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iOS8을 기회로 바꾼 사진앱의 비결

일반입력 :2014/10/17 11:28

지난달 17일 배포된 iOS8에는 사진과 관련된 변화가 많았다. 다바이스 안에 저장된 모든 사진을 보여주는 ‘카메라롤’이 없어지고 대신 최근 30일내 촬영한 사진만 보여주는 ‘최근 추가된 항목’이 생겼다.

애플 계정을 기준으로 모든 애플 기기에서 찍은 사진을 다 보여주는 ‘포토즈’도 생겼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아이폰 사진이 전부 없어졌다’고 오해하는 사용자들도 있었다. 익숙한 카메라롤이 없어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사진 관련해 서드파티 앱 개발사들이 겪은 혼란은 더 컸다. 카메라롤이 없어진 것처럼 서드파티 앱에서 모든 사진을 불러올 수 있는 프레임워크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원래 디바이스 안에 모든 사진을 불러오는 개발 프레임워크였던 ALAsset는 갑자기 최근 30일내 촬영한 사진을 불러오는 기능으로 바뀌어버렸다.

대부분 앱들이 사진과 관련된 동작을 취할 때 바로 이 ALAsset을 기준으로 사진 목록을 불러왔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 목록을 불러올 때나 드롭박스에 동기화 시킬 사진을 불러올 때도 마찬가지다. iOS8 변화로 이들 앱에서 갑자기 30일 이전에 찍은 사진은 불러올 수 없는 문제가 발생했다.

이렇게 바뀐 게 iOS8정식 배포를 단 7일 앞두고 개발사에 공개된 GM버전부터다. 구글과 드롭박스도 일주일 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진 정리앱 타이디(TIDY)에겐 이번 변화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 iOS8 정식 배포에 맞춰 모든기능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게 대응한 것은 물론 ‘포토즈’로 멀티디바이스 지원까지 가능해져 오히려 기능이 더 좋아졌다고 한다.

iOS8과 관련해 초반에 타이디가 겪은 문제는 구글이나 드롭박스보다 더 심각했다. 타이디는 사진을 촬영 날짜나 장소로 분류해 쉽게 앨범으로 정리해 주는 앱이다. 이번 변화로 사용자가 공들여 정리해 놓은 앨범이 일순간 흐트러지고 사진도 없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GM버전을 설치한 사용자들은 곧 바로 이런 문제를 겪었다.

사진을 잘 정돈하면 의미 있는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그 과정을 쉽게 해주는 것이 타이디를 사용하는 이유라고 강조해 왔는데 그 핵심 가치가 흔들릴 수 있는 치명타를 입은 격이다. 타이디는 작년 10월에 출시해 글로벌 사용자 120만 명을 기록한 나름 잘나가는 앱이다. 그런만큼, iOS에 대한 대응이 늦어지면 사용자들이 대거 피해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광배 타이디 프로덕트 매니저(PM)는 “iOS 자체로 보면 옷깃 하나 흐트러져 여미는 수준의 문제지만 우리한테는 그냥 날아가라는 거나 다름 없었다”고 당시 당혹감을 설명했다.

해결 방법을 찾는 것도 난관이었다. 전체 사진을 말끔하게 가져올 수 있는 프레임워크를 애플에서도 준비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플이 ALAsset 대신에 사용하라고 내놓은 것이 포토킷(PhotoKit) 프레임워크 PHAsset이다. 포토킷은 포토즈에서 사진을 불러오는 기준과 동일하다.

“포토즈만 봐도 애플은 지금 이 디바이스에 어떤 사진이 저장돼 있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느 기기에서나 애플 계정으로 로그인만 하면 아이폰, 아이패드, 맥에 저장된 모든 사진이 동일하게 보이면 된다. 개발 프레임워크도 같은 생각으로 ALAsset을 없애 버리고 포토킷으로 대체했다”고 이광배 PM은 설명했다.

하지만 포토즈에서는 디바이스에 있는 사진과 클라우드에 싱크된 사진이 구분 없이 하나로 보이지만 포토킷 프레임워크를 써서 서드파티 앱에서 불러오면 사진이 두 개씩 보이는 이슈가 발견됐다.

이광배 PM은 “기존 것은 그냥 없애 버리고 새로운 것은 제대로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이었다며 “이건 애플 잘못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타이디는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계속 들여다보고 이게 뭘까 개념을 정리해보는 수밖에 다른 왕도가 없다”는 게 이들의 답이다. 프로덕트 매니저는 논리적으로 접근하고, 개발자들은 기술적으로 디테일을 파악하는 것이다.

“작지만 치명적일 수 있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건 스타트업이 오히려 유리하다”고도 이광배 PM은 덧붙였다. 규모가 커지면 어쩔 수 없이 프로세스에 의지해서 일하게 되는데 스타트업은 구성원 개개인이 집요하고 디테일하게 파고들 여지가 더 많다는 설명이다.

타이디 팀은 PHAsset을 사용하면 ‘사진 스트림’ 사진도 함께 불러들여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진 스트림’으로 백업된 사진이 원본과 따로 들어온다는 것이다. 즉, 같은 사진인데도 두 개로 잡혀서 보여지는 것이다.

사진 스트림을 PHAsset에서 제외하는 기술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개발자들은 80시간 연속 코딩을 할 정도로 열심히 만들었다.

타이디는 포토킷을 성공적으로 적용하면서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아이튠즈에 동기화 사진들과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들까지도 타이디로 가져올 수 있게 됐다. 애플 제품을 멀티 디바이스로 쓰는 사람은 타이디에서 모든 사진을 다 정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다.

하지만 모든 서드파티 개발사가 타이디처럼 잘 대응하지는 못했다. 애플은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iO8.0.2 버전을 배포하면서 기존 프레임워크인 ALAsset을 되살리고 포토킷과 함께 쓸 수 있게 했다. iOS8.1버전에서는 사용자 입장에서 카메라롤도 돌아왔다.

카메라롤이 돌아오긴 했지만 사용자가 어느 디바이스를 사용하든지 같은 콘텐츠를 보여주는 방향으로 애플이 가고 있다는 사실은 변함 없다.

이광배 PM은 “애플이 큰 화두를 던진 거라고 생각한다”며 “타이디 같이 사진 전체 라이브러리를 활용하는 앱들은 앞으로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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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타이디는 멀티플랫폼에 대한 고민이 늘었다. 폰 자체 앨범을 타이디 앨범과 동일하게 맞출 방법은 없을까? 휴대폰을 바꿔도 앨범을 유지시켜 줄 순 없을까? 이런 고민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이광배 PM은 “어떻게 멀티디바이스와 멀티플랫폼 위에서 사람들에게 동일한 추억을 유지하게 해줄 것이냐가 우리의 숙제”로 남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