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현실로…위대한 우주탐험 로제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첫장면 떠올라

데스크 칼럼입력 :2014/11/13 10:01    수정: 2014/11/21 15:2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란 영화가 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1968년 발표한 이 작품은 철학적 깊이와 영상미 면에서 손꼽히는 걸작이다. SF 영화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 뒤 수 많은 감독들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털어놨다. 대표적인 게 ‘인터스텔라’를 만든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다. 최근 방한한 놀란 감독은 영화 속에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대한 오마주를 담았다고 밝혀 화제가 됐다. 영화에 나오는 군용 로봇 디자인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 너무나도 익숙한 로제타의 '혜성 착륙' 장면

인류의 기원에 대한 성찰을 담은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첫 장면을 한번 떠올려보자.

영화가 시작되면 황홀한 일출 장면이 펼쳐진다. 첫 화면엔 원숭이와 다른 동물들이 뒤섞여 있다. 야만 생활을 하는 인류의 조상은 정체불명의 이상한 검은 돌(모놀리스)을 발견한다. 원숭이 무리의 우두머리가 그 돌을 향해 뼈다귀를 던진다. 그러자 공중에서 회전한 뼈가 아래로 내려오면서 우주선으로 바뀐다.

이 때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배경음악으로 깔리면서 거대한 우주 탐사가 시작된다.

서두가 좀 길었다. 간 밤에 흥분할만한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혜성탐사선 로제타에서 분리된 착륙 로봇 ‘필레(Philae)’가 혜성 ’67P/추류모프-게라시멘코’에 무사히 착륙했다는 소식이다.

유럽우주관제국(ESA)이 2004년 3월 로제타를 발사한 지 10년 8개월 만의 쾌거였다. 로제타는 혜성에 닿기까지 10년 8개월 동안 총 65억km를 비행했다. 이번에 착륙한 67P는 지구로부터 5억1천만km 떨어져 있는 혜성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흥분시켰던 달 착륙과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프로젝트인 셈이다.

탐사로봇 필레는 앞으로 혜성 표면을 탐사하고 각종 화석을 연구하는 작업을 진행한다고 한다. 인류 생명의 기원을 찾아가는 거대한 작업에 한 발 더 다가서는 것이다.하지만 사람들은 인류가 수 억 km 떨어진 목성의 혜성에 탐사로봇을 올려놓았다는 소식에 그다지 놀라는 것 같진 않다. 과학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지만 일반인들은 “그런 일이 있었던가 보다”란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적어도 내 주변엔 그랬다.

왜 그럴까? 달 착륙 땐 전 세계인들이 흥분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보다 훨씬 더 어마어마한 성과 앞에 왜 다들 평온한 반응을 보이는 걸까?

물론 우리 주변에 놀랄 일, 슬퍼할 일들이 너무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저 멀리 우주에까지 시선을 돌릴 여유가 없는 탓일 게다. 그런 전제 하에 얘기를 풀어가 보자.

■ 로제타 착륙 보면서 엉뚱하게도 '인문학'과 '예술' 떠올라

그 동안 우리는 영화를 통해 너무도 그럴 듯한 장면들을 많이 접했다. 우주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영상도 이젠 새로울 것이 전혀 없다. 영화 속에선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영화 속에선 행성 사이를 오가는(inter-stella)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로제타의 행성 착륙 소식을 접하면서 46년 전 개봉된 영화를 떠올린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가상공간.’ 우린 지금 바로 그 가상공간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기자는 과학, 특히 우주에 대해선 잘 모른다. 이런 저런 기사와 자료들을 통해 어렴풋하게 이해할 따름이다. 그 경험을 통해 적어도 한 가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1조원 이상의 어마어마한 자금이 들어간 이번 우주 탐사 프로젝트가 이뤄낸 성과가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쩌면 인류와 우주 탄생의 실마리에 한 발 더 가까이 다다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로제타의 혜성 착륙을 보면서 난 엉뚱하게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떠올렸다. 그 영화 첫 장면에서 던진 화두가 마침내 현실 속에서 실현됐다는 생각을 했다.

한번 물꼬를 튼 생각의 고리는 엉뚱한 곳으로 계속 이어졌다. 인류가 우주 탐사의 원대한 꿈을 꿀 수 있었던 것은 과학자들의 냉철한 지성 덕분만은 아닐 것이란 생각. 어쩌면 예술가와 인문학자들의 아름다운 상상도 이런 쾌거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란 생각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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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글을 맺자. 영화 속 영상에 익숙한 우리에겐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혜성 착륙은 인류 과학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임에 분명하다. 그 쾌거를 이뤄낸 사람들에게 맘껏 박수를 보내자. 영화가 현실 속에서 실현되는 실마리가 될 수도 있을 터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멋진 꿈의 실마리를 던져준 수 많은 인문, 예술가들에게도 함께 박수를 보내주자. 우리가 ’놀라운 영상’을 익숙한 현실로 착각하도록 만든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