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크레마원’, 자녀 둔 부모에게 매력적

독서량 많아지고, 멀티미디어 활용성 좋아

일반입력 :2014/10/26 10:13    수정: 2014/10/29 12:11

몇 년 전부터 국내에도 전자책 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도서업계 사람들을 만나보면 모두 한 목소리로 “쉽지 않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한국인의 독서량이 적을뿐더러,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작가들 역시 전자책 출판보다 손에 잡히는 종이책으로 자신의 작품이 출판되기를 원하고 있어 국내 전자책 시장의 앞날이 마냥 밝아 보이지만은 않는 것도 사실.

이 가운데 어려운 시장을 뚫고 국내 대표 인터넷 서점 예스24(대표 김기호)가 지난 5월부터 7인치 컬러 단말기 ‘크레마원’을 순차 판매하기 시작했다.

기존 e잉크 방식의 전자책이 주류를 이뤘다면, 크레마원은 ‘아이패드 미니’에 더 가까운 성능과 디자인을 앞세워 전자책 시장에 뛰어들었다.

일단 주요 사양을 소개하면 크레마원은 7인치 HD IPS 터치 화면(1280x800)을 탑재했다. 1.2GHz 쿼드코어 프로세서에 2GB RAM을 장착했다. 운영체제는 구글 안드로이드 4.2 젤리빈이 설치돼 있다. 크기는 187mmx124x9.9mm며, 무게는 약 329g이다.

사양만 놓고 보면 크레마원을 단순히 전자책으로 부르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책만을 보는 기기라기보다 멀티미디어 기기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당해 보인다. 디자인도 그렇지만, 성능이나 사양을 봐서도 태블릿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물론 주요 기능과 초점은 ‘독서’에 맞춰져 있다.

크레마원의 강점은 예쁘고 가벼운 디자인, 사진과 영상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 외에도 예스24가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경쟁력을 들 수 있다.

15만여 권의 전자책과 7000여편의 영화 및 드라마 다운로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인데, 회사는 700여 종의 움직이는 그림동화와 3000여편의 작가들의 강연 콘텐츠 ‘북러닝’ 등도 갖춰 놨다.

또 크레마원의 특징은 큐브 형태의 사용자인터페이스(UI)다. 메인 화면이 복잡하지 않고 마치 큐브 조각을 펼쳐 놓은 것 같은 깔끔한 인상을 준다. 물론 사용자에 따라 “이건 뭐지?”라고 생각할 만큼 낯선 방식일 수 있지만, 익숙해지면 결국 편해진다.

많지는 않지만 간단한 앱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으며, 전자책 외에도 영상이나 사진을 다운로드 하거나 옮겨 담아 볼 수도 있다. 전면에 달린 300만 화소를 이용해 사진 촬영도 가능하다.

전자책의 성공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은 결국 콘텐츠다. 정확히 말하면 콘텐츠의 양과 질이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이자면 사용자가 얼마나 독서를 쉽고 편하게 하느냐다.

이런 기준으로 크레마원을 냉정히 평가하다면 아직 설익은 느낌이다. 기기 성능 자체는 기존 전자책보다 월등히 좋아졌지만 독서광인 나로서는 콘텐츠 부족을 절실히 느낀다. 결제 하고 내려 받아 읽고 싶은 책이 몇 권 안 된다. 물론 이 문제는 우리나라 전자책 시장이 공통으로 안고 있는 문제다. 콘텐츠 공급이 쉽지 않다.

또 여러 기능과 성능을 갖췄지만 독서 본연의 기능과는 사실 무관한 것들이란 인상을 받는다. 요즘엔 굳이 태블릿이 아닌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한 기능들을 전자책 담은 것인데, 차라리 많은 기능을 추가하고 사양을 높이기보다 단말기 가격을 낮추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크레마원 기기 가격은 저장공간 용량에 따라 각각 21만4000원(16GB), 23만9000원(32GB)이다.

크레마원의 고화질 화면은 컬러로 된 도서와 영상을 보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장시간 책 읽는 데에는 오히려 눈을 쉽게 피로하게 만든다는 단점이 있다. 사용 시간도 한 번 충전으로 7시간 정도 가지만 충전에 걸리는 시간 대비 사용 시간이 다소 짧다는 느낌이다. 와이파이를 이용해 도서를 검색하고 다운로드 하면서 많은 배터리가 소모되는 탓이다.

몇 가지 단점을 나열했지만 크레마원의 확실한 강점은 독서량이 평소보다 많아진다는 점이다.

잉크냄새도 나고 손끝으로 책장을 넘길 때의 촉감이 독서의 참맛으로만 알고 살았지만, 막상 전자책이 손에 주어지니 휴대성이 편리해 집에서나 외출 시 독서하는 횟수가 많아졌다. 외출할 경우 종이책이 무거워 두고 가거나 편한 자세로 오랫동안 책을 들고 있기 힘들어 내려놨던 과거 경험에 비해 크레마원 덕분에 독서가 훨씬 편해지더라는 뜻이다.

또 앞서 눈이 쉽게 피로해진다는 점을 꼬집었지만, 반대로 어두운 곳에서 크레마원은 빛을 발한다. 여럿이 잠들 때 불을 끈 상태에서도 혼자 독서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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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살펴보고 따져봤을 때 크레마원은 자녀를 둔 부모들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전자책이란 생각이 든다.

혼자 책만 즐겨보는 독서광에게 크레마원의 높은 성능은 솔직히 불필요하고 부담일 수 있겠지만, 자녀에게 동화책도 보여주고 교육적인 용도로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를 활용하고자 하는 부모들에게 크레마원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회사도 바로 주이용 타깃층을 여기에 맞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