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美 IT거인 조세회피 경로 차단

"'더블 아이리시' 무력화할 계획"

경제입력 :2014/10/15 07:47    수정: 2014/10/15 07:47

아일랜드 정부가 애플, 구글, 페이스북같은 IT거인들이 즐겨 이용했던 조세 회피 경로를 차단할 방침이다.

미국 씨넷은 14일(현지시각) 아일랜드 정부가 내년부터 미국 거대 IT업체의 조세 회피 수단이었던 회계기법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를 무력화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더블 아이리시는 다국적 기업들이 세율 낮은 아일랜드를 국외사업 총괄 법인 지역으로 삼고, 거기서 '자회사 로열티'로 자금을 모은 다음, 돈을 아예 세율이 없는 버뮤다 등 지역으로 옮겨, 본사 납세액을 최소화하는 회계기법을 가리킨다.

씨넷 보도에 따르면 아일랜드 법인세는 12.5%로 미국의 35%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트위터, 페이스북, 페이팔같은 거대 IT업체들이 세계 각지 법인에 매겨지는 세금을 효과적으로 회피해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의 이익을 보전할 수 있는 통로가 돼 왔다.

영국 BBC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더블 아이리시로 불려 온 법인세 루프홀은 내년부터 다른 입구(세입 항목)로 연결되고 오는 2020년까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의 낮은 법인세율이 상향 조정되는 방식은 아니다.

누난 장관의 발표는 강화 추세인 각국 정부의 국제 조세 규제 흐름과 아일랜드의 조세 회피 구멍에 대해 비판해 온 유럽연합의 압력에 따른 결과라고 미국 씨넷은 전했다.

아일랜드의 정책 변화는 더블 아이리시 회계 기법으로 본사에 이익을 들여오지 않고 국외 법인에 남겨 두는 식으로 세금을 적게 냈던 미국 IT업체들에게 기업구조를 바꾸도록 강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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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측 대변인은 해당 변화에 대해 항상 말해 왔듯 정부는 법을 결정하고 기업은 그에 따르는 것이라며 우리는 아일랜드에서 최선을 다해 법에 따른 변화를 구현하기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과 페이스북 쪽에서는 관련 코멘트 요청에 즉시 응하지 않았다.

실효성에는 의문이 남는다. 1년 전쯤에도 아일랜드 재무부는 정책 변화를 통해 다국적 기업들의 조세 회피를 막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아일랜드에서 더블 아이리시 기법을 무력화할 경우 이를 이용했던 기업들은 국외사업 총괄 법인을 법인세율이 낮거나 아예 없는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