트라이샌드 효과 (Streisand effect)’라고 한다. 유명한 IT 정보 사이트인 Techdirt.com의 CEO인 마이크 매스닉(Mike Masnick)이 만들어낸 말이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Barbara Joan Streisand)는 미국 가수이자 배우이다. 아카데미 여우 주연상과 음악상을 받았으며, 에미상, 그래미상, 골든 글로브상 등을 받기도 했다.

스트라이샌드 효과는 2003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사진가 케네스 아델만(Kenneth Adelman)과 픽토피아닷컴(pictopia.com)을 상대로 5,000만 달러의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파생한 단어이다. 픽토피아닷컴은 워싱턴 포스트, AP통신사, 보스턴 글로브,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과 협약을 맺고 뉴스 사진을 판매하던 사이트로 케네스 아델만이 찍은 사진을 유통했다. 현재는 파산해 사이트 문을 닫았다.

이 소송에서 그녀는 케네스 아델만이 찍은 12,000장의 캘리포니아 해안 사진 중 그녀의 저택이 찍힌 사진을 들어 개인 사생활 침해와 파파라치금지법 위반을 했다며 고소했다. 자신의 저택이 담긴 항공 사진 부분을 삭제하도록 요구하였다. 아델만은 캘리포니아 해안 기록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안 침식의 증거 자료로 남기기 위해 해안을 촬영하였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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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송으로 인해 사진은 크게 알려지게 되었고, 인터넷에서도 많은 관심을 끌게 되었다. 소송이 있던 다음 달에는 420,000명 이상 해당 사이트를 방문해 해당 사진을 보았다. 스트라이샌드의 소송은 그녀가 원했던 사생활 보호도 실패했을 뿐 아니라 소송에서 패하여 피고의 법률비용까지 물어냈다. 법원은 변호사 수임료 등 피고의 법률비용 17만7천달러를 부담하라고 결정했다.

인터넷의 힘이 커지면서 국가, 기업, 유명인 할 것 없이 힘 있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이를 덮으려고 다양한 수단을 동원한다. 이들은 인터넷 위기 관리 전문가를 찾으며 다양한 요령을 배우려고만 한다. 인터넷 위기 관리에 대단한 노하우가 있을 거 같지만 그런 것은 없다. 덮으려고 하지 말고 잘못 했을 때 진심으로 잘못했다고 이야기하고 빠르게 고치는 것이 최고의 위기 관리 전략이다. 감추려고 할 경우 이슈가 되어 더 큰 위험만 초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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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