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보조금 대란 없어졌지만 손님 끊겼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박희정 사무총장 현행 단통법 비판

일반입력 :2014/10/14 22:27    수정: 2014/10/15 08:35

“보조금 대란은 없어졌지만 매장 손님은 뚝 끊겼다. 우리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데 왜 가격이 올랐냐, 이집 저집 가격이 똑같은데 왜 올랐냐는 질문만 받는다.”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에 대한 불만은 소비자 뿐만이 아니다. 휴대폰 유통 상가에서도 극심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14일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국회에서는 이 같은 유통업계의 절절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국정감사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한 박희정 전국이동통신협회 사무총장은 700MHz 대역 주파수 등의 안건에 묻혀, 국회 미방위의 출석 요구를 받았지만 단 한명의 의원에게도 질의를 받지 못했다.

이에, 홍문종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아무도 묻지 않아서 내가 묻는다”며 “단통법과 관련해 여러 말이 많은데 참고인이 말하고 싶은 부분을 하라”고 말했다.

■중소 유통망 설 땅 잃었다

이 때부터 박희정 사무총장은 단통법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해 단통법 발의 직후 유통 소상인들이 상당히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운을 뗐다.

지난해 휴대폰 유통시장은 보조금 대란이 절정에 달했던 시점으로, 규제당국의 단속을 피하기 위한 꼼수가 넘쳐나던 시기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판매점에만 보조금이 집중돼 소상공인들이 상대적 피해를 입었고, 불법 온라인 판매업자가 기승을 부린 것도 이 때다.

박 사무총장은 “오프라인 소상공인들은 대란의 주범에서 사실은 소외돼 있었다”며 “한 달에 약 100여건 정도의 판매 정책이 내려오는데, 이런 환경에서 도저히 생업에 종사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최대 징역에 이르는 과거에는 없던 규제가 만들어졌지만, 대기업 유통망과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 단통법에 힘을 보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특히, 미래부·방통위와 협의 과정에서 법안에 소형 유통망을 보호하겠다는 취지의 설명을 듣고 적극 참여했지만 상당 부분 소상공인의 입장이 반영되지 않았다.

박희정 사무총장은 “보조금 대란은 없어졌지만 매장 손님도 뚝 끊겼다”며 “우리는 모든 이용자에게 설명을 해야 하는데 왜 가격이 올랐냐, 이집 저집 가격이 똑같은데 왜 올랐냐는 질문만 받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 때 우리가 손님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조금 있으면 가계통신비가 인하된다고 하더라는 답만 한다, 언제인지는 모른다”고 하소연했다.

■상인 발목잡는 사전승낙 철회

단통법 시행으로 중소 유통업계가 느끼는 가장 큰 부담 중 하나는 대리점·판매점에도 영업정지와 과태료 처분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이다. 규제의 대상이 이통사에서 유통망까지 확대된 것이다. 여기에 판매점 사전 승낙제라는 올가미까지 씌워졌다고 호소한다.

박희정 사무총장은 “이전까지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대리점, 판매점의 통계 수치가 없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실태 조사를 통해 종사자 규모를 파악하고자 승낙제라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개인정보 관리 매장 통계라는 이유로 생긴 승낙제가 사전 승낙 ‘철회’로 쓰일 수 있게 된 점을 협회는 단통법 시행 직전에야 알게 됐다. 말 그대로 계약관계에 있는 이통사가 사업 승낙을 취소하고, 소상인은 하루 아침에 생업을 잃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단통법에 보면 판매점이나 대리점이 보조금 규정 등을 위반하면 긴급중지명령으로 당장 영업을 못하게 되고 사안에 따라 과태료를 물게 된다”며 “사전승낙 철회까지 이뤄지면 생업을 떠나야 하는 3중 4중 규제가 될 수 있으며 이통사 의견이 주로 반영된 제도”라고 비판했다.

■ 가계통신비 인하? “통신비 오른다”

단통법의 도입 취지는 통신요금과 출고가 인하를 통한 가계통신비의 하락이다. 투명한 단말 유통 환경을 만들어 가계통신비를 인하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박희정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유통 마진 구조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밥벌이를 위해서라도 고가 요금제를 팔아야 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 이동통신3사의 가입자당평균매출액(ARPU)는 3만원 중반대다. 즉, 표준 분포로 따져도 월 3만원대 요금을 국내 통신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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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가운데 박 사무총장은 “이통사 ARPU 수준인 3만원대인 휴대폰을 1대 팔면 2만원이 남고, 7만원대 요금제를 판매하면 20만원이 남는다”면서 “여러분이 상인이라면 어떤 요금제를 판매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저가 요금제가 활성화되는 복합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는 이상 가계통신비 인하는 요원할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