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삼성-LG 폰 수장 인사…왜?

삼성 신종균 유임 vs LG 조준호 선임

일반입력 :2014/12/01 10:32    수정: 2014/12/02 18:34

이재운 기자

삼성과 LG의 스마트폰 사업 수장의 운명이 엇갈렸다. 삼성전자는 신종균 사장을 유임시킨 반면, LG전자는 새로운 인물인 조준호 사장으로 교체한 것.

특히 업계에서는 오히려 삼성 수장의 교체설이 더 많았다는 점에서 그 결과가 눈에 띈다.

1일 삼성은 2015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 IM(IT/모바일)사업부장인 신종균 사장을 유임시킨다고 발표했다. 당초 전년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적 부진에 따라 대내외적으로 교체설이 제기됐지만 삼성은 그동안 스마트폰 1위 달성이라는 공로를 인정해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지난주 발표된 LG그룹 정기 임원인사에서 박종석 LG전자 MC사업본부장 사장은 최고기술자문역(CTA)로 이동하고, 그 자리에 (주)LG 대표이사인 조준호 사장을 임명해 대조를 이뤘다.

특히 LG전자 MC사업부가 그 동안의 부진을 털어내고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는 등 본격적으로 상승세에 돌입한 가운데 이뤄진 교체 인사여서 배경에 대한 여러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 부진한 삼성은 유임되고, 성장세로 돌아선 LG는 교체된 이유가 뭘까.

우선 3분기 실적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부진’과 ‘좋은 성과’라는 평가가 다소 무색하다. 삼성전자 IM사업부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7천500억원, LG전자 MC사업부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천674억원이었다. ‘부진한’ 삼성전자의 이익 규모가 ‘선방한’ LG전자의 이익 규모 보다 10배 이상 많다.

물론 삼성전자 IM사업부가 PC와 카메라 등 다른 사업부서를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모바일 기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엄청난 차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모바일 사업 부진은 신 사장의 실책이라기 보다 고가 스마트폰 시장 자체의 포화에 따른 구조적 결과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스마트폰 평균 판매단가(ASP)가 하락하고 있고 선진국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다른 전문가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 사장에게 모든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기존 고가형 제품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신 사장에게 이번에는 중저가 시장에서의 돌파구를 마련해 또 한 번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보라는 그룹의 결단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 ‘없던’ 시장인 ‘고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개척한 그에게 신 시장 개척에 대한 재신임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반면 LG전자는 중국 업체에 밀려 출하 대수 기준 5위권에 머물러 있는 MC사업부의 스마트폰 실적이 성에 차지 않은 상황에서, 그 동안 연구개발 중심으로 맞춰뒀던 중심 축을 이제 영업과 마케팅이라는 새로운 축으로 이동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전임 박종석 사장이 연구개발부서 출신의 엔지니어인 데 비해, 조준호 사장이 기획·전략통이자 2000년대 초중반 북미 시장 점유율 19.6%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영업 마케팅을 지휘했다는 점에서 이를 유추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도 지난주 인사 발표 당시 배경에 대해 “박종석 사장은 연구개발에 강한 엔지니어 출신이고, 조준호 사장은 전략과 마케팅에서 과거 뛰어난 성과를 보인 인물”이라며 “G3를 통해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확보된 만큼 이제 영업과 마케팅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겠다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한편으론 이번 교체 인사가 박 사장이 건강상 문제로 본부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내린 결정이란 전언이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의 저가 공세 속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내야 한다는 판단이 두 수장의 운명을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