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금융계, 공생과 경쟁의 갈림길

고객접점 놓고 싸울 것이냐, 공유할 것이냐

일반입력 :2014/11/21 13:43    수정: 2014/11/21 14:23

손경호 기자

공생이냐, 경쟁이냐. 카카오페이와 뱅크월렛카카오를 통해 시작된 핀테크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서도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들 기업이 국내 금융사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관계가 될지, 하나의 시장을 두고 뺏고 빼앗기는 경쟁관계가 될지에 대한 관계설정이 새로운 관전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 금융권와 핀테크 스타트업 관계자들에 따르면, 논의에서 핵심은 누가 고객접점을 확보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낮은 금리로 인해 더이상 대출 등 금융투자업이 은행들의 안정적인 수익원이 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소비자들은 변했다. 직접 은행 창구를 찾기보다는 PC, 스마트폰을 통한 인터넷/모바일 뱅킹 이 대중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집계에 따르면 9월 기준 모바일 뱅킹을 포함한 우리나라 인터넷 뱅킹 서비스 등록고객수는 1억110만명에 달한다. 중복 고객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국내 인구수에 맞먹는 수준이다.

기존 금융회사들 역시 핀테크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스마트폰을 통한 금융거래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기존에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통한 금융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금융소비자들에게 피부로 와닿는 서비스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의 새롤운 아이디어를 기존 금융회사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최근 서울 역삼동 소재 디캠프에서 '핀테크와 금융규제, 갈등과 전망' 주제로 오픈넷 포럼이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강정수 오픈넷 이사는 미국 뉴욕, 영국 런던 등지에서 인큐베이터,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가동해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키우려는 시도가 벌어지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55개 은행이 직접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통적인 금융회사에서 먼저 나서서 핀테크를 통한 자사 수익모델 개발에 힘쓰고 있는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판단에서다.

강 이사는 금융소비자들이 은행 서비스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예금저축이라기보다는 본인이 입출금한 내역 등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뱅크월렛카카오처럼 친구들에게 10달러, 20달러씩 송금하고 관련 내역을 페이스북 타임라인처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30대 미만 여성들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이동산 페이게이트 기술이사는 지난달 말 웹표준을 논의하는 월드와이드웹컨소시엄(W3C) 산하 웹페이먼츠 그룹 정기회의에 참석차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 다녀왔다.

이 이사에 따르면 이 그룹에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페이팔, 베리사인 등 IT기업과 함께 HSBC, 스위프트, 블룸버그, ING 등 국제 금융서비스 제공그룹, PCI, GSI와 같은 표준화 기구, 타깃, NACS 등 유통회사와 함께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FRB)까지 참여했다. 이 자리에서는 글로벌 간편결제, 전자지갑과 신용카드 및 모바일 결제와의 관계 등이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다.

이 이사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핀테크와 같은 앱을 기반으로 한 결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금융권 수익악화, 스마트폰 기반 금융서비스 사용자 증가에 따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으로 핀테크를 바라보고 적극적인 연구와 함께 새로운 수익모델 찾기에 분주하다.

이와 관련 김진화 코빗 이사는 현재 문제는 금융업이 고객접점을 잃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스마트폰이 은행창구거래, 송금 등을 대체하고 있는 시점에서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훨씬 더 많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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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논의는 기존 금융회사와 핀테크 스타트업들 간 대결구도로 가기보다는 더 많은 고객접점을 확보할 수 있는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오랫동안 금융사업 노하우를 구축해 온 금융회사들의 협업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일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갖고 있는 반(反) 금융회사 정서, 없는 시장을 잠식하려고한다는 금융회사들의 우려섞인 목소리만으로는 양쪽 모두에게 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