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가계통신비 시장 현실 반영 못해

韓 소액결제가 통신비 17%… "문화비용으로 봐야"

일반입력 :2014/12/12 17:47    수정: 2014/12/12 17:47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계통신비 산정 방식이 국내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책 수립의 기본적인 자료로 활용되는 통계 수치에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OECD 자료가 국내 통신비가 비싸다거나 싸다는 논란으로 이어지는 핵심자료인 만큼, OECD 가계통신비 산정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OECD 정보통신분과 부의장을 맡고 있는 최경진 가천대 교수는 12일 권은희 의원(새누리당)이 개최한 정책 간담회에서 “OECD의 통계는 민생과 직결되고 정부의 정책을 수립하는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되기 때문에 체계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가계통신비는 실제 통신요금과 단말기 가격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포함된다. 1인당이 아닌 가계 비용을 말하는 만큼 가구원수가 포함되고, 단말기 가격과 함께 단말기 교체율을 따지게 된다. 여기에 콘텐츠 구매에 따른 소액결제 비용까지 담게 된다. ■ 가계통신비, 어떻게 구성되나

우선 가구원수의 경우 OECD 평균은 2.6명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3명으로, 이를 곱하게 되면 다른 나라보다 가계통신비가 높게 집계된다. 이동전화 보급률도 국내는 상당히 높은 편이라, 결과적으로 가계통신비를 올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 우리나라는 가장 관심이 쏠리는 통신 서비스요금의 경우, OECD 34개국 가운데 최고 9위, 최저 20위를 기록하고 있다.

가계통신비 통계에서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것은 단말기 가격 때문으로 요약된다. OECD 국가 중 단말기 가격이 국내가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기에 스마트폰 교체 주기도 15.6개월로 가장 짧다.

휴대폰 소액결제가 추가되는 부문도 통신비 책정의 큰 오류로 지적된다. 기본 통신비용 외에 영화나 앱 내 결제 등으로 콘텐츠 비용이 증가하고 있는데, 통신요금에 합산되면서 통신비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 교수는 “한 통신사 요금청구서를 분석해보면 소액결제 비중이 전체 통신 요금 중에 17.9%로 나타난다”며 “전화 요금에 청구된 것이 아니라 영화, 음원 등은 오락 문화 비용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바일 결제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비용이 통신비용으로 포함되면서 제대로 된 통계가 나오지 않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를테면 모바일 앱을 통해 의류를 구입하더라도 통신비용에 합산되 청구되는 부분을 어떻게 통신비용으로 볼 수 있냐는 설명이다.

■ OECD 통계, 국가별 상이한 기준

최 교수는 OECD 통계는 각 국가별 통계기관이 제출한 자료를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통일된 기준이 없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우선 국가별 기준년도가 최대 5년 이상 차이난다. 지난해 발표가 이에 해당한다는 것. 현재 이통 시장의 변화 흐름을 살펴보면 5년의 차이를 동일한 기준에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가구원수를 반영해 인당 통신비로 하면 지난해 조사결과 3위에서 7위로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같은 기준으로 볼 때, 평균 가구원수가 2.1명인 룩셈부르크의 가계통신비는 6위다. 반면 1인당 통신비로 따지면 1위가 된다.

실질적으로 중요하게 따져봐야 할 1인당 통신비용을 놓치고 있는데, 가구당 통신비를 의미하는 가계통신비 통계에 집중하게 되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

OECD가 직접 나라별 통신비용을 조사하지 않는 점도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이 집계하는데 각국이 제출하는 자료의 세부항목 비중이 서로 다르다.

나아가 OECD가 최종적으로 발표하는 가계통신비 세부항목에서 단말기 가격이나 통신서비스 요금을 구분하지도 않는다. ■ 부정확한 통계 자료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최 교수는 “통계는 현상을 파악하고 개선점을 도출하는데 기초 역할을 하지만 통계가 가진 한계와 오남용의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며 “수치를 잘못 해석하면 혼란에 빠지기 때문에 OECD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전달해 우리나라 통신 정책의 방향을 올바르게 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대로 된 가계통신비 통계 수치를 비교할 수 있어야 실질적으로 국내에서 통신비 인하 논의가 나올 때 건설적인 의견 개진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전체 통신비용을 구성하는 부분에서 어떤 부분이 상대적으로 높은지 정확하게 짚어내야 정부가 가계 지출 중에 통신비용을 줄이려고 노력할 때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실제 현재 OECD 통계 결과에 따르면 통신서비스비용은 17위 수준인데 단말기를 뜻하는 통신장비 가격 비중은 1위다. 가계통신비를 인하하려면 어느 부분이 선행되야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가계통신비 통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나

최 교수는 “가계통신비의 합리적인 평가와 비교를 위해 ▲통신비의 정확한 정의나 구성항목 ▲각국의 경제상황과 소득수준 ▲가구소득 지출에서 통신비가 차지하는 비중 ▲1인당 통신비와 가구당 통신비 ▲통신비를 통해 향유하는 대체이익 등을 고려해 한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참여한 류제명 미래창조과학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가계통신비는 다양한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실제 어떤 요소가 가계통신비를 높이는지 진지하게 성찰하는 고민이 필요하다”며 “통계의 한계일 수도 있고 국제기구의 한계일 수도 있는데 문제로 보는 것보다 한계를 극복하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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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명 과장은 이어 “OECD의 바스켓 방식은 한계가 있어 국내 통신이용 패턴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 코리아인덱스를 만들었다”며 “통계 보정 작업을 하고 나니 지난해 기준으로 1인당 통신비용 가운데 단말기 비용이 9천원에서 3만2천원으로 보다 현실적인 수치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서운주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통신장비(단말기) 비용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미래부, 이통사와 공조하고 있다”면서 “관계부처와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보다 정확한 통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