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소송, 세번째 재판 열리나?

915 특허권 지위 불안…무효 판결 땐 파기환송될 수도

일반입력 :2014/12/06 10:16    수정: 2014/12/07 13:1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과 애플이 같은 사안으로 세 번째 재판을 하게 될까?

삼성과 애플 간 1차 특허소송 항소심이 지난 4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연방항소법원에서 시작됐다. 이런 가운데 항소심 결과에 따라 1심이 열렸던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서 또 다시 재판을 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전망을 제기한 것은 특허 전문 사이트인 포스페이턴츠다. 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플로리언 뮐러는 5일(현지 시각) 특허심판원(PTAB)이 애플 핀치 투 줌 특허권(특허번호 915)에 대한 무효 판결을 확정할 경우 1심 재판을 다시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첫날 디자인 특허권만 주로 거론

이번 소송은 지난 2012년 8월 배심원 평결, 2013년 3월 1심 최종 판결이 나왔던 소송이다. 재판을 담당했던 루시 고 판사는 삼성이 애플에 9억2천900만 달러 배상금을 지불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 같은 판결 결과에 대해 삼성과 애플 모두 항소를 했다. 하지만 이후 애플은 삼성 제품 판매금지에 대한 항소를 취하하면서 배상금 문제만 놓고 격론을 벌이게 됐다.

이번 소송은 1심부터 온갖 이슈를 만들어낼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루시 고 판사는 1심 배심원들이 부과한 배상금 중 일부가 잘못 산정됐다면서 3개월 뒤인 2012년 11월에 일부 사안만 갖고 다시 재판을 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끝에 지난 2013년 3월에 배상금 액수가 9억2천900만 달러로 확정됐다. 삼성과 애플은 다른 이슈는 모든 털어내고 이 부분만 놓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4일 연방항소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날 공판에선 디자인 특허권 문제가 주로 다뤄졌다. 1차 소송 당시 배심원들은 애플의 각종 디자인 특허권 침해와 관련해 삼성에 약 6억 달러 가량의 배상금을 부과했다.

3명으로 구성된 항소심 재판부는 애플의 디자인 특허권이 기본 기능과 관련된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장식적인 요소인지에 대해 집중 공방을 벌였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항소심 재판부가 아이폰 겉모양과 관련해서 부과된 배상금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항소심 재판부가 애플 측 윌리엄 리 변호사에게 아이폰 외양과 관련해서 부과된 배상금 3억8천200만 달러 부분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관련된) 배상금 3억8천200만 달러 중 일부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 더 큰 쟁점은 915 특허…PTAB 무효 판결 땐 1심 환송 가능성

하지만 더 큰 부분은 소프트웨어 특허권 문제다. 특히 1심 당시 애플의 최대 무기였던 핀치 투 줌(915) 특허권의 유효성 문제가 항소심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 핀치 투 줌이란 손가락으로 화면을 확대하거나 움직일 수 있도록 해 주는 기능을 의미한다.

총 21개 청구범위로 구성된 915 특허에서 핵심쟁점은 청구번호 8번이다. 애플이 제출한 특허 문건에 따르면 8번은 “실행가능한 프로그램 명령어를 저장하고 있으며, 기계가 읽을 수 있는 저장 장치”에 대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장치를 이용해 데이터 처리 시스템이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핀치 투 줌은 그 다음에 나온다. 터치 기능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디스플레이에 데이터 처리 장치를 결합해 각종 입력 명령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돼 있다는 것이다. 이 기술을 적용할 경우 손가락으로 화면을 위아래로 움직이거나 화면을 확대할 수 있도록 해 준다는 것이 애플의 주장이다. 애플이 안드로이드 진영을 공격할 때 915 특허권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해 왔다. 무차별 공격했다.

1차 소송 당시에는 이 특허권 침해를 이유로 삼성 단말기 한 대당 3.10달러를 요구했다. 반면 바운스백을 비롯한 다른 소프트웨어 특허권 두 건의 요구 금액은 대당 2.02달러 수준이었다. 그만큼 애플이 애지중지하는 특허권인 셈이다.

문제는 이 특허권이 연이어 무효 판결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특허청이 2013년 12월 선행 기술 존재 등을 이유로 915 특허에 대해 무효 판결을 한 것. 이어 특허청 내 항소기관 격인 PTAB 조사관 역시 지난 7월에 애플의 재심 요구를 한 차례 기각했다.

이후 PTAB는 지난 11월 19일 애플 915 특허권의 유효성 문제에 대한 심의를 했다. PTAB는 앞으로 수 주 내에 915 특허권 문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놓을 예정이다.

물론 PTAB가 애플 특허권 무효 결정을 한다고 해서 곧바로 915 특허가 무효로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애플은 PTAB 결정에 불복할 경우 연방항소법원에 다시 항소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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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PTAB가 915 특허권 무효 판결을 확정할 경우 항소심 재판부가 그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1심의 핵심 쟁점이었기 때문에 캘리포니아 북부지역법원에 새로운 재판을 지시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얘기다.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이런 근거를 토대로 “항소심 첫날 분위기를 감안할 경우 이번 재판 중 일부 이슈에 대해서는 다시 1심에서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