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미래산업 IoT 활용도 논의돼야

[긴급진단] 정치 그물에 갇힌 700MHz 정책③

일반입력 :2014/11/20 17:49    수정: 2014/11/21 09:15

정부가 주파수 할당을 고민할 때 경제성과 공익성의 잣대를 꺼내든다. 주파수는 전 국민의 재산인 공공재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경제적인 가치와 공공적 가치를 제공하는지 꼼꼼이 따져야 한다.

700MHz 주파수 용도를 결정할 때 정보통신기술(ICT) 양대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외부 전문가와 공동으로 연구하면서 공익성, 기술적 타당성 이외에 경제성을 치밀하게 고민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신호 감쇠가 적고 전파 효율성이 뛰어난 700MHz 대역의 용도를 결정할 때 무엇보다 경제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번의 결정으로 수조원의 가치를 잃어버릴 수 있고, 또 반대로 새로운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판단, 700MHz 주파수 대역중에 우선 재난망에 20MHz 폭을 할당했다. 남은 주파수 대역을 두고 통신업계와 지상파 사업자가 서로 팽팽한 대결을 벌이고 있는 만큼, 각자가 주장하는 경제적 가치도 세밀하게 따져야 한다.■ GDP 생산성 증대 vs UHD TV 생산판매, 콘텐츠 수출

700MHz 주파수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했을 때의 경제적 가치는 무엇보다 국내총생산(GDP) 증대 효과와 생산성 증대효과가 현격히 크다는 점이다.

반면 지상파 UHD 방송으로 활용했을 경우, UHD TV 판매와 콘텐츠 수출 등의 산업효과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홍인기 경희대 교수는 최근 열린 주파수 할당 공청회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분석한 국민소득 증대효과로 700MHz를 통신에 활용하면 53조원, 방송으로 할당할 경우에는 3조7천억원으로 추산된다”며 “경제 이득을 수치로 환산하는 비교가 어렵더라도, 여러 연구 결과를 종합하면 이동통신용으로 활용했을 때 경제적 효과가 더욱 크다”고 말했다.

이상운 남서울대 교수는 “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가 700MHz로 지상파 UHD 방송을 하게 될 경우, 산업적 파급효과는 2016년부터 향후 6년간 약 11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전문기관의 분석이나 학계의 연구 발표에 따라 양측의 의견을 종합하면, 700MHz를 이동통신 용도로 활용할 경우 경제적 가치가 훨씬 크다는 결론에 이른다. 휴대폰 단말기와 기지국 등 통신장비, 이동통신 서비스, 스마트폰 등 ICT 핵심산업이 이동통신과 맥을 같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계에서는 700MHz를 UHD 용도로 할당할 경우, 드라마와 같은 인기 콘텐츠의 해외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같은 견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업계 한 전문가는 “지상파 사업자가 스스로 예측한 콘텐츠 수출과 이에 따른 외국인의 관광 부수입까지 고려해 예상한 산업효과가 2조9천억원에 그친다”며 “이외에 지상파가 가질 가치 수익은 광고 수입 정도인데, 광고 산업은 성장을 멈췄고 결국 유료방송에 재송신료(CPS)를 늘리는 식으로 파이 나눠먹기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미래 먹거리, IoT 주파수는 마련 됐나

현재 논의중인 이동통신사와 지상파방송사의 700MHz 대결은 지상파 직접수신율 6.8%와 5천700만 휴대폰 가입자로 맞춰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국의 차세대 먹거리인 사물인터넷(IoT) 시장을 육성하고 지원할 주파수 수요가 마련됐는지, 해당 주파수로 700MHz를 새로 할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국내 ICT 최상위 의결기구인 정보통신전략위원회는 첫 회의부터 ‘초연결 창조한국’을 내세워 사물인터넷 강국이 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정부 뿐만 아니라 통신사들도 사물인터넷을 미래 신사업으로 내세웠고 스타트업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 회사인 시스코가 전망한 사물인터넷의 잠재 가치는 향후 10년간 1조9천억달러, 자그마치 2천조원에 달한다. 수많은 사물들이 센서를 갖게 되고 이 정보를 이동통신으로 전달하는 산업이 ICT 산업의 중심에 선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전세계 사물인터넷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아이디어와 논의만 이어지고 있을 뿐, 정작 사물인터넷 시대에 대비한 주파수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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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700MHz 할당을 두고 모바일 트래픽 폭증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사물인터넷에 관련된 이야기는 빠져있다”면서 “센서 하나가 보내는 정보는 작지만 수천만개의 사물이 연결되면 지금의 주파수 계획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물인터넷의 산업적 경제적 가치를 고려한다면 단순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어떤 주파수를 사물인터넷 주파수 자원으로 쓸 수 있는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