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금 막히니 페이백…이통사 철퇴?

리베이트 현찰 지급, 불법 보조금 경쟁 촉발

일반입력 :2014/11/03 08:54    수정: 2014/11/05 10:00

아이폰6에 책정된 판매 수수료가 뛰어오르며, 80만원대에 가까운 '아이폰6'가 10만원대에 판매되는 '아이폰 대란'이 벌어졌다. 아이폰6를 정상가에 구매한 예약 입자들을 한순간에 호갱으로 만든 이같은 사태가 발어지면서, 책임론을 놓고 공방이 뜨거워지고 있다. 여론의 뭇매를 맞으면서도 단통법 정착에 공을 들여온, 정부도 이번 사태를 엄중한 사태로 보고 책임소재를 단단히 벼를 모양새다.

아이폰6 한대 가격은 출고가 78만9800원. 통신사들이 공시한 지원금과 15%의 추가 할인을 더해도 소비자가 아이폰6를 손에 쥐기 위해서는 60만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아이폰 판매공식은 이통사들이 판매점이나 대리점에 수십만원의 판매장려금을 더하면서 무너졌다.

지난 1일 오후, 한 통신사가 리베이트(유통점 판매 수수료) 40만원 규모를 책정하면서 대란의 조짐이 일었다. 이후 경쟁사 두곳이 이같은 흐름에 합세했고, 본격적인 대란에 돌입했을 때 60만원 규모까지 늘어났다. 아이폰6 16기가바이트가 10만원대까지 떨어지는 순간이다.

폰파파라치 홍역을 겪은 유통점 입장에선 10만원에 아이폰6를 팔아 실적을 올리고 싶지만, 비정상적인 페이백 현찰 지급밖에 방법이 없었다. 정상적인 보조금 지급이 단통법에 의해 막히면서, 높아진 판매 수수료를 편법으로 소비자들에 지급하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대리점에서는 고객이 껌 한통을 사면 40만원을 주고 이를 구매하고, 아이폰을 사게 하겠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다.■ 아식스 대란, 얼마나 심각했나

실제 아이폰6 대란이 공짜폰이나 마이너스폰 사태까지 이어진 것은 아니다. 제조사 판매 장려금이 없는 애플인만큼 이통사의 가입자 확보 비용만으로 보조금 경쟁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1분에 1만명씩 사전예약을 했던 아이폰6 개통 수치가 더해져 전체 시장에 희석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3년여만에 주말 개통 업무도 가능했다.

그럼에도 이처럼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아이폰의 특수성으로 풀이된다. 아이폰은 지난 봄 이통사 사업정지 제재시 아이폰5S 출고가를 내리고 공짜폰으로 둔갑한 것 이외에는 이용자 차별을 낳는 보조금 경쟁에서 한발 비켜있었다.

그러나 아이폰이 출시된지 불과 이틀만에 호갱을 양산하는 무기가 됐다. 전날 밤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대기자들은 물론 아이폰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전예약 가입자까지 한 순간에 호구로 만들었다.

시장 상황에 따른 지원금 경쟁으로 보기도 어렵다. 공시된 단말기 할인 지원금 액수는 그대로인데 판매점의 유통 수수료만 하루 아침에 올려 유통망에서 스스로 페이백 지급을 하도록 등을 떠밀었다. ■ 옆구리 찌른 이통사, 유통망 일탈로 몰텐가

유통망 수수료를 책정해 마케팅 정책이란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은 이통사의 몫이다.

실제 한 이통사 유통망 관계자는 아이폰이 출시된 지난달 31일 밤 이통사로부터 “주말(1일)부터 마케팅 정책 변동이 예상되니 판매 대응에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고 한다.

갑자기 터진 ‘아식스(아이폰6) 대란’이 아니라 예고된 불법 마케팅의 결과란 뜻이다.

문제는 이통사들이 자신들과 계약관계에 있는 대리점, 판매점 등 유통망에 판매 수수료를 올려 페이백을 조장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들 이통사들은 판매 수수료만 올렸을 뿐, 자신들이 불법적인 보조금을 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판매점, 대리점을 비롯한 하부 유통망은 올해 이통사들이 총 3달에 걸쳐 거의 장사를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판매 수수료가 오르니 자신들의 실적을 올려야 했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라고는 수수료 차익을 떼서 고객을 모아 현찰로 지급하는 페이백 밖에 없었다.

단통법 시행 이후, 이통사의 페이백 조장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단통법 시행 3주차 하루 번호이동(MNP) 건수가 2만3천건까지 오른 적이 있다. 정부는 이를 두고 시장 활성화로 해석했지만, 유통업계에선 국내 제조사 단말기 대상으로 판매 수수료가 80만원을 넘어섰다고 입을 모은다. 아이폰 대란의 전조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판매 수수료가 오르자 유통망에서 페이백 지급이 이뤄지기 시작했고, 이통사는 법 위반행위의 주인공에서 한발 물러나 실적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깨달은 것이다. 이를 아이폰 판매 경쟁에서 다시 한번 써먹었고, 유통망을 불법 행위의 전선으로 내몰은 셈이다. ■ 방통위, 불법 페이백 조장 엄벌 예고

정부도 이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판단하고 있다. 새로운 법 체재 아래서 위반 책임을 빠져나갈 수 있는 꼼수로 파악했기 때문이다.

방통위와 미래부는 페이백 과다 지급 건을 두고 “이통3사가 공시지원금 상향 등의 합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유통점 장려금을 상승시켜 불법을 방조한 책임이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에서 이통사가 피해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나아가 이통사 마케팅 부문 임원 형사고발까지 거론하며 사실조사 실시를 검토하겠다는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는 방통위가 이미 주시하고 있던 부분이다. 앞서 방통위 한 고위 관계자는 “페이백 방식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조사 방식과 처벌에 대해 방안을 마련하고 있었다”고 귀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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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6 대란으로 페이백에 관한 처벌과 제도 손질이 앞당겨졌다는 것으로 관측된다.

방통위의 다른 관계자는 “단통법이 한달 동안 가장 잘 작동된 부분이 이용자 차별 해소였는데, 이번 페이백 조장 사례는 그마저 무너뜨렸기 때문에 간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