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700MHz 요구는 '공익 아닌 사익'

[긴급진단] 정치 그물에 갇힌 700MHz 정책④

일반입력 :2014/11/24 14:31    수정: 2014/11/24 15:11

정부가 정치권의 거센 압력에도 불구하고 700MHz 주파수를 지상파방송의 UHD 방송 배정에 선뜻 응하지 않고 있다. 정기국회 동안 국회의 끈질긴 요구에도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재난망을 배정하고 잔여 대역에서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해 방송통신이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 중이다.

지상파방송에서 700MHz를 UHD 방송에 활용할 경우 UHD TV 판매 증대와 콘텐츠의 해외 수출, 이에 따른 관광 부수입 등 산업효과가 크다고 주장하고 있음에도, 이처럼 정부가 700MHz를 지상파방송에 배정 못하는 속내는 무엇일까.■직접수신율 6.8% 불과한 데 UHD 전국방송?

국민의 재산이자 공공재인 주파수를 지상파에 분배하기 위해서는 이를 납득시킬만한 명분이 필요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료방송을 통한 UHD 확산은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제공할 수 없으며, 콘텐츠 경쟁력을 지닌 지상파가 UHD 방송에 나서야만 UHD TV 판매 증대, 콘텐츠 해외 수출, 관광 부수입 등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도 떨어지고 명분도 약하다.

우리나라 국민의 약 90%는 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으며, 안테나를 통해 직접수신을 하고 있는 가구는 6.8%에 그치고 있다. 오히려 지상파는 직접 수신율 개선을 위한 노력보다 매년 유료방송에 대한 재송신료 인상에만 혈안이 돼 있다. 올해도 가입자당 280원의 재송신료를 400원으로 인상해달라며 유료방송 업계를 압박하고 있다. 유료방송사와의 협상에서는 콘텐츠 이용에 대한 대가로 재송신료를 요구하면서도, 유료방송사들이 일반 국민들에 지상파방송을 전달하는 네트워크 비용에 대해서는 ‘나몰라라’로 일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상파가 직접 UHD 전국방송을 해야만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재와 같은 직접수신율로는 700MHz를 지상파에 분배해도 대다수의 국민은 유료방송을 통해 UHD 방송을 볼 수밖에 없다”며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콘텐츠 해외 수출? 지상파가 가장 큰 걸림돌

지상파가 나서야 콘텐츠 해외 수출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상파의 주장도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 그동안 한류 콘텐츠 수출에 가장 걸림돌이 된 것이 지상파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콘텐츠 산업에서 우월적 지위에 위치한 지상파가 폐쇄적인 저작권 정책을 유지하면서 지상파에 납품한 콘텐츠사업자는 이를 해외에 수출하거나 확산시키고 싶어도 불가능했다.

유튜브가 글로벌 동영상 콘텐츠 시장을 석권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개방, 공유, 협력이었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지만, 지상파의 정책은 이와 정반대로 폐쇄적, 배타적이었기 때문이다.

최근 영국의 BBC나 iTV 등이 지상파 콘텐츠 개방 정책을 펴며 이 같은 흐름에 편승, 새로운 창조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국내 지상파는 여전히 과거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미래부가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방송콘텐츠 수출 확산을 목표로 콘텐츠 코리아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지상파가 이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데서도 잘 나타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 시장에서는 절대 갑에 위치한 지상파의 정책 때문에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상파가 700MHz로 UHD 방송을 한들 콘텐츠 해외 수출이란 것도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상파 700MHz 분배는 공익 아닌 사적이익

전문가들이 700MHz 지상파 할당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공익보다는 사적이익 추구에 무게 중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지상파가 UHD 방송 송출을 이유로 700MHz 주파수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가 차세대 방송에 대한 송출 수단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즉, 송출 수단이 없는 방송플랫폼은 단순 채널을 공급하는 PP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이를 탈피하기 위해 지상파가 700MHz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공익을 위해 유료방송사에 무료로 의무재송신을 하고 있는 KBS1. EBS와 달리, 콘텐츠 이용대가를 받고 있는 KBS2, MBC, SBS(서울방송) 등은 사실상 일반PP와 같이 유료방송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있는 민간 방송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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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 사업자가 향후 700MHz 주파수를 이용해 UHD 전국방송을 해도 대부분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는 국민들은 간접적으로 이 비용을 지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700MHz의 지상파방송 분배는 공익보다는 이들 사업자의 주머니를 채워주는 사적 이익의 성격이 짙다고 할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지상파가 유료방송에 종속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700MHz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사실상 현재도 대부분의 국민들은 유료방송을 통해 지상파를 시청하고 있다”며 “지상파의 이러한 사적 이윤을 충족시켜주기 위해 수십조원의 가치를 지닌 주파수를 지상파에 분배하는 것은 경제‧산업적으로 낭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