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욕하던 SAP 임원, 연이어 오라클행

일반입력 :2014/10/17 15:03

세계 소프트웨어업체 가운데 오라클과 SAP는 대외적으로 한번도 화해한 적 없는 앙숙이다. 전세계 수 많은 기업들의 ERP 시스템이 기반 DB를 오라클로, ERP 앱을 SAP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두 회사는 언제나 서로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다.

두 회사의 관계를 상정해볼 때 올해 흥미로운 현상이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SAP의 핵심 임원이었던 인물들이 연이어 회사를 그만두고, 오라클 파트너사로 자리를 옮기거나 오라클에 입사하는 현상이다. 그 덕에 또 다른 앙숙 HP의 CEO였다가 불명예 퇴진한 마크 허드를 바로 데려와 사장직을 맡겼던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의 악의적 수완이 빛난다.

오라클은 최근 SAP의 클라우드 사업을 총괄했던 숀 프라이스를 클라우드사업부 총괄부사장으로 영입했다. 12일 오라클로 출근한 숀 프라이스는 오라클에서 마크 허드 사장 산하 클라우드사업부를 총괄하게 됐다.

숀 프라이스는 SAP에서 제품전략 및 마케팅 담당이었다. 그는 2011년 클라우드기반 인적자원관리(HCM) 소프트웨어회사인 석세스팩터스의 사장이었다가 SAP에 합류했다. 그러다 올초 SAP의 제품전략 마케팅 담당임원으로 승진했다가, 5월에 퇴사했다.

그는 오라클에서 최근 강도높게 밀어붙이고 있는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과 플랫폼, 인프라 사업을 책임지게 된다. 오라클이 숀 프라이스의 성공적인 클라우드 기반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사업 경험을 높게 평가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최근 오라클오픈월드2014에서 래리 엘리슨 회장과 마크 허드, 사프라 카츠 공동 CEO 등 모두가 입을 모아 클라우드를 외쳤듯, 오라클은 클라우드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래리 엘리슨 CTO는 기조연설을 통해 전 세계서 가장 많은 SaaS앱을 제공하는 회사라고 오라클을 묘사했고, 또 세계에서 유일하게 플랫폼과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제공하는 회사라고 강조했다. SAP도 클라우드 SaaS 시장에서 세계 최고 회사가 될 것이라 입버릇처럼 강조하고 있다. 숀 프라이스는 정확히 반대 진영의 총괄로 자리를 옮긴 셈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사건은 오픈월드2014에서 일어났다. 5월초 숀 프라이스와 비슷한 시기 SAP를 퇴사한 비샬 시카 전 SAP CTO가 인포시스 CEO로 변신해 오픈월드 기조연설자로 나선 것이다. 인포시스는 글로벌 IT서비스업체로 오라클의 프리미엄 파트너다.

비샬 시카는 SAP의 클라우드 사업 전체를 수립하는 총괄자였다. 시카는 SAP가 제품 전체 라인을 뒷받침하는 기반 기술로 강조하고 있는 인메모리 빅데이터 플랫폼 '하나(HANA)'의 개발을 주도해왔던 인물이다. 그는 하나에 기반한 클라우드 전략과 사용자경험(UI) 같은 SAP 제품을 전면에서 대표해 왔으며 차기 CEO 후보로도 거론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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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포시스CEO로서 비샬 시카는 오픈월드 기조연설에서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 자리에 서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며 “첫 오픈월드로써 매우 흥미로운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조연설에서 디지털 시대의 혁신을 주제로 발표했다. 디자인의 중요성이 모든 산업에서 부각되고 있으며, 클라우드와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모바일 등이 새로운 비즈니스를 형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로운 것을 통해 혁신을 하고, 새로운 것을 통해 기존의 시스템이 어떻게 재활용될 수 있는가를 설명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인포시스의 통합 서비스 전략을 소개하고, 오라클과 파트너십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