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디네트웍스 "동남아 인터넷붐, CDN 성장 기회"

일반입력 :2014/12/23 17:17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업체 씨디네트웍스가 동남아시아 일대 공략에 나섰다. 최근 설립한 싱가포르 법인을 거점으로 인근 신흥국가에서 일어나는 인터넷 붐을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김종찬 씨디네트웍스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나 “동남아시아 시장은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에 '팝'(소규모 인프라 임대를 의미)을 유지하고 세일즈 파트너를 통해 사업을 해왔는데, CDN서비스는 채널이나 파트너 통한 사업에 어려움이 있다고 느꼈다”며 “직접 세일즈를 하지 않으면 성과를 낼 수 없다고 여겨 아시아 허브인 싱가포르를 통해 한국보다 인터넷 보급률이 낮은 동남아시아 일대를 공략하려 한다”고 밝혔다.

씨디네트웍스는 지난달 본사 창립 이래 5번째 해외법인인 싱가포르 법인을 설립했다. 싱가포르는 동남아시아에서 금융, 물류의 허브로 통한다. 또한 동남아시아 일대는 아직 인터넷 비즈니스 성장 잠재력이 크다. 최근 모바일 게임, 미디어 콘텐츠 등이 일대 붐을 일으키면서 인터넷 트래픽이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김종찬 대표는 “동남아시아는 한국이나 일본, 북미 지역 대비 인터넷 보급률은 낮지만, 성장률이 높다”며 “매년 20% 씩 트래픽이 성장하고 있어 CDN의 잠재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수년간의 동남아 사업은 쉽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는 지리적 여건 탓에 유선 네트워크 보급이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었고, 현지 인터넷서비스업체(ISP) 간 역학관계 속에서 한국에 본사를 두고 원격지에서 현지사업을 컨트롤하기 어려웠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동남아시아 지역은 아카마이, 라임라이트네트웍스 같은 미국계 글로벌 CDN 업체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반대로, 동남아시아 현지업체의 세력이 크지 않아 전략만 잘 짜면 파고들 여지가 많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는 게임쪽에서 새 가능성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고객층을 보면 겜블링, 게임 등에 전문 IT업체가 꽤 많이 있다”며 “씨디네트웍스가 한국의 게임사를 대상으로 한 사업 경험이 풍부하므로 현지 게임사를 목표로 직접 영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엔 마케팅부터 진행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미 올해 중반 커뮤닉아시아란 IT행사에 참여해 우리 회사에 대한 기대감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다수 받았다”고 덧붙였다.

동남아 시장의 특성은 모바일 중심이란 점이다. 유선 네트워크 인프라 확산이 더뎠지만, 오히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유선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무선 중심 네트워크로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 CDN이 유선 네트워크 붐을 타고 성장한 사업인 만큼 괴리감이 있을 수 있다.

김 대표는 이에 대해 “무선 중심으로 인프라가 확산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해도 백본과 연결되는 중간 단계에서 CDN의 수요가 사라지는 게 아니다”며 “무선망이라 해도 캐시상품이나 다이나믹 웹 액셀러레이션(DWA), 다이나믹 애플리케이션 액셀러레이션 등의 상품을 강조해서 영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선망에서 각광받는 CDN 기술이 모바일 네트워크에서도 힘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모바일 네트워크 인프라 제공업체와 적극적 제휴를 통한 기회 모색도 있다. 노키아(舊 노키아지멘스) 기지국 장비에 CDN의 기술을 집어넣어 최대한 사용자 액세스 단 가까이 CDN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장 진출에 더 많은 투자를 결정한 건 국내 CDN 시장의 정체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2000년대 초반 급성장했던 한국 CDN 시장은 시장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ISP가 직접 CDN사업에 나섰으며, 아마존웹서비스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같은 글로벌 회사가 클라우드 서비스의 옵션 상품으로 CDN을 제공하는 등 출혈 경쟁 환경으로 변했다.

여기에 내년 국내의 경기불황을 점치는 분위기여서 한국 내 사업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이룰 거라 장담하기 어렵다. 김 대표는 “이럴 때일수록 오히려 향후 수년 뒤를 보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시기로 삼아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 CDN업체와 경쟁을 보면, 씨디네트웍스도 글로벌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면서 어렵지만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고 본다”며 “클라우드 사업자의 CDN서비스는 여전히 팝 위주의 서비스기 때문에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용량을 감당하지 못하는 등 지리적 취약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결국 우리의 품질을 무기로 경쟁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경쟁상황과 별개로 CDN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또 다른 트렌드는 ‘인하우스 개발’이다. 애플이 오랜 CDN 파트너와 계약을 축소하고 직접 CDN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고객이 솔루션 파트너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인 것이다.

애플은 지난 9월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 공개 행사를 전세계로 인터넷 생중계를 제공했다. 기반 인프라는 아카마이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날 애플의 실시간 중계는 계속 장애를 일으켰다. 중계 웹페이지에 SNS 반응 실시간 업데이트 기능을 넣어 양방향 소통을 추구했지만, 고급 CDN 서비스는 활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 대표는 이 사건이 CDN사업자의 여전한 존재가치를 보여준 것이라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 고객에게 대형 이벤트를 할 때 멀티플 CDN으로 준비하시라 조언한다”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어디나 상존하고 있고, CDN업체들은 관련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과 내부 인프라, 통계 등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에게 기술력 있다고 판단하면 기술 인소싱 경향을 보이는 건 당연하고, CDN회사 입장에서 대형 고객의 인소싱 경향은 항상 있는 도전과제”라며 “그러나 길게 보면, 인터넷 비즈니스란 게 언제든 새 사업자가 항상 나타나고, 그들이 또 CDN을 이용할 것이며, 새 콘텐츠제공자(CP)도 멈추지 않고 등장해 CDN을 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조심스럽게 또 다른 내년도 해외 사업 계획을 털어놓았다. 유럽 현지 사업의 확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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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년엔 독일에도 사무실을 낼 예정”이라며 “원래 싱가포르 법인 설립 작업과 함께 진행하다 절차적 문제로 미룬 것인데, 독일은 경제가 안정돼 있고, 비즈니스 토대가 탄탄해 해볼 만하다” 라고 밝혔다.

이어 “영업사무소 형태로 운영할 계획이며, 독일 현지인을 채용해 도전하려 한다”며 “한국 본사의 비즈니스도 공고히 해야 겠지만, 계속해서 미국, 유럽, 동남아 사업을 키우고, 이후엔 전세계 CDN수요가 있는 곳을 지속 발굴하고 나아가는게 성장과제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