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구글 분할 방안' 실현 가능할까

우회적 압박은 가능…법적 이슈 따지면 힘들어

일반입력 :2014/11/24 11:07    수정: 2014/11/24 11:3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유럽연합(EU)이 구글을 두 개 회사로 쪼갤 수 있을까?

유럽 의회가 구글의 반독점 행위를 제재하기 위해 두 개 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실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21일(이하 현지 시각) 영국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유럽 의회는 구글을 인터넷 검색과 기타 사업 부문으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럽 의회는 오는 27일 구글 회사 분할 방안에 대한 표결을 할 예정이다.

■ 미국 측, 유럽의회 분할 권고안에 '코웃음'

이 대목에서 당연히 제기되는 질문이 있다. 과연 EU는 미국 회사인 구글을 두 개로 분할할 권한이 있는 것일까?

물론 유럽 정책 당국이 구글을 직접 분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유럽 내에서 영업을 하기 위해선 분할을 하라는 식으로 명령할 수는 있다. 그 정도까지는 권한을 갖고 있다.

문제는 실행 가능성이다. 당장 구글이 유럽의회나 정책 당국을 상대로 제소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때 유럽의 분할 명령이 법률 공방을 이겨낼 가능성은 많지 않다고 봐야 한다. 만약 그대로 고수할 경우 미국 쪽에서도 두고 보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미국과 유럽 간의 무역 분쟁으로 확대될 수도 있다.

검색 전문 사이트인 서치엔진랜드가 분할 보도를 접한 미국의 많은 사람들은 코웃음을 치고 있다”고 분석한 것도 이런 부분 때문이다. 유럽의회가 사실상 구글을 분할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유럽의회의 분할 결의안은 상징적인 행동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서치엔진랜드는 또 “이번 움직임은 유럽에서 반구글 정서가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해석했다.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 출신으로 지금은 워싱턴 D.C에서 반독점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데이비드 발토 역시 씨넷과 인터뷰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정부 기구가 경쟁 중간에 끼어든 사례를 생각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 2010년부터 공방…한 때 합의 도출했다가 무산

EU와 구글 간의 반독점 공방은 지난 2010년 MS와 영국 비교 쇼핑 사이트인 파운뎀이 구글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이들은 구글이 검색과 광고 시장에서 불공정 행위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에 비해 반독점 이슈에 대해 민감한 편인 EU는 이후 구글의 비즈니스 관행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 2012년 한 때는 전체 수익의 10%인 약 40억달러 가량의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면서 구글을 압박했다.

이후 구글과 EU는 열띤 공방을 벌였지만 이렇다 할 합의점에 이르지 못했다.유럽연합집행위원회(EC)에서 구글과 협상을 주도한 것은 호아킨 알무니아 집행위원이었다.

호아킨 알무니아는 한 때 구글과 거의 합의에 이른 적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해 4월 검색 결과 수정 합의였다. 당시 구글은 검색 주체를 명확하게 표기하고 직접 수익과 연결되는 여행 관련 검색에서 경쟁사를 우대하겠다는 등의 제안을 내놨다.

당시 제안에서 구글은 여행, 레스토랑 검색 결과에서 자사 관련 콘텐츠는 반드시 명시하겠다고 약소했다. 이와 함께 경쟁 검색 엔진으로 연결되는 링크를 최소한 세 개 제공하기로 했다. '버티컬 검색'으로 불리던 여행, 레스토랑 검색 등은 그 동안 경쟁업체들이 가장 많은 불만을 제기해 왔던 분야다. 옐프, 트립어드바이저 등 전문 검색업체들은 구글이 검색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한다면서 강력 반발해 왔다.

이 합의로 구글과 EU간 공방은 종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MS, 옐프 등 경쟁업체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결국 합의안은 물거품이 됐다.

구글과 협상을 주도했던 알무니아 역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지난 1일 EC 집행위원직에서 물러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 구글과 제재 문제는 알무니아의 뒤를 이어 집행위원이 된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손에 넘어가게 됐다. 베스타게르는 덴마크 부총리 겸 경제내무장관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 미국선 2000년 MS 분할명령했다가 1년만에 취소

구글 회사 분할 공방은 지난 2000년 미국 법원이 마이크로소프트(MS) 분할 판결을 한 이후 처음이다. 당시 미국 연방법원의 토머스 펜필드 잭슨 판사는 MS가 불법적으로 브라우저 시장을 독점했다면서 운영체제(OS)와 애플리케이션 기업으로 분할할 것을 명령했다.

하지만 이 명령은 2001년 6월 항소법원에서 뒤집어졌다. 법무부 역시 MS를 분할하지는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반독점 조사를 사실상 종결한 적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특정 회사를 분할하는 것이 그만큼 쉽지 않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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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유럽에서도 브라우저 반독점 문제로 홍역을 치뤘다. 역시 강력한 압박을 받던 MS는 지난 2009년 윈도 운영체제에서 익스플로러 브라우저를 번들 제공하던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하는 선에서 마무리한 적 있다.

EC는 또 지난 2013년에는 이행명령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면서 MS에 대해 7억 달러 가량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