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MHz 대신 2.6GHz 써라?…글로벌 역행

해외 국가 이동통신용…일본과 전파간섭 문제도

일반입력 :2014/10/27 07:27    수정: 2014/10/27 10:52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700MHz 주파수 논란이 걷잡을 수 없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세월호 참사를 계기 삼아 국가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에 700MHz 주파수를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대역폭을 UHD 방송용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면서다.

특히, 정부가 모바일 광개토플랜을 통해 700MHz 대역 중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한 40MHz폭에 대해서도 전면 재검토를 주장하며 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24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민희 의원은 이동통신용으로 쓰기로 한 700MHz 대역 중 40MHz폭을 방송용으로 쓰고 이를 2.6GHz 대역으로 대체하자는 주장까지 내놓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700MHz 중 108MHz폭은 우선 재난망에, 나머지 대역은 TV 등 방송용으로 할당하자”며 “모바일 광개토플랜에서 할당키로 의결한 40MHz폭의 이동통신용 주파수는 현재 미래부가 확보한 2.6GHz 대역 중 40MHz를 할당하면 된다”고 주장했다.■해외는 이동통신용, 국내만 방송용?

업계 전문가들은 국제 표준화 기구(ITU), 지역 표준화 기구(ETSI, APT) 등 주요국 대다수가 DTV 전환 여유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분배하고 있다며, 700MHz 주파수 대역을 방송용으로 활용할 경우 글로벌 공통대역 주파수와 표준화, 단말기 수급 문제 등에서 고립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2007년 세계전파통신회의(WRC-07)에서 제1지역(Region1)인 유럽, 아프리카는 790~862MHz, 제2지역(Region2) 미주와 제3지역(Region3) 아‧태평양에서는 698~806MHz 대역을 차세대 이동통신 공통대역으로 채택했다.

또, 2012년 WRC-12에서는 제1지역의 두 번째 DTV 전환 여유대역인 694~790MHz 대역 역시 이동통신 용도로 사용키로 결정했으며 내년 WRC-15 이후 효력을 발생시키기로 한 바 있다. 이 때문에 WRC-12 결의 의후 유럽 등 제1지역의 국가들도 2차 디지털 대역인 700MHz 대역에서 이동통신용 할당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올 7월 기준으로 700MHz 대역의 LTE 주파수를 보유하거나 상용화한 사업자는 10개국 43개 사업자이며 해당 가입자 수는 3억2천만명 수준에 이르고 있다.

또 프랑스, 파라과이, 콜롬비아가 내년에 700MHz 대역의 주파수 할당에 따른 경매플랜을 발표했으며 이외에도 일본(2012년 7월), 호주(2013년 4월), 대만(2013년 9월), 뉴질랜드(2013년 10월), 캐나다(올 1월), 브라질(올 9월)이 700MHz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할당한 바 있다.■국제적 신뢰하락 문제 불거질 수 있어

특히, 통신 전문가들은 700MHz APT(APT-700) 밴드플랜 제안국가인 우리나라가 APT 밴드플랜을 따르지 않을 경우 국제적 신뢰하락을 초래해 향후 표준화 제안 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APT-700 채택을 표명한 국가들의 인구규모는 24억명으로 전 세계 인구 대비 34%에 해당되며 채택국가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제안을 기반으로 마련된 700MHz APT 밴드플랜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이루고 있으며 아‧태평양 지역과 중남미, 유럽 등에서 채택이 늘고 있어 향후 22억명 이상의 시장 규모가 예상되고 있다.

호주는 2010년 6월 694~820MHz 대역을 이동통신 용도로 할당키로 했으며 APT 공통대역인 698~806MHz에 대해 APT 권고안 중 FDD 방식을 채택해 경매를 진행해 지난해 4월 텔스트라와 옵투스 모바일에 총 60MHz를 할당한 바 있다. 일본 역시 2012년 6월 718~748MHz, 773~803MHz 대역을 이동통신용도로 할당했다.

인도 역시 2012년 4월 통신규제청이 700MHz 대역의 APT 밴드플랜에 대한 공식적인 지지의사를 나타내고 이에 맞춰 내년 상반기까지 경매를 실시할 예정이며, 뉴질랜드도 APT의 밴드플랜 권고안 중 FDD 밴드플랜을 가정해 총 80MHz 폭을 지난해 10월 뉴질랜드 텔레콤, 보다폰, 2디그리스에 할당한 바 있다.

이외에도 대만은 2012년 APT 밴드플랜을 채택해 지난해 10월 경매를 완료했으며, 중국은 700MHz 대역을 이동통신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하고 다만 TDD 방식을 채택할 예정에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내수시장 규모가 작아 국제적 주파수 조화를 따르는 것이 규모의 경제, 단말 수급 등에서 경쟁력이 향상되며 대국민 서비스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나라 단말시장 규모는 미국의 14% 수준에 불과하며 국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수는 미국 3~5위 수준 사업자의 가입자 수와 유사하다.■국가 간 전파간섭 분쟁 고려 필요

700MHz 대역(695~752MHz)을 지상파방송이 주장하는 밴드 플랜에 따라 활용할 경우 이미 해당 대역을 통신용으로 활용하는 있는 일본에 심각한 전파간섭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미, 일본의 경우 한국과의 간섭 방지 등 국제적 주파수 조화를 위해 APT 밴드플랜에 부합하도록 지난 2012년 6월 700MHz 대역 주파수 대역 주파수 플랜을 변경해 할당한 바 있다. 이에 따라 718~748MHz 대역을 통신3사가 업링크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다.한 업계 전문가는 “국내에서 해당대역을 UHD 전파 송출용으로 사용할 경우 라디오 덕팅 현상으로 일본 통신사 기지국 수신단에 심각한 간섭 현상을 초대할 수 있다”며 “한‧일간 주파수 밴드 불일치에 따른 상호 간선유발로 국가간 분쟁이 예상되며, 간섭 억제를 위한 국제적 공조 노력 및 한‧일간 신뢰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라디오 덕팅은 일반적으로 100km이상의 거리에서는 직접파와 반사파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나 특정 대기층에 의해 원거리까지 전파되는 현상을 말하낟.

실제 1990년 초‧중반 한‧일간 덕팅에 의한 간섭으로 국내 TRS와 셀룰러 서비스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해, 지난 2001년 양국 간 논의 끝에 주파수를 서로 양보해서 사용하는 협정을 체결키도 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2012년 우리나라와 이동통신 상‧하향 주파수를 일치시켜 주파수를 활용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