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비 인하, 경쟁 촉진만이 해법이다

[긴급진단] 단통법 보름, 무엇이 문제였나(4-끝)

일반입력 :2014/10/20 07:24    수정: 2014/10/20 17:53

시행 보름째를 맞는 단통법이 상처투성이다. 대통령 공약 이행차원에서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본래 법 취지는 온데간데없고 ‘전 국민을 호갱으로 만든다’는 아우성만 들린다. 때문에 법이 시행된 지 겨우 보름이 지났을 뿐이지만 벌써부터 국회에서는 개정안을 내놓고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겠다며 정부에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단통법이 소비자들의 부담만 배가시켰다는 원성이 이어지고 있고, 유통점들은 꽁꽁 얼어붙은 구매심리로 문을 닫아야 할 상황이라고 하소연이다. 법 추진과 시행과정에서 무엇이 문제였는지, 어떤 대안이 있을 지 4회에서 걸쳐 긴급진단한다.[편집자주]

결국 정부가 나섰다. 들끓는 여론에 단통법의 주체인 이동통신사와 제조사 CEO들을 불러놓고 정부가 보조금 인상과 요금인하를 주문한 것.

특히,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17일 서울 JW메리어트 호텔에서 열린 단통법 관련 긴급 간담회에서 CEO들을 향해 “단통법 취지와 달리 기업이익만을 추구한다면,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반 엄포성 발언까지 토해냈다.

이에 대한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법 시행 보름 만에 여론에 떠밀려 자율적 시장경쟁에 반하는 조치들을 정부가 강제하고 있어서다.

이날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은 “전체 소비자 관점에서 보면 출고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소비자가 사는 가격이 중요하다”며 출고가 인하를 압박하는 정부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냈고, 이통사 역시 “단통법이 통신사만 배불리는 정책은 아니고 오해가 있다”며 불편한 심경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안정상 새정치민주연합 수석전문위원 겸 정책실장은 “정부가 민간 사업자들을 꼭두새벽부터 불러 놓고 강압적인 분위기로 정책을 강요하는 것은 군사정권 시절에나 가능했던 일”이라며 “시장을 규제로 관리하겠다는 단통법 자체에 대한 문제를 접어놓고 사업자들만 다그치는 일이 시장원리에 맞는 일이냐”고 질타했다.■단통법 개정 불가피

일단, 단통법에 대한 여론은 최소한 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며 한 발 더 나아가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통법의 취지가 요금 및 단말가격 인하를 통해 가계통신비를 낮추자는 데 있었던 만큼 이에 역행하는 문제들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보조금 상한선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각에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단통법 하에서는 차별적 보조금 집행이 사실상 어려운 만큼 보조금 경쟁 촉진을 위해서 아예 상한선을 없애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 문병호 의원은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구조를 투명화해 보조금 차별을 금지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며 “그런데 보조금 차별을 금지하면서 보조금 상한을 30만원으로 묶다보니 보조금 체감도가 낮아져 소비자들의 불만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중저가 단말 경쟁 촉발 방법 찾아야

가계 통신비를 낮추기 위해서는 제조사에 프리미엄폰의 출고가 인하를 무조건 압박하기보다는 중저가 제품이 더 많이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가계 통신비 인하를 위해 중‧저가폰이 활발하게 유통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자는 주장이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프리미엄폰의 비중이 높다”며 “중‧저가폰으로 경쟁을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 LG전자의 스마트폰 중에는 최저 20만원대의 제품도 있고 LG전자의 경우 올해 60만원 이하 제품을 4종 출시한 바 있다”며 “하지만 이통사나 제조사가 프리미엄폰에 고가요금제 위주로 지원금과 장려금을 책정하다 보니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한 측면이 크다”고 덧붙였다.

■규제보다 규제 완화

단통법이 시행된 지 불과 보름밖에 지나지 않아 아직까지는 폐지보다 개정을 통한 문제해결을 모색하는 분위기지만, 근본적으로는 단통법과 같은 규제정책으로 시장경쟁 활성화를 꾀하는 것보다 규제 완화로 자연스러운 시장경쟁을 촉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현재 이통3사로 고착화 된 독과점 구조에서는 단통법이 ‘담합법’으로 변질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보다 보조금이 하향평준화 돼 경쟁이 상실된 현 상황이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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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요금인가제와 같은 반 시장경쟁적인 규제 등을 폐지하고 실질적인 가계통신비 인하에 도움이 되는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더 나아가서는 3사로 고착화된 시장에 제4이동통신사를 진입시켜 경쟁 촉진을 통한 통신비 인하를 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문병호 의원은 “단통법은 가계통신비 절감을 위한 부분조치에 불과하고 이 외에 이통3사의 독과점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들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단통법의 문제점부터 보완하고 알뜰폰 활성화, 제4이통신사 선정, 통신요금 인가제 개편 등도 국민의 입장에서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