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료TV 시장 '스트리밍 태풍' 부나

HBO, 내년부터 인터넷 전용 서비스…망중립성 이슈도

일반입력 :2014/10/16 11:21    수정: 2014/10/16 11:3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미국의 대표적인 유료 TV 채널인 HBO가 내년부터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한다. 전통 방송 매체의 인터넷 전용 변신 선언이란 점에서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리코드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리처드 플레플러 HBO 최고경영자(CEO)는 15일(현지 시간) 모회사인 타임워너가 뉴욕에서 주최한 투자자 회의에서 2005년부터 디지털 상품 판매를 시작할 계획이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내년부터는 유료TV 가입 없이 인터넷으로만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에 자극 받은 듯

HBO의 이번 방침은 미국 유료 TV 시장에선 엄청난 사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굳이 비유하자면 뉴욕타임스 같은 전통 신문들이 인터넷 전용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한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HBO나 모회사인 타임워너 모두 기존 판매방식에 만족한다는 입장이었다. HBO는 전통 비즈니스를 통해 지난 해 49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하지만 HBO에서 좀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하라는 투자자들의 요구 때문에 결국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로 전환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HBO의 이 같은 방향 전환에는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앞세워 영향력을 급속하게 확대하고 있는 넷플릭스의 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넷플릭스는 현재 가입자 수 5천만 명에 이르며 매출 역시 HBO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 서비스를 고려하고 있는 것은 HBO 뿐만이 아니다. ESPN 역시 내년부터 NBA 경기 중계를 디지털 가입자들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하지만 ESPN은 유료 TV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인터넷으로는 내보내지 않을 계획이다.

■ '급행회선 허용' 문제 이슈로 떠오를 수도

HBO가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할 경우 망중립성 이슈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좀 더 많은 영상 콘텐츠들이 케이블 사업자의 망을 통해 제공될 경우 ‘급행회선(fast lane)’ 문제가 이슈로 떠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망중립성 옹호 단체인 퍼블릭 날리지의 존 버그마이어는 IT 전문매체 더버지와 인터뷰에서 “케이블 사업자들 역시 더 많은 콘텐츠가 온라인으로 몰려올 것이란 인식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케이블 사업자들은 이런 상황을 막는 대신 그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추가 요금을 내는 업체들에게 급행 회선을 부여하는 것이 될 가능성이 많다. 더버지 역시 그런 가능성을 제기했다. 타임워너란 막강한 배경을 갖고 있는 HBO가 ‘급행회선’을 갖고 소비자들을 공략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다른 스트리밍 업체들에 비해 경쟁 우위를 갖게 될 수도 있다. 거대 자본이 인터넷 스트리밍 시장까지 치고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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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버지는 HBO가 올 초 넷플릭스가 체결한 것 같은 급행 계약을 체결하거나 케이블 사업자와 손을 잡고 경쟁 우위를 꾀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는 올초 컴캐스트, 버라이즌 등 ‘하우스오브 카드’를 비롯한 인기 콘텐츠 재생 속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주요 인터넷 서비스 제공업체들과 상호접속 계약의 일종의 ‘피어링’ 계약을 체결한 적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