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범죄자 그리고 법

전문가 칼럼입력 :2014/10/21 10:02    수정: 2016/11/21 18:33

조중혁
조중혁

카카오톡 감청의 논란이 끝나지 않는 이유는 ‘통신비밀보호법’ 때문이다. 통신비밀보호법은 검찰의 감청 영장 집행 시 통신사업자가 의무적으로 협조토록 했다. 하지만 통신비밀보호법은 전화나 우편 등으로 대화를 주고 받았던 20년 전인 1993년에 만들어진 법으로 현재 기술환경에는 맞지 않는다. 국회와 정부가 기술 발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게을리하고 과거 법을 통해 손쉽게 통치를 하려고 하다가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논란이 쉽게 해결 되지 않고 있다.

이번 카카오톡 감청 사태에서도 볼 수 있듯이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을 법과 제도가 따라잡지 못한다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일어 날 수 밖에 없다. 이번 기회에 SNS 세상에서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검열을 무엇이며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합의가 현재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단편적인 검토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가까운 시기에 개발 될 기술까지 고려 해 충분한 논의가 진행 되어야 한다.

주목해야 할 분야는 정보 기술을 이용해 사람의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이 일부 영역에서 활용 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 플로리다 주 청소년 사법당국은 IBM의 범죄 예측 소프트웨어를 도입 해 2010년부터 시범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IBM은 최근 10년간 발생한 수백 만개의 범죄를 분석 했다. 이를 바탕으로 범죄인의 과거를 분석해 미래의 범죄를 예측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14세 이전에 강도로 잡혔고 이후 비슷한 행위를 한적이 또 있다면 그는 살인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아 주의 관찰해야 하지만 30세까지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면 그가 다시 범죄를 저지를 확률은 크게 떨어진다 등의 정보를 알려 준다. IBM 예측 분석 담당 부사장 딥팩 애드바니 (Deepak Advani)는 앞으로 실시간으로 범죄를 막기 위한 믿을만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앞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범죄를 저지를 수 있는지를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범죄의 발생을 막고 검거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02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 주연의 ‘마이너리티 리포트’ 와 최근 방영 된 미국 드라마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Person of interest)'가 현실화 되고 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 범죄를 예측해 범죄자를 단죄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과 경찰의 이야기고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 는 전 국민의 전화 통화와 CCTV 등을 분석 해 범죄의 가해자가 될 사람이나 피해자가 될 사람을 알려 주는 이야기이다.

당연히 인권 관련 시민단체들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비난을 하고 있다. 범죄 사실을 보관하고 이를 컴퓨터로 분석해 미래의 범죄자를 예측하는 것은 인간 존엄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그 사람이 정말 범죄를 저지를 의도가 있었는지 여부와 상관 없이 블랙리스트로 관리 될 것이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결국 정부가 빅 브라더가 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범죄를 핑계로 개인의 신용카드 내역, CCTV와 위치 정보 수집, SNS에서 대화 내역 분석, 친구 관계 분석 등 정부 기관은 다양한 정보를 수집해 사회를 제어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정부가 수사와 공익을 핑계로 포털들에게 개인이 주고 받은 이메일 기록과 내용을 달라고 요구하는 것처럼 메신저 회사, 이동통신사, 금융 기관 등에게 수사를 목적으로 자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IBM의 범죄예측 소프트웨어와 이들 기간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분석하면 그 어떤 정보보다 정확성이 높으며 분석 범위가 넓어진다. 실제 우리나라 정부는 빅데이터 분석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11년에 ‘정책 프로세스 혁신’과 ‘국가 지식정보 플랫폼 구축’ 방안을 대통령에게 보고 후 공공 기관이 가지고 있는 정보와 민간 기간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분석 해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차근차근 발전 시키고 있다. 우선 세수 투명성 확보, 재난 감시, 조류 독감 예방, 국제금융 사전 대응 등의 목적으로 활용할 계획이기는 하나 가까운 시기에 미국처럼 범죄 예방까지 확산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의 빅브라더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지만 이는 필연적인 일이며 세계는 범죄가 너무 많아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범죄를 예측해 예방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의 주장을 인정해 이런 기술들을 도입한다고 해도 어디까지 기술의 조언을 참고 할 것인지 복잡한 문제가 많다.

어떤 사람이 살인을 저지를 확률이 99%라고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범죄를 저지를 때까지 24시간 누군가 계속 따라 다니며 감시를 해야 하나? 감시를 해도 살인을 막기 어렵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리 격리 시켜야 하나?

또 기술이 더 발전 해 태어나는 순간 범죄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격리 후 따로 교육 시켜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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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스템을 잘 활용 할 경우 우리 사회는 분명히 더 평화롭고 안정적인 세상이 될 것이다. 살인, 강도, 강간, 유괴 같은 강력 범죄를 줄이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다. 하지만 잘못하면 자유 의지가 사라지고 컴퓨터가 세상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가 될 수도 있다.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검열은 분명히 필요하다. 기술을 따라잡지 못하다 급조하는 만년 뒷북의 법과 제도가 아니라 기술의 발전을 미리 내다보고 길잡이가 될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본 칼럼 내용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종혁 IT컬럼니스트

문화체육부 선정 '올해의 우수 도서'로 선정 된 ‘인터넷 진화와 뇌의 종말' 저자이다. 96년 국내 최초 인터넷 전문지였던 '월간 인터넷' 기고로 글쓰기를시작하였다. 02년 '서울시청 포털' 메인 기획자로 일을 했다. '서울시청 포탈'은 UN에서 전자정부 세계 1위로 대상을 수상해 우리나라 전자정부의 기틀이 되었다. 미래부 '월드IT쇼' 초청 연사, 콘텐츠진흥원 심사위원장 등으로 활동했다. 이동 통신사 근무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