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공방, '제품 판금→특정기능 금지'로

애플 "특허침해 기능만 빼라" vs 삼성 "말장난 불과"

일반입력 :2014/12/23 13:46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스마트폰에서 특정 기능만 사용 금지할 수가 있을까?

삼성과 애플 간의 특허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판매금지와 관련해 흥미로운 이슈가 제기돼 향후 전개 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 제품 판매금지에 번번이 실패했던 애플이 이번엔 특허 침해된 기능만 사용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한 때문이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22일(현지 시각) 삼성이 지난 주 판매금지를 요청하는 애플 주장에 반박하는 문건을 연방항소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문건은 삼성이 지난 17일 접수한 것으로 돼 있다.

■ 애플 우회 가능하다고 했으니 기능 삭제해라

이번 공방은 지난 5월 배심원 평결이 나온 2차 특허 소송 중 판매금지 관련 부분이다. 2차 특허 소송에서 삼성 제품들이 ▲데이터 태핑(647) ▲단어 자동완성(172) ▲밀어서 잠금 해제(721) 등 3개 특허권을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낸 애플은 곧바로 해당 제품들을 판매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1심 재판을 이끈 루시 고 판사가 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애플 측이 곧바로 연방항소법원에 항소했다.

애플이 삼성 제품을 판매금지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그 동안 애플의 세 차례 판매금지 시도는 번번히 실패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종전과는 다른 전략을 들고 나왔다.

우선 애플은 판매금지로 인한 '잃어버린 수익' 대신 제품 명성 훼손 부분을 강조했다. 그런 근거를 토대로 특허 침해와 ‘회복할 수 없는 피해(irreparable harm)’간의 인과관계(casual nexus)가 좀 더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더 눈에 띈 전략은 그 다음 부분이다. 애플 측은 이번엔 제품의 특정 기능에 대한 사용만 금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애플은 지난 10월초 법원에 제출한 문건에서 삼성 제품 전체가 아니라 (특허 침해가 인정된) 개별 기능들에 대한 사용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애플은 삼성에 1개월 간의 유예 기간을 준 뒤 관련 기능을 제거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애플은 이 같은 요청을 하면서 재판 당시 삼성은 이슈가 된 애플 특허권이 사소한 것일뿐 아니라 충분히 우회 가능하다고 거듭 주장했다면서 그 부분이 정확한 사실이라면 제품에서 해당 기능을 재빨리 삭제하더라도 일반 사용자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삼성 기능 사용 금지는 제품 판금과 같은 얘기

삼성이 이번에 법원에 제출한 문건은 애플의 공격에 대한 답변이다. 이 문건에서 삼성은 “애플의 인과관계 주장은 지나치게 미약하다”고 반박했다.

특히 애플이 제품 전체에 대한 판매금지 대신 특정 기능만 겨냥한 데 대해서는 “말 장난에 불과하다(mere semantics)”고 일축했다.

삼성 측은 그 근거로 “복잡한 기술적인 ‘제품’에서 ‘기능’을 타깃으로 한 판매금지는 그 기능을 가진 제품을 시장에서 축출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삼성은 또 애플 요구는 다른 판매금지와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그 제품에 대한 두려움과 불확실성, 그리고 의심을 불공정하게 조장할 뿐 아니라 경쟁에 방해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 마디로 애플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특허권자에 대한 과도한 보호를 해주는 것이란 게 삼성의 주장이다.

■ 애플의 달라진 전략, 이번엔 통할까?

애플은 왜 제품 대신 기능에 대한 사용금지 요청을 했을까? 당연한 얘기지만 애플이 그 동안 삼성과의 세 차례 판매금지 공방에서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때문이다.

미국 법원은 판매금지 명령을 내리기 위해선 크게 두 가지 요건이 성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즉 ▲특허 침해로 인해 회복 불가능한 피해가 예상되며 ▲이 피해와 특허 침해 간에 강한 인과관계(casual nexus)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 법원의 기본 입장이다. 물론 인과관계는 판매금지 신청한 원고 측이 입증해야 한다.

그 동안 애플은 인과 관계를 증명하는 데 실패했다. 그러다보니 삼성이 특허 침해했다는 판결을 받아내면서도 번번히 판매금지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번에 애플이 제품 대신 기능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전략을 바꾼 것은 이런 점을 감안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연 애플의 이런 전략은 성공할까? 이에 대해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성공 가능성이 많지 않은 것으로 전망했다. 또 설사 성공한다 하더라도 삼성이 우회 가능하기 때문에 “드디어 판금 시켰다”는 부분 외에는 부가적인 실익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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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다른 부분이다. 법원이 스마트폰 판매금지에 왜 그토록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느냐는 질문이 바로 그것이다.

이에 대해 포스페이턴츠는 “이젠 삼성, 애플 뿐 아니라 어느 누구도 제3자의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고서는 고도로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는 복잡한 제품을 만들 수 없게 됐다”면서 “그 때문에 법원은 합리적으로 인정할만한 중요한 요인이 있지 않는 한 과감하게 판매금지 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