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통법 한달…"더 기다려야" vs "개정해야"

'상한제 폐지'에서 '실패한 법'까지

일반입력 :2014/10/30 14:32    수정: 2014/10/30 16:32

“조금씩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기다려 달라.”

“이통사와 제조사의 보조금 분리공시, 보조금 상한제 폐지, 출고가 상한선 도입 등 개정이 필요하다.”

“실패한 단통법 즉시 중단하라.”

단통법 시행 한 달을 맞아 소비자와 정부, 국회, 이통사, 제조사, 유통업계가 이처럼 제각각 목소리를 내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한달여를 맞고 있지만, 제도도입 초기인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주장과 개정,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기다려 달라”

단통법이 제도적으로 안착될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보자는 주장은 단통법의 입법 주체인 정부, 그리고 이통사와 제조사들이 주로 내놓고 있다. 시행 초기와 비교해 4주차를 맞은 현 시점에서 여러 개선된 지표가 나오고 있고, 소비자들의 큰 불만사항이었던 보조금 역시 상한선인 30만원대로 상향되면서 단통법 효과에 관심을 기울여 보자는 것이다.

일례로, 단통법 첫 주 이통3사의 갤럭시노트4 보조금은 월 9~10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해도 8~11만원대에 그쳐 소비자들의 원성을 샀다. 그러나 3주차를 넘어선 현재는 21~22만6천원으로 2배 정도 오른 상태다. 또 KT의 경우는 최고가 요금제이기는 하지만 12만원대 요금제에 가입할 경우 상한선인 30만원까지 지급한다.

이처럼 보조금이 상향 조정되면서 소비자들의 구매심리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단통법 시행 첫 주 동안 3만4719건에 그쳤던 번호이동 수치가 2주차에는 4만8217건, 3주차에는 7만624건, 4주에는 7만6448건으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정부는 시행 초기 눈치작전에 나서던 이통사와 제조사들로 인해 보조금이 줄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현재는 보조금이 늘고 있고, 그동안 보조금에서 소외됐던 중‧저가 요금제 이용자나 약정만료 가입자가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 점은 확실히 개선된 효과라고 강조했다.

미래부의 한 관계자는 “단통법이 이통사만 배 불린다는 지적이 있지만 이는 적어도 10월 이후인 4분기 실적이 나와야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일”이라며 “오히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돼 제2의 팬택 사태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고 잘못된 부분은 개선돼야겠지만 우선은 단통법을 연착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분리공시에서 상한선 도입 주장까지

단통법 후폭풍이 확산되면서, 국회에서는 단통법 개정 요구가 거세다. 이통사의 지원금과 제조사의 장려금을 구분해 공시하는 ‘분리공시’와 ‘보조금 상한제 폐지’는 이미 여야가 개정안에 담아 입법발의 했고 추가 개정법안도 잇따라 예고된 상태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경쟁 활성화를 통한 통신요금 및 단말가격 인하를 꾀하기 위해서는 ‘요금인가제 폐지’와 ‘단말 완전자급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또 통신요금과 단말가격을 일정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상한선(Price Cap)’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된 상태다.

다만, 단통법 개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단말 유통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치는 일은 단기간에 불가능한 만큼, 초기 시행의 부작용을 개선하는 법 개정 등 제도개선을 통해 연착륙을 꾀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 판매를 완전 분리하는 ‘완전자급제’와 같은 급진적인 제도변화 보다는 단통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곽정호 정보통신산업연구원 산업정책실장은 “단통법 시행초기 법‧제도의 존폐를 논하기 보다는 시장변화에 대한 면밀한 실태조사와 모니터링을 통해 분리공시, 보조금 상한제 폐지, 요금인가제 폐지와 같은 제도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단통법은 실패한 법

반면, 유통업계나 소비자를 대변하는 시민단체 측에서는 단통법이 위헌적 요소를 갖추고 있으며 유통업계 생존권 보장을 위해 중단해야 한다며 다소 과격한 주장을 내놓고 있다.

전국통신소비자협동조합은 “단통법은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고객유인 행위의 수단이면서 보조금 존재 자체를 전제로 한 법률”이라며 “가격부풀리기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한 공정위의 심결과0 이를 재차 확인한 서울고법의 판결로 인해 위헌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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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동통신유통협회는 “단통법은 가계통신비 절감과 합리적 단말기 구매 등 국민편익을 위해 제정됐지만 요금인하는커녕 지원금이 축소돼 가계통신비가 증가하고 국민 모두에게 불편과 피해만 키워 놨다”며 “덩달아 판매가 전혀 안 되는 것은 물론,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어 3만 유통점은 고사하고 있다”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어, “시행 한 달이 다 되어가는 지금 문제점이 개선되기는커녕 단통법으로 생존권만 더욱 크게 위협받고 있다”며 “결론적으로 국민과 종사자 모두에게 고통만 주는 단통법은 실패한 것이고 가계통신비 절감과 30만 유통업계 종사자의 생존권 보장을 위해 단통법 중단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