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통신장비업체 불법 여부 조사 중단

일반입력 :2014/10/21 18:42

유럽연합(EU)이 화웨이, ZTE같은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들의 '불법적인 (국가)지원금 수령' 혐의를 조사하지 않기로 중국 정부와 합의했다. 대놓고 스파이 혐의를 씌워 중국 통신장비 퇴출에 나선 미국과는 다른 행보다.

미국 씨넷은 20일(현지시각) EU와 중국 정부가 1년 가량 다퉈온 끝에 유럽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국가 지원금을 받아온 것으로 의심된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에 대한 조사를 중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카렐 드 휴흐트(Karel De Gucht)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집행위원은 EU는 중국을 포함한 전략 파트너가 관여하는 우리 기업들의 활동 영역을 가능한한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려 한다며 지난해 5월 조사에 들어간 문제는 우리 산업의 이익을 위한 규정과 양자간 통상적 대화를 통해 해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EU는 화웨이와 ZTE 등 중국 통신장비업체 대상으로 중국 정부로부터 불법 지원금을 받았는지 확인하는 조사를 벌였다. 특정 유럽 및 중국 회사들이 결탁해 통신장비를 싼값에 유럽에 들여오려고 했는지 밝히려는 목적이었다.

여기서 통신장비는 휴대폰, 모뎀같은 소비자 기기가 아니라 무선망 구축, 무선통신서비스에 쓰이는 통신사 장비를 가리킨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 시장에 수출하는 통신장비 시장 규모는 EU 추산으로 연 10억유로(약 1조3천518억원)다.

EU는 유럽에 제품을 수출하는 중국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에 그 정부의 지원금이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본 듯하다. 이를 확인하려고 반덤핑, 반보조금, 반세이프가드를 기치로 내건 EU 무역구제제도(TDI)를 활용하려 한 것이다.

화웨이와 ZTE는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왔고,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EU는 특히 화웨이의 급성장에 우려를 나타냈다. 2006년 2.5%에 불과했던 화웨이의 현지 점유율은 현재 25%에 달한다.

EU는 이런 급성장 배경에 유리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 중국 정부 지원금이 있을 것이라 봤다. 당시 화웨이는 불법적인 지원금을 받은 바 없고 시장 성과는 저렴한 가격과 제품 경쟁력 덕분일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다 지난 18일 EU는 중국 정부와 구성한 공동위원회를 통해 양측 통신장비 시장을 모니터링하는 독립 조직을 꾸리고 유럽 회사를 차별하지 않는 중국의 표준화 조직과 협의할 수 있도록 보장하며 공공부문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동등한 입찰 기회를 부여하고 통신장비 시장을 위한 수출신용보증기금 운영에 협력한다는 등 내용으로 조사 종결에 합의했다.

이에 미국 씨넷은 양국 정부의 '우호적인' 합의로 EU의 조사가 종결됐다고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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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화웨이는 미국 시장에서 '사이버스파이' 혐의를 씌운 정부의 공세에 시달려왔다. 지난 2012년 미국 하원정보위원회는 화웨이에 서한을 보내 미국 정부가 화웨이 통신장비로 구성된 네트워크, 화웨이와 중국 정부 및 군부와의 긴밀한 관계 등에 대해 안보 차원의 우려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화웨이 장비를 겨냥한 해킹 시도나 미국 통신중개사업자 망에 침입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국내 통신사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에도 보안 우려를 제기했다. 화웨이는 그럴 때마다 자사 제품에 보안상 문제가 없다고 답변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