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EMC-VM웨어 삼각동맹 와해되나

새로나온 V블록 보니 협력 균열 조짐

일반입력 :2014/10/08 10:34    수정: 2014/10/08 10:35

EMC 올플래시스토리지 시스템 '익스트림IO(XtremIO)'가 시스코시스템즈, VM웨어와 협력해 만든 통합시스템 'V블록'에 투입됐다.

V블록을 개발하는 VM웨어, EMC, 시스코, 3사 합작법인 'VCE연합'이 존재감을 잃어 가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라 눈길을 끈다. 그러나 이번 제품 발표는 사실상 VCE연합의 분열 징후로 분석된다.

영국 더레지스터는 7일(현지시각) VCE가 EMC 올플래시 스토리지를 사용하는 V블록 시리즈를 저가 모델부터 중급 및 고사양 제품까지 선보였는데, 그 구성이 당초 예고된 내용과 달라 뜻밖이라고 평했다.

지난 3월 알려진 대로라면 VCE연합은 향후 V블록에 시스코 올플래시스토리지를 적용할 계획이었다. 시스코는 지난해 10월 인수한 올플래시업체 '윕테일' 기술을 채택한 'UCS인빅타'를 지난 1월 출시, 공급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 소개된 V블록 '시스템540' 모델은 윕테일이 아니라 EMC에 인수돼 지난해 본격 출시한 익스트림IO를 탑재했다. 주요 용도도 온라인분석처리(OLAP)나 트랜잭션처리(OLTP)용이라, 시스코가 윕테일을 자랑할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시스템540같은 중급 모델보다 저렴한 보급형 모델 '시스템240'은 어떨까? 이것도 EMC VNX5200 모델을 품었다. 플래시도 쓸 수 있지만, 디스크 기반 장비다. 소규모 조직을 위한 단일 랙 프라이빗클라우드 용도다.

고사양 모델인 '시스템740'도 별다르지 않다. 서버는 시스코 UCS 블레이드 장비고 스토리지는 역시 EMC 고급형 V맥스3를 사용했다. 엔터프라이즈 핵심업무용 애플리케이션 구동 인프라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EMC 스토리지 하드웨어(HW)를 탑재한 장비 뿐 아니라 스토리지와 V블록을 연결해주는 새로운 기술도 VCE연합 이름으로 나왔다. 'EMC 아이실론용 기술확장' 기술인데, V블록을 스케일아웃 스토리지와 맞물리게 해준다. V블록을 빌미로 자사 스토리지 수요를 키우려는 EMC의 계산을 엿볼 수 있다.

함께 선보인 '시스코 UCS컴퓨트용 기술확장'도 눈에 띈다. 역할은 V블록 사용자들이 대용량 그래픽 데이터 처리와 같은 부하를 처리해야 할 때 모자라는 연산 성능을 맡아 줄 시스코 UCS서버에 연결해 주는 것이다. V블록을 빌미로 UCS서버 수요를 확대하기 위한 시스코의 노림수로 비친다.

사실 V블록에 EMC 스토리지를 넣지 않으면 EMC의 역할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이긴 하다. 시스코 'UCS인빅타'는 스토리지 역할을 하지만, 사업적으로는 시스코 UCS서버 전략의 연장선에 있는 제품이다.

분위기를 보면 VCE연합에서 업체간 이해 관계는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시작할때만 해도 역할 분담이 잘 되는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멤버간 사업 영역이 중복되는 그림이다.

이번에 공개된 신제품도 멤버간 묘한 관계를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더레지스터는 VCE연합 안에서 그려봄직한 (VM웨어, 시스코, EMC, 3사 사업간의) 중복에 따른 긴장상태일거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며 VCE가 약간 균열을 보이고 있다고 평했다.

소프트웨어(SW) 측면에서도 갈등의 징후가 엿보인다. 핵심은 시스코와 VM웨어간 불협화음이다.

이번에 소개된 SW중 하나는 '시스코(인프라)와 클라우드관리용 VCE 통합솔루션'이고 다른 하나는 'VM웨어(인프라)와 클라우드관리용 VCE 통합솔루션'이다. 둘 다 V블록의 가상화 자원을 프로비저닝하고 서비스형인프라(Iaas)에 미리 통합, 테스트, 검증된 SW를 제공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전자는 '시스코 UCS디렉터' 기반의 가상화 자원 프로비저닝을 지원하고, 후자는 'VM웨어 v리얼라이즈' 스위트를 사용해서 같은 일을 한다. v리얼라이즈는 VM웨어 가상화SW 'v스피어'와 다른 기업용 기술을 제어하는 툴 '버트질라(Virtzilla)'의 새 이름이다.

관련기사

VCE연합은 지난 2009년 차세대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시장의 맹주를 노리고 EMC, 시스코, VM웨어가 공동 투자로 설립한 합작사다. 이들은 시스코가 서버와 네트워킹, EMC가 스토리지, VM웨어가 가상화 기술을 제공하는 그림으로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고, '사전 조율 및 검증을 통한 고성능과 안정성'으로 다져진 V블록을 공급한다는 야심찬 구상을 실행하려 했다.

하지만 V블록 사업 2년째부터 투자대비 신통찮은 수익과 점증하는 손실 등 VCE연합의 행보에 부정적 평가가 많아지면서 3사의 공동전선도 희미해졌다. VM웨어는 가상화 네트워킹 기술 NSX로 시스코 클라우드 네트워킹 인프라 비전을 위협 중이고, 시스코는 내장 스토리지 용량을 확 늘린 UCS서버로 EMC 스토리지 사업을 불편하게 만든 상황이다. 최근 시스코의 UCS서버 확산 전략은 EMC의 자회사 VM웨어가 준비해 온 자체 HW어플라이언스 '에보 레일'이라는 걸림돌을 만났다.