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 VCE 컨버지드인프라 사업 흡수…왜?

일반입력 :2014/10/23 11:01

EMC가 VCE(Virtual Computing Environment)에서 시스코시스템즈 지분을 사들여 통합시스템 'V블록' 사업을 직접 지휘할 것이라던 관측이 현실화됐다.

미국 지디넷은 22일(현지시각) EMC가 시스코, VM웨어와 설립한 투자합작사 'VCE'를 내부 사업 조직으로 끌어안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EMC는 시스코의 VCE 지분을 10%만 남기고 모두 사들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EMC는 컨버지드인프라 사업조직인 VCE를 내부에 통합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된 계약 내용 실행은 4분기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거래 조건은 알려지지 않았다.

3사가 뭉친 VCE연합은 V블록이라는 데이터센터용 통합시스템 공급을 위해 2010년 설립된 투자합작사다. EMC가 스토리지를, 그 자회사 VM웨어가 가상화 소프트웨어를, 시스코가 서버와 네트워킹 장비를 제공해 왔다.

시스코 입장에선 VCE 설립 이래 지난 7월까지 7억1천600만달러를 투자해 6억4천400만달러 손실을 기록한 만큼, V블록 어플라이언스 사업은 실패작에 가까웠다. 시스코가 VCE 지분을 줄이고 투자자 자격만 유지하기로 한 배경이다.

반면 EMC는 이날 회계 3분기 실적 공개와 맞물리는 시기에 지분 확대를 통한 VCE 통합 계획을 제시하며 투자자와 업계의 관심을 환기시켰다. 이는 성장 정체를 맞은 스토리지 거인으로서 신규 사업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래리 디그넌 미국 지디넷 편집장은 EMC는 이제 자체 사업 조직, 빅데이터에 초점을 맞춘 피보탈, 가상화 소프트웨어 공급업체 VM웨어, 그리고 통합어플라이언스를 공급하는 VCE, 4개 사업을 이끄는 회사가 됐다고 지적했다.

EMC는 VCE 사업을 직접 이끌게 됨에 따라, 기존 스토리지 고객사들을 대상으로 서버와 네트워킹 장비, 가상화 소프트웨어 공급 기회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시스코와 경쟁하는 서버, 네트워킹 업체와 협력할 가능성도 커졌다.

조 투치 EM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VCE에 대한 '기업 지배권'은 고객들에게 컨버지드인프라 선택권을 확대할 수 있게 해 준다며 EMC는 VCE 직원 2천명을 흡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MC와 시스코간의 지분 이동에 따른 변화는 기존 VCE 고객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전망이다. VCE는 여전히 프라빈 아키라주 CEO가 동일한 직제로 운영한다.

아키라주 CEO는 이제 VCE는 20억달러(수익을 내는) 회사로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솔루션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넘어서려 한다며 이는 기술과 재무적 관점에서 더 광범위한 목표를 지원하기 위한 구조를 혁신하기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스코에게 4년간 6억달러 손실을 안긴 사업을 갑자기 연간 수익 20억달러짜리 사업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이는 매출이 아니라 VCE, VM웨어, EMC, 시스코가 V블록과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판매한 일정 기간동안 누적된 주문 내역을 연단위로 계산한 '실행 비용(run rate)'에 달렸다는 게 EMC 측 설명이다.

데이비드 굴든 EMC 정보인프라 부문 CEO는 VCE 조직 통합은 EMC에게 컨버지드인프라 시장 영역에서 확고한 선두 지위에서 나오는 이익을 극대화하고 2015년 회계 실적을 키워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회계기준 2014년 실적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단 얘기다.

미국 지디넷은 시스코와 EMC에 따르면 VCE가 단일 소유주 아래 있을 때 성장과 혁신을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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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VCE연합에서 시스코의 역할은 사실상 희미해졌다. 3각 동맹의 균열은 예견된 흐름이었다.

시스코는 VM웨어와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 사업으로 직접 경쟁 관계에 놓였고, 서버 사업을 위해 EMC의 경쟁사인 스토리지업체 넷앱과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 결과물은 VCE의 V블록과 경쟁하는 시스코의 자체 컨버지드인프라 제품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