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 ARM 서버 출시하지 않는 까닭은?

"서버칩 시장서 인텔 영향력 커…다른 기술 성공 힘들 것"

일반입력 :2014/12/01 18:33

델이 몇년째 개발해 온 ARM기반 저전력 서버를 상용화하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방한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사업 담당 임원 발언을 보면, 델은 서버 칩 시장에서 인텔의 영향력을 부담스러워 하고 있지만 ARM서버의 성공 가능성이 크지 않아 눈치를 살피고 있는 모양새다. ARM서버 연구 개발 및 투자와 상용화에서 델보다 발빠른 움직임을 보여 온 경쟁사 HP와는 대조적이다.

델은 지난 2007년부터 투자해 온 마이크로서버 개발 연장선에서, 2012년부터 '코퍼(Copper)'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웹서비스와 하이퍼스케일 인프라 구축을 위한 ARM 프로세서 기반 서버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다. (☞관련기사) 같은 해 10월에는 아파치소프트웨어재단(ASF)에 칼세다 ARM 프로세서를 기반으로 '징크(Zinc)'라는 서버 기술을 테스트하며 ASF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위한 호스팅 및 기술 후원 활동을 지속했다.

델이 징크 관련 기술을 연구할 때까지는 32비트 ARM 코어만 다뤄졌다. 메모리 용량이 4기가바이트(GB) 이하로 제한되는 32비트 프로세서 아키텍처의 한계, 소프트웨어 호환성 문제 등으로 상용화 가능한 서버 플랫폼을 개발하기엔 제약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델에서 64비트 ARM 프로세서 기반 서버 기술을 공개한 것은 징크를 테스트한 이후 1년여가 지난 지난해 10월 'ARM테크컨' 행사에서였다. 이 행사에서 델은 몇몇 업체와 ARM 기술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델과 협력하는 64비트 ARM서버 파트너들은 어플라이드마이크로, ARM홀딩, 페도라 커뮤니티, PMC 등이다. 이들 업체간 협력은 지난 2월 델이 수행한 개념증명(PoC) 수준의 테스트 장비 시연으로 이어졌다. 당시 델은 페이스북이 주도하는 개방형 데이터센터 인프라 개발 협력 커뮤니티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의 공식 행사로 미국서 열린 '오픈컴퓨트서밋'에서 64비트 ARM칩 기반 마이크로서버 솔루션을 일부 고객사 환경에서 실험 중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당시 델은 ARM 진영 64비트 서버 표준 규격인 '서버기반시스템아키텍처(SBSA)'와 ARM 칩개발 파트너 어플라이드마이크로가 선보인 'X진(X-Gene)' 프로세서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를 언제 제품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ARM서버 상용화에 대한 델의 의지는 높지 않아 보였다. 이후 몇달간, 델의 임원들이 보기에 시장에서 ARM서버 수요가 기대만큼 빠르게 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4일 IT미디어 PC월드(☞링크)가 전한 포레스트 노로드 델 서버담당 제너럴 매니저의 ARM서버 사업 관련 발언에 이같은 판단이 담겼다. 노로드 매니저는 솔직히 (ARM서버) 생태계 조성이 예상했던 것보다 좀 느리게 이뤄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보도에 따르면, ARM서버의 최대 이점인 '저전력' 특성이 인텔 x86 칩 진영에 따라잡히면서 ARM서버 도입을 위한 투자 매력도가 빠르게 사라져버린 게 최대 이유였다.

당시 델의 입장은 한 마디로 'ARM서버는 안 팔릴 것 같다'로 요약된다. 64비트 ARM서버를 1년 넘게 테스트중인 지금도 별다르지 않다. 그간 저전력 서버 부문에 이런저런 움직임을 보였지만, 관련 제품 상용화에는 보수적인 이유다. 최근 방한한 델 지역 사업 담당 임원에게 직접 ARM서버 정식 출시 계획을 물었지만 역시 조심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델 아시아태평양일본(APJ)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사업을 총괄하는 피터 마스 사장의 발언을 옮겨 본다.

서버 프로세서(시장) 99%를 인텔이 컨트롤한다. 몇년 전만 해도 (델에서 채택하는) AMD 서버용 프로세서가 있었고, AMD가 나름대로의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지금은 인텔의 영향력이 더 크다. 인텔이 가진 영향력을 봤을 때, 서버 프로세서 시장에서 다른 쪽(ARM 아키텍처 진영)이 성공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x86 아키텍처의) 대안을 찾지 않고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여러 옵션을 고려 중이지만, ARM서버가 언제 나올지 장담하긴 어렵다.

델은 저전력서버 수요에 파워에지 C5220처럼 인텔 저가 프로세서 '제온E3' 시리즈를 탑재한 모델로 대응해 왔다. 경쟁사 HP가 앞서 각국에서 ARM 및 인텔 아톰을 탑재한 서버를 상용화한 모습과 대조된다. HP는 지난 2011년 11월부터 '문샷'이라는 프로젝트를 추진해 저전력 서버 시장을 개척해 왔다. HP가 최근까지 상용화한 문샷 시리즈에 주로 아톰 칩을 넣었지만, 지난 9월말엔 64비트 ARM기반 서버도 프로라이언트 시리즈로 정식 출시했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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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제온E3 프로세서는 저전력에 초점을 맞춘 게 아니라 통상적인 서버용 칩 가운데 성능의 상한선을 두고 있어 소비전력 역시 상위 제품에 비해 낮은 모델에 해당한다. 애초부터 저전력을 우선시한 아톰만큼 전력 소비가 작지는 않다. 그래서 델은 지난달 본사에서 정식 신제품 '파워에지 FM120x4' 모델을 소개하며 본격적인 저전력 서버 시장 경쟁을 예고했다. FM120x4는 델 서버 제품군 가운데 처음으로 아톰 칩을 품었다.

1일 양원석 델코리아 솔루션사업본부 상무는 제온을 탑재한 서버보다 더 낮은 소비전력을 보이는 아톰 기반 신제품이 곧 출시될 예정이라며 본사에서 몇년간 테스트를 진행해 온 ARM 프로세서 기반 서버 제품도 일부 고객사들에게 시범 공급된 상태인데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비롯한 활용 생태계가 충분치 않아 정식 제품화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