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MS에 로열티 거부" 이유 있었다

별도 체결 비즈니스 협력 계약근거…향후 쟁점

일반입력 :2014/10/20 10:47    수정: 2014/10/20 12:34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라이선스 계약 외에 비즈니스 협력 계약을 별도로 체결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 같은 사실은 삼성이 뉴욕 남부지역법원에 소송 연기를 요청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삼성이 지난 10일(이하 현지 시간) 뉴욕 남부지역 법원에 MS와의 소송 진행을 국제상공회의소(ICC) 국제 중재재판소의 중재가 끝날 때까지 미뤄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됐다고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가 18일 전했다.

이번 공방을 통해 삼성과 MS는 라이선스 계약(LCA)과 별도로 비즈니스 협력 계약(BCA)을 체결한 사실이 공개됐다. 이와 관련 특허 전문 사이트 포스페이턴츠는 삼성이 소송 연기를 주장한 배경에는 BCA에 근거한 것으로 나름대로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소송은 지난 8월 1일 MS가 삼성을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MS는 미국 뉴욕남부지역법원에 삼성을 제소하면서 공세를 시작했다. 물론 MS와 삼성 간의 법정 공방은 최근 2차 소송 배심원 평결이 마무리된 삼성-애플 간 특허 소송과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엄밀히 말해 MS와 삼성 간의 소송은 '계약 위반'이 핵심 쟁점이다.

MS가 비즈니스 파트너 삼성을 제소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2차 회계연도분(2012년 7월~2013년 6월) 로열티 지급 지연에 따른 이자 지급. 구체적으로 MS는 삼성에 총 700만 달러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함께 MS는 노키아 휴대폰 사업 부문 인수가 계약 위반이 아니란 사실에 대한 확정 판결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문제는 MS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 부문 인수 이후 삼성이 왜 로열티 지급을 거부했느냐는 점이다. 이번에 삼성이 뉴욕 지방법원에 제출한 문건에는 이 의문을 어느 정도 해소해줄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바로 두 회사가 라이선스 계약과 함께 체결한 비즈니스 협력 계약이다.

일단 삼성 문건에 따르면 뉴욕 지방법원에 게류된 소송 연기를 요청한 것은 두 회사간 비즈니스 협력 계약에 근거한 것이다. 문건에 따르면 두 회사간 분쟁이 발생할 경우에는 ICC 규칙에 따라 일본에서 중재를 요청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진짜 궁금한 부분은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인 삼성의 로열티 지급 거부 건이다. 삼성은 지난 해 9월 3일 MS가 노키아의 휴대폰 사업 부문을 인수한다고 공식 발표하자 곧바로 ‘라이선스 계약 위반’이라면서 로열티 지급을 거부했다. 공방을 벌이던 삼성은 2013년 11월29일 2차 연도 로열티를 MS에 지급했다.

이번 소송에서 MS가 삼성에 요구한 것은 로열티 지급일을 넘긴 이자까지 정산해달라는 것이다. 그게 약 699만 달러다.

그 동안 MS 쪽의 주장만 나올 땐 삼성이 로열티 지급을 거부한 명분이 다소 모호했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이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근거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두 회사가 체결한 로열티 계약과 비즈니스 협력 계약은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 협력 계약에 따라 노키아가 비즈니스 협력 계약 9조7항을 위반할 경우에는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종료할 수 있다는 것이 삼성 측 주장이다.

9조7항은 계약 당사자 간에 체결한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부분과 관련된 내용을 담고 있다. 두 회사간 공방의 핵심은 MS의 노키아 휴대폰 사업 부문 인수가 9조7항 위반에 해당되느냐는 부분이 쟁점이다.

삼성은 노키아 휴대폰 사업 부문이자신들의 경쟁자이기 때문에 MS가 비즈니스 협력 계약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양사 합의에 따라 라이선스 계약도 원천 무효라는 게 삼성 측 주장이다.

■ 포스페이턴츠 라이선스 부분은 MS, 비즈니스 계약은 삼성 우세

MS는 이번 소송에서 “노키아 인수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맺은 크로스라이선스 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확정 판결을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MS 입장에선 자칫 특허 침해 시비가 될 싹을 미리 잘라버리기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한 셈이다.

반면 삼성은 계약이 원천 무효라면서 맞서고 있다. 삼성이 뉴욕주에서 열릴 민사소송에 앞서 ICA 중재를 요청한 것도 이런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고 봐야 한다.

앞에서도 지적했듯이 처음 MS가 소송을 제기할 때만 해도 상황이 조금 단순해 보였다. 라이선스 계약을 이행해달라는 부분이 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삼성이 법원에 제출한 문건을 통해 두 회사는 라이선스 계약 뿐 아니라 비즈니스 협력 계약도 함께 체결한 사실이 공개됐다. 그 내용만 보면 삼성이 단순히 MS의 노키아 인수를 빌미로 생떼를 쓰고 있는 것만은 아니란 점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포스페이턴츠는 특허 라이선스 계약 자체만 놓고 보면 MS의 주장에 좀 더 힘이 실리는 반면 비즈니스 협력 계약에선 삼성이 좀 더 강점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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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페이턴츠는 또 “두 회사 간 관계에선 비즈니스 협력 계약이 좀 더 무게를 갖는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론 이 같은 평가는 어디까지나 삼성의 주장을 근거로 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MS의 추가 반격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